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과 집중호우 등의 풍수해 걱정에 조금 벗어난 듯 싶더니 이제는 대설·폭설 및 한파와 같은 겨울철 재해를 걱정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게다가 겨울이 따뜻해지면서 신종 재해의 염려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소방방재청 등 재난 관련 기관들은 과거의 피해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대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올 겨울철 다가올 설해 등의 자연재해에 대비하는 다양한 대책들을 살펴본다.

최근 몇 년간 겨울철 가장 큰 재해인 설해가 반복되면서 이로 인해 막대한 재산피해 및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더욱이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 현상으로 기온의 변동 폭이 커지면서 갑작스런 한기 남하에 의한 기습한파와 폭설 등으로 그 피해는 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소방방재청(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은 오는 12월 1일부터 2008년 3월 15일까지를 겨울철 자연재난 대책기간으로 정하고 지난 10월 15일 중앙재난대책본부회의를 열어 올 겨울 자연재난대비를 위한 대책을 확정해 각 지자체 및 유관기관에 이를 통보해 실시토록 했다.

기상청 또한 올 겨울 대설, 한파 등이 발생할 수 있는 악기상의 정확한 예측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재난관련 기관의 이러한 움직임은 다가오는 겨울철에 발생할 수 있는 설해의 예방과 피해경감의 중심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흡한 설해대책, 큰 피해로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최근 5년간 반복적인 설해로 인해 1조 1,934억원의 재산피해와 14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2005년 12월 광주, 충남, 전남·북 지역에 발생한 약 20일간에 걸친 사상 유례없는 장기간의 폭설은 비닐하우스 등 5,206억원의 재산피해와 14명의 인명피해를 발생시켰다.

당시 하루 동안 내린 눈의 양은 정읍 59.3cm, 광주 40.5cm로 그 해 12월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남부지역의 비닐하우스 시설은 설해대처 경험이 없어 적설시 가온, 난방, 눈 쓸어내리기 등 사전대비가 미흡해 피해를 가중시켰다. 2004년에도 서울, 경기, 충청지역에 내린 100년만의 3월 최고의 폭설로 경부선에서 차량 10,200여대가 37시간동안 정체·고립되는 등 6,734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설해로 인한 주 피해유형은 시설물 및 농작물 피해. 지난 5년간 겨울철 재해로 인한 시설물 피해는 농림시설과 축산시설이 대부분으로, 특히 지역별로는 농림시설 피해액 5,129억원 중 82.9%가 충청도와 전라도 지역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비닐하우스 등 시설피해는 충남이 가장 많았고 농작물의 경우 전남의 피해가 심각했다. 겨울철 이상한파 및 폭설로 인해 수온이 어류 생존하한수온(6℃내외)이하로 낮아지고 장기간 지속되어 저수온의 의한 어류 쇼크사(동사)피해도 발생했다. 2003년과 2006년에는 전남 및 경남지역에서 2004년에는 전북지역에서 어류가 동사하는 피해를 입었다.

대설·폭설 시 발생하는 고속도로 차량 고립에 대해서는 전국 고속도로 상 13개 노선, 58개소, 155.32km에 대해 취약구간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으나 기상이변으로 인한 기습폭설 등으로 정확한 현장상황 파악이 쉽지 않아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와 같은 설해로 인한 피해가 계속되는 것은 재해 발생 시 상황에 맞는 대비책 마련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점이 크다.

특히 2004년 3월과 2005년 12월 중부와 남부지방의 폭설 대처는 우리나라 겨울철 재해대책의 미흡함이 그대로 드러났다. 새벽시간대와 공휴일의 기습적인 폭설로 눈 경험이 적은 남부지역은 제설 자재·장비가 부족해 제설작업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대중교통의 스노우체인 미확보와 일방적인 운행중단, 장비 고장과 선로에 쌓인 눈으로 전동차·열차 운행이 지연되고 제설능력의 부족으로 일부 공항의 이착륙이 금지되는 등 폭설로 인한 교통 혼란도 발생했다. 기습적 재해 앞에서는 그동안 마련해두었던 대비책들로도 소용이 없었다.

따뜻한 겨울, 신종재해 발생 가능성 커
이렇게 설해가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 지구온난화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로 갑작스러운 대설·폭설 등이 발생하게 되면 미처 대비하지 못하고 큰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이다. 기상청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겨울은 엘리뇨의 영향으로 12월부터 올 2월까지 포근한 날씨를 보였다.

정작 한겨울이었던 기간은 극히 적었으며 한파도 일시적이었던 만큼 대부분 이상고온 현상이 지속됐던 해였다. 올해는 라니냐의 영향을 받아 지난해와 같은 더운 겨울은 어느 정도 피할 가능성이 있지만, 지구온난화현상으로 최근 10년간 겨울 기온이 꾸준히 오르고 있는 추세인 만큼 따뜻한 겨울이 될 수 있음을 배제할 수 없으며 이는 이상기후현상의 발생과 직결 할 수 있다.

기상청의 윤원태 기후예측과장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으로 예기치 못한 대설·폭설 및 한파 등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방재기관에서 사전대비에 만전을 기할 수 있도록 이상 기상현상의 정확한 예보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기상청은 겨울철 자연재난대책과 관련 대설·한파 등과 같은 악기상에 대비하기 위해 기상대책을 마련하고 방재업무를 강화키로 했다.

기상예측 시에도 기상재해에 포커스를 맞춰 분석하며 엘리뇨·라니냐와 같은 예측 모델을 업그레이드하고 더욱 정확한 모니터링을 실시할 계획이다. 강설 예측정보를 관련기관들에 신속하게 전달하고 기상자료의 자동 송·수신체계도 구축·지원한다.

기상특보 등은 DMB, 문자 송신 서비스를 통해서 전달하며 적설관측 자료 등도 지원한다. 한편, 윤원태 기후예측과장은 따뜻한 겨울로 인한 신 재해 발생에 대해서도 염려했다. 기후변화는 그 자체로 돌이킬 수 없는 환경적, 경제적 재앙을 몰고 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의 존속까지 관여한다는 것이다.

그는 “국내에서만 보더라도 따뜻한 겨울로 인해 병충해가 죽지 않아 피해가 조금씩 늘어가고 지역작물들이 변화하고 있다”고 말하며 “이는 농사·과수업에 종사하는 국민들의 생계유지에도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이 부분에 대한 정부의 신중한 검토를 주문했다.

사전대비 및 비상대응 계획 동시 추진
소방방재청 방재대책팀의 홍경우 사무관은 “그동안 폭설, 한파 등 기습적인 겨울철 재해에 대한 대책이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올해부터는 비상사태 발생 시 적절하게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자연재난대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까지는 사전대비계획을 세운 이후에 비상대책을 강구했지만 올해는 사전대비책 및 비상대응계획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것. 이렇게 되면 갑작스러운 재해에도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 더 큰 피해를 줄이고 나아가 사전예방체계 구축에도 일조한다는 게 홍경우 사무관의 설명이다.

사전대비계획은 인명중시 예방적 방재대책, 도로별 제설 및 수도권 교통대책, 농·축·수산시설 피해경감대책, 응급조치계획, 한파대책 등 다섯 가지 분야로 나눠 추진한다. 이 5가지분야별 사전대책 추진사항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인명중시 예방적 방재대책’의 추진은 신속한 상황관리와 산악·고립예상지역 및 탐방객 안전대책, 그리고 해양사고로 인한 인명피해 경감대책이 핵심이다.

연중무휴 24시간 상황관리체계를 구축해 한파나 폭설, 강풍 등 예기치 못한 재난이 발생한 경우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현지 재난상황을 신속히 파악·대처하고 재난취약시설 점검 등 재난의 예방 및 대응을 위해 민간모니터위원과 지역자율방재단을 적극 활용토록 했다.

대설·폭설 및 눈사태 등 산악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재해로 고립이나 인명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은 관리를 철저히 하고 공원사무소, 119 및 민간구조대, 군부대 경찰 등과 연계해 신속한 구조·구급체계를 구축토록 했다. 이와 함께 주요 탐방로 구간 위험표지판 설치하고 폭설에 대비한 제설장비 및 물자를 사전에 확보하고 비치하도록 조치했으며, 인터넷·방송사 등을 통해 주기적으로 산행안전정보를 제공해 설해대책 홍보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도로별 제설 및 수도권 교통대책’의 중점은 대설시 교통두절 예상구간을 사전에 지정하고 관리하며 제설장비 및 자재를 비축하는 등 비상사태의 수습계획을 마련하여 체계적이고 신속한 제설로 국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제설차, 덤프트럭, 모래살포기 등의 제설장비와 염화칼슘, 모래주머니, 모래 등 자재를 사전에 점검·정비하고 확보·비축하도록 했다. 고갯길, 강설다발지역 등 교통두절 취약구간에는 장비 및 인력, 자재 등을 사전에 배치해 집중 관리에 들어 간다.

또한 고립이 예상되는 수도권(서울 137, 인천 1, 경기 35) 중점제설구간 173개소는 물론, 특히 고속도로 교통두절 예상구간 13개 노선, 58개소 155.32km는 특별관리키로 했다. 더불어 TV 및 전광판, 팜플렛, 지역신문 등을 통해 자발적인 제설작업을 위한 ‘내 집 앞, 내 점포 앞 눈 치우기’ 운동을 활성화시킬 예정이다.

‘농·축·수산시설 피해경감대책’분야에는 비닐하우스시설, 인삼재배시설, 축산시설, 수산 증·양식시설의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책이 주를 이룬다. 특히 비닐하우스시설은 비규격설치가 많고 개보수가 미흡해 대설피해 시 가장 취약하여 주요 피해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내재해형 표준규격 및 그 이상의 설계 강도가 인정되는 시설을 설치하도록 지도하며 보조지지대를 활용해 폭설에 의한 피해에 대비해야 한다.

또한 수산 증·양식시설은 연안 해상에 설치되어 폭풍, 태풍 등 자연재난에 구조적인 취약성을 드러내므로 피해 우심지역에 대한 품종별·시기별 집중지도와 관리를 실시하고 저수온에 의한 어류 동사피해 예방을 위한 월동장 지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대설·폭설 등으로 인한 대규모 피해를 줄이기 위해 마련한 ‘응급조치대책’으로는 인력, 장비 등 응급조치차원의 효율적인 배치를 위하여 지역재난대책본부에 ‘응급조치자원분배 총괄반’을 설치하고 운영한다. 또한 장비 및 물자지원 등을 위한 시·도, 시·군·구간 협약을 체결하고 협조체계를 구축해, 폭설 시 제설작업 및 응급조치활동에 긴급투입 할 예정이다.

사람, 가정, 농·수산물 등 사회전반에 걸쳐 피해를 야기시키는 한파에 대비하기 위한 분야별 대책도 강구해 관계부처(농림부, 해양수산부, 보건복지부, 산업자원부 등) 및 지자체에 통보하고 조치하도록 했다. 더불어 이러한 대책을 효율적으로 시행하기 위해선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대설 및 한파 시 국민행동요령과 협조사항 등을 모든 매체를 최대한 활용하여 홍보할 예정이며 농·축·수산분야는 이재민의 생활안정과 직결되므로 현장지도 및 해당 주민을 위주로 한 홍보를 진행할 계획이다.

과거 설해대비 문제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올 겨울 자연재난대책과 관련 부처 및 기관들도 사전대비책 및 비상대응체제 구축을 마무리하는 등 바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방부는 재난 발생 시 헬기와 병력, 장비를 지원하며 제설장비와 인력지원체제도 확립했다.

농림부는 폭설·대설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비닐하우스 및 인삼재배시설의 피해경감대책을 추진, 특작시설의 농가보급형 표준설계를 보급하고 설치를 유도할 계획이다. 더불어 농작물의 한파피해 예방대책을 수립·시행하며 농민을 대상으로 홍보 및 지도감독과 계몽교육을 실시토록 했다.

산업자원부는 전기·유류·가스 등 주요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체계를 유지하고 동절기 안전대책을 수립·시행할 예정이며, 보건복지부는 저소득층의 기초생활 보장과 재해취약계층을 지원할 계획이다. 건설교통부는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와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강화하고 국도구간에 대한 책임제설 및 교통대책을 강구했다.

눈사태, 고립 등의 피해가 잦은 산악지역에 대해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강설에 대한 단계별 입산통제대책을 강구하고 구조·구난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대피소에 등산객, 조난자를 위한 비상식량 확보에 나섰다. 해양수산부는 어업지도선 구난장비를 보강하고 어선안전조업규정의 보완과 함께 수산 증·양식시설피해경감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로 했으며, 해양경찰청은 해난사고 경감대책을 수립, 연안어객선 안전운행을 철저하게 감독하고 선박 침몰시 구조·구난체계를 구축했다.

철도청은 대설 시 차량을 늘리고 운행간격을 조정하도록 조치했으며, 고속도로 책임제설과 교통대책을 맡고 있는 한국도로공사는 수도권 연계 고속도로 제설을 우선하며 교통취약지구를 집중 관리키로 했다. 더불어 방송국도 협조체계를 이뤄 도로정보를 수시로 방송할 예정이다. 경찰청은 기상상황별로 비상근무를 실시한다.

교통통제에 따른 해소대책을 마련하고 재난발생 시 긴급구호를 실시하며 재해 취약지역에 기동순찰반을 운영해 교통관련 문제를 해소하도록 했다. 방송위원회는 중앙 및 지역재난대책본부가 재난방송을 요청할 경우 신속하게 방송이 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키로 했다.

이와 함께 올 겨울철에 있을지 모를 폭설·대설 등의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과거 대응책의 문제점 보완으로, 미흡했던 문제점들을 하나씩 고쳐나가고 점검해 다시는 같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상기후현상으로 예기치 않게 발생할 수 있는 재해들에 대한 정보를 미리 분석하고 예측하는 것도 중요하다. 시민단체들과 연계하여 자연재해시 국민들에게 한발 앞서 전달할 수 있는 신속한 설해 대비 전략이 무엇보다 시급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