자연재해대책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지난 7월 3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이후 방재안전대책수립 대행 사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8월 7일 기준으로 소방방재청에 방재안전대책수립 대행자 등록을 마친 업체가 27개에 달했으며, 요즘도 관련 업체들의 등록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개정된 시행령에서는 방재안전대책수립 대행자로 등록할 수 있는 일반적 기준을 △‘엔지니어기술 진흥법’에 따른 엔지니어링 활동주체 신고인 △‘기술사법’에 따른 기술사 사무소의 개설자 △재난관리 책임기관의 방재분야 연구소·법인으로 등록된 기관·단체 중 하나로 명시하고 있다.

또한 방재안전대책수립 대행자는 △사전재해영향성 검토서 작성 △풍수해저감 종합계획 수립 업무 △재해복구 사업의 평가 업무 △비상대처계획 수립 업무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전문적 기술과 자격을 갖춘 업체들이 방재안전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앞으로 각종 재해에 의한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문제점 개선하여 시행착오 줄이는 것이 관건

하지만 방재안전대책수립 대행 제도 운영에 대해 개선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먼저 사전재해영향성검토서를 내실 있게 작성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이 성숙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전재해영향성검토 협의제도가 시행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사업 시행자와 사업을 승인하는 지자체 담당자는 아직도 사전재해영향성검토 협의제도의 궁극적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과거 재해영향평가제도의 검토항목에 맞게 검토서를 작성해줄 것을 요구하고 작성 대행자 역시 그들의 요청을그대로 수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시정돼야 할 부분이다.

또한 사전재해영향성검토 협의제도 운영에 따른 업무의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 현재 사전재해영향성검토 협의대상사업의 세부기준을 95개 행정계획 및 개발사업으로 정했지만, 대상사업 하나하나에 대한 세부기준이 미흡하여, 사전재해영향성검토 협의사업과 행정계획 또는 개발사업 대상의 경계가 모호하고 두 개 대상에 모두 해당되는지 여부도 법률적으로 명확하지 않아 혼선이 자주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소방방재청의 사전재해영향성검토 담당자가 전국을 순회하며 공무원 교육과 방재분야 특수교육을 하고 있지만, 사업 시행자가 되는 공기업(한국토지공사, 대한주택공사, 도시개발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등)에서도 사전재해영향성검토 협의제도의 근본 취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이에 대한 교육과 홍보도 지속적으로 벌어나가야 할 것이다.

사전재해영향성검토 품셈, 현실에 맞게 조정 필요

사전재해영향성검토 협의제도의 협의시기 및 대상사업의 개선도 시급하다.

예컨대 도로사업의 경우는 협의시기가 ‘공사 시행 전’으로 되어 있어 설계가 이미 끝난 후에 사전재해영향성검토를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에 협의시기를 ‘실시계획 승인 전’으로 하여 설계 초기단계에서 방재측면의 시설이 도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하천정비 기본계획 및 소하천정비 종합계획 사업은 현행 사전재해영향성 검토 협의대상에서 제외해도 하천을 중심으로 한 지역방재 측면에서 무리가 없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마지막으로 사전재해영향성 검토 분야의 품셈을 현실에 맞게 재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행정계획 단계에서 정량적 분석을 생략함에 따라 품이 너무 작게 책정되어 있어 사업면적 및 연장이 커질수록 현실성이 결여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개발계획의 재해영향성 검토와 저감대책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개략적인 정량적 분석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사후재해영향성검토제도의 도입 방안 검토해야

이외에도 사전재해영향성검토위원회가 아직 구성되어 있지 않은 지자체에 대해서는 조속히 검토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고, 사후환경영향성검토제도처럼 사후재해영향성검토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편 방재안전대책수립 대행 사업이 재난 피해최소화에 확실한 기여를 하기 위해서는 불합리한 일부 현행 제도의 개선도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현재 도시개발 및 택지개발처럼 사업 완료 후 홍수유출량의 증가가 예상되는 개발단지 내에는 재해영향평가 심의를 거쳐 영구저류지를 필수적으로 설치하도록 하고 있으며, 재해영향평가 협의가 끝나면 소방방재청에서 현장점검을 통해 협의내용과 불일치 시에는 시정을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 경우 개발규모가 큰 사업은 대부분 공기업 및 지자체 등이 사업시행자여서 재해저감시설에 대해 투자를 꺼리지 않지만, 예산이 부족한 민간사업자(골프장 및 리조트 사업자)는 공사비 절감 및 토지이용의 효율성을 위해 재해저감시설 규모를 축소하거나 저류지 및 세천을 복개하여 영구저류지를 만드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전재해영향성검토서에 제시된 재해저감시설과 일치하는지를 점검하는 사후재해영향성 검토제도가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관련 제도 및 법령의 정비도 시급

또한 현행 사전재해영향성검토 제도에서는 영구저류지 등 재해저감시설의 설치 등에 관한 법적, 제도적 규정이 없어 사업시행자가 개발단지 내에 재해저감시설을 설치하지 않거나 또는 축소하여 설치해도 제재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방법이 없는 것도 시정돼야 할 점이다.

이 때문에 사전재해영향성 검토서에서 홍수유출저감대책으로 설치하도록 제시하고 있는 우수유출저감시설(투수성포장재, 침투시설)은 공사비 및 유지관리비의 부담으로 민간 사업시행자가 설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해 사전재해영향성 검토서에서 설치하도록 제시한 저류지, 우수유출저감시설(투수성포장재, 침투시설)을 의무화할 수 있도록 각종 개발관련 법령에 규정을 만들어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밖에 사전재해영향성검토 협의요청서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사항을 명기한 양식 및 소규모 사업에 적합한 재해저감시설의 정량적인 제시도 이뤄져야 하며, 지방 업체의 경우 지방에서도 방재분야 종사자에 대한 특수전문교육과정을 이수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글┃박윤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