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BCI 한국대표 유종기

발생가능성은 적지만 기업의 존폐를 좌우할 정도의 엄청난 영향과 충격을 미칠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한 관리와 전면적인 업무 중단 시 핵심업무/프로세스(Mission Critical Activities)에 대한 복구와 연속성확보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비즈니스연속성관리(Business Continuity Management, 이하 BCM)는 9·11사태 이후 미국과 영국의 기업을 중심으로 핵심 경영활동으로 인식되어 왔다.

국내에서는 금융감독원의 영업연속성계획(BCP: Business Continuity Planning), 소방방재청의 기업 재해경감활동, 그리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재난관리 등으로 소개된 바 있다. 재난관리의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영국의 경우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되어 있는 순수 민간단체에 의해 자율적으로 주도되어 민간기업의 표준과 가이드라인을 수립, 확산되고 있다.

미국은 1988년에 설립되어 전 세계적으로 3,500명 정도의 협회의 인증을 받은 전문가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DRII(Disaster Recovery Institute International)가 있다. 그리고 영국의 경우에는 1994년에 설립되어 약 85개국 4,000명의 전문가 회원으로 구성, 운영되고 있는 BCI(The Business Continuity Institute)가 전문가 네트워크를 통해 각 산업의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를 추출하여 기업에 유용한 재난관리 표준과 실무지침을 무료로 배포하고 다양한 교육과정을 마련하여 전문가를 육성하는 등 민간기업의 도입, 구현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다른 나라들 역시 이러한 일련의 활동들에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BCP협회가 이러한 역할을 지난 수년간 해왔으며, 소방방재청 등 정부부처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앞으로 BCM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물론 기업의 실무자들에 맞는 효과적인 재난관리 지침과 교육과정등이 현재 추진 중인 기업재난관리정책 추진을 통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기업, BCP의 필요성과 니즈 증대
현재 국내에서도 BCP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민간기업이 재난관리 활동 수행을 위한 일련의 계획수립, 재난관리활동 실행, 활동의 평가 및 활동 수정 등을 이행하는데 지침역할을 할 수 있는 표준에 대한 필요성과 요구가 증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7월 국가경제의 중추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민간기업의 경영활동이 태풍, 지진 등 자연재해에 대해서 중단 없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기업의 재해경감활동을 정부차원에서 지원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국가의 재난관리능력을 증진하기 위한 ‘재해경감을 위한 기업의 자율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제8530호, 일명 BCP법)’에서 재난관리표준의 작성, 고시를 규정하고 있으며, 현재 소방방재청과 한국BCP협회와 분야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된 기업재난관리정책추진기획단에서 재난관리 표준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재난관리표준에 대한 수립은 현재 ISO에서 진행중인 국제재난관리표준에 대한 논의(ISO/PAS 22399 등) 동향, 진행방향 등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기존에 공표된 국제적으로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는 영국표준(British Standard 25999)과 미국 NFPA 1600 등의 내용을 적극 반영하면서, 국내환경에 적합하면서 국내기업들이 적용하는데 있어서 유용한 지침으로 작용할 수 있는 표준 제정 활동을 가속화되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재난관리표준의 내용, 문서화 수준 면에 있어서 재난관리표준은 하위개념인 표준매뉴얼 수준으로 정하여 재해경감활동계획 수립에 필요한 가이드라인으로 정의하려는 방향설정을 하고 있으며, 그 적용대상에 있어서는 산업유형별로 모두 제시하기 보다는 우선 재해취약성, 활용성, 필요성 등을 고려하여 중요 산업유형 일부를 선정, 추진하고 향후 점진적으로 확대 추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는 국제표준에서 제시하는 가이드라인과 개별 산업의 특성이 고려된 특화된 표준과 지침을 제시함으로써 재해경감활동을 해당 기업에 적용 시 효과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취지인 셈이다.

국내 BCP 표준, 연내 수립될 듯
재해경감을 위한 기업의 자율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언급하고 있는 재난관리표준에 포함되어야 하는 주요 내용은 △재해경감활동 조직, 체계 등의 구성에 관한 사항 △재해경감활동 관계법령 준수, 절차 및 이행에 관한 사항 △위험요소의 식별, 위험평가, 영향분석 등 재난 위험요소의 경감에 관한 사항 △자원관리 및 기업과 재해경감관련 단체와의 협정에 관한 사항 △재해경감을 위한 전략계획, 경감계획, 사업연속성확보계획, 대응계획, 복구계획의 수립에 관한 사항 △재해경감활동과 관련된 지시, 통제, 협의조정 등 비상시 의사소통 및 상황전파 체계에 관한 사항 △교육, 훈련을 통한 자체평가 및 개선에 관한 사항 등이다.

구체적인 표준구성과 내용에 대해서는 현재 기업재난관리정책추진기획단에서 연내 수립을 목표로 진행 중에 있다. 지난 3월 비즈니스연속성관리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국제적으로 알려져 있는 BCM 표준에 대한 흥미로운 설문조사가 Continuity Central(www.continuitycentral.com, BCM 전문 인터넷포탈)을 통해 진행되었다.

이 설문조사에서는 표준문서가 얼마나 이해하기 쉽게 쓰여졌는지, 기업·조직에 이를 구현하는데 얼마나 용이한지, 기타 명확성 및 유용성 등 여러 평가기준에 대한 답변을 분석한 결과 호주의 BCM의 표준인 HB 292-2006 (A Practitioners Guide to Business Continuity Management)와 영국 표준인 BS 25999-1:2006 (British Standard, Business Continuity Management Part 1: Code of Practice)가 가장 좋은 점수와 호평을 받았다.

영국·호주 BCM표준발표, 일본은 BCP지침 공포
현재까지 BCM에 대한 국가표준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나라는 영국(2007.11. (예정))과 호주 (2006. 01.)다. 일본의 경우는 표준화 활동은 없지만 내각부, 경제산업성 , 중소기업청 등 3개 정부부처에서 BCP 지침을 이미 공표하고 관련 산업에 구현을 독려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금융감독원 격인 일본의 금융청 (FSA)을 비롯해 금융기관에 대한 BCP 매뉴얼 등이 발표되어 활발한 BCM 도입을 권장하고 있으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는 지난 5월 공공기관 대상으로 경영위험·재난·홍보·갈등 리스크를 중심으로 하는 기존의 BCP 영역보다 확장된 개념의 위기관리지침을 발간한 바 있다.

이밖에 싱가포르의 경우 우리나라 기술표준원 격인 생산성 표준청(SPRING)에서 BCM 기술규격서(Technical Reference for BCM, TR19:2005) 2005년에 발표했다. 이외에도 앞에서 언급한 ISO에서 진행중인 사회보안(societal security) TC(technical committee) 223에서는 최근 PAS(publicly available specification) 형태의 문서로 Societal security - Guidelines for incident preparedness and operational continuity management (사고대응 및 운영연속성관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는데, 주요 내용과 맥락에서 영국표준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BCM표준, 가이드라인 등과 대동소이하며, 현재 국내에서 진행중인 기업재난관리표준 제정과 관련하여 그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편이다.

이에 따라 관련 업무 전문가 또는 종사자들을 위해 현재까지 나와 있는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관련 표준, 지침 중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호주의 기업재난관리표준인 ‘HB 292-2006’과 지난 호에서 소개한 영국표준 BS 25999의 구현을 위한 실무지침서인 ‘Good Practice Guideline 2007’을 소개한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현재 미국 DRII에서 최종화 중에 있는 가이드라인인 ‘GAP(Generally Accepted Practices for Business Continuity, BCM 실무자 또는 전문가를 대상으로 만들고 있는 지침서)’과 2006년에 공표된 일본 중소기업청의 ‘중소기업 BCP책정운용지침’의 내용을 일부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