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7일부터 19일까지 ‘제2차 세계소방청장회의’가 13개국 29명의 소방기관 대표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회의에서는 특히 브루나이와 필리핀 대표가 양국의 재난관리체제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양국의 재난관리시스템의 주요 특징을 요약, 정리한다.

필리핀 11,000여개 마을까지 국가차원에서 재난관리
필리핀은 지리적 위치로 인해 많은 재난에 노출되어 있다. 환태평양 화산대 서쪽에 위치하며 1일 평균 5회의 지진이 발생하는 지구에서 지진활동이 가장 활발한 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홍수와 태풍, 라니냐, 엘니뇨도 자주 발생하고 인재도 잦다. 화재가 연간 약 2,700건이 발생하며 테러 발생도 끊이지 않는다.

수문기상학적 재난도 많아 높은 조류로 인한 해안지역 홍수, 1년간 약 22회 발생하는 태풍으로 인한 피해도 크고 엘니뇨로 인한 가뭄으로 100만가구가 식량부족을 겪고 있다. 쓰나미, 산사태 및 쓰레기 산사태로 인한 피해, 각종 해상 재난등 다양한 재난이 나타나고 있다.

재난에 대비하기 위한 필리핀 정부는 국가재난조정위원회(NDCC, National Disaster Coordinating Council)를 운영하는데 국방부에서부터 시민방위청까지 다양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17개의 지역조정위원회를 비롯하여 11,000여개의 가장 작은 마을 단위까지 재난관리시스템을 국가적 차원에서 통합, 운영하고 있다.

국가재난조정위원회 네트워크는 완화, 대응, 복구, 반응의 네가지 단계가 차례로 이어지는 기본 운영체계를 가지고 있다. 완화 단계에서는 재난이 발생하기 이전에 영향을 최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계획이나 홍보활동을 통해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하며, 재난 직전·직후의 빠른 대응으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활동을 해 재난 발생 직후에 생기는 피해를 최소화한다.

복구 단계에서는 재난 이전의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갈 수 있도록 금전적 지원과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 내무부에 소속된 소방국이 재난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응급상황발생시 구조 등의 임무를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소방국은 자연재해와 인재에 대비할 목적으로 특수구조부대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특수구조부대는 어떠한 응급 상황에서도 생명이 보호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현재는 화생방에 관련된 의식을 재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대량 살상무기 대응력을 기르는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한편 인적자원 개발 활동도 소홀히 하지 않으려고 애쓰며 인명구조 및 건물붕괴, 응급의학 관련, 테러 대비, 해외와 연계된 구조 활동 교육과목을 통해 훈련한다.

재난관리는 중앙정부와 지역정부가 해야 할 것이 아니다. 학자나 정치인만의 문제가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문제로 사회의 모든 일원에게 책임이 있고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이다. 항상 준비하는 마음으로 전문지식을 쌓고 준비해야 한다. 준비가 곧 생존이다.

브루나이 재난관리 관련 제도 신설로 기본 틀 잡아가는 단계
브루나이에서 체계를 갖춘 재난관리가 시작된 것은 2년이 채 되지 않는다. 2006년 3월 재난관리지령을 공표한 것을 시작으로 2006년 8월 1일 국가재난회의(NDC, National Disaster Council) 1차 회의에서 국가재난관리센터(NDMC, National Disaster Management Centre) 설립이 논의되었다.

관련 기관이나 제도가 모두 새로 생겨서 체계를 보완해 나가는 단계라 인력 부족 등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국가재난회의는 관련정책을 수립하고 재난관리기구가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만들어졌다. 재난 관련 의사결정 포럼이며, 재난에 관한 모든 의사결정이 이 포럼을 통해 이루어진다. 의사결정에는 인력동원, 국내지원 활동, 해외로부터 지원을 받거나 지원을 보내는 결정을 내리는 일 등이 포함된다.

총리실 수석장관이 의장직을 맡고 있으며 내무부 장관이 상임부의장을, 관련부처 장관들이 공동부의장직을 맡고 있다. 국가재난관리센터는 국가재난회의가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기본업무로 하고 있다. 국가재난회의의 사무국 역할을 하는 동시에 관련 사안에 대해 조언을 하고 기타 국가재난회의가 결정한 역할을 수행한다.

지역적 재난 및 국가적 재난과 해외에서의 활동까지도 모두 포함하는 광범위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내근직원이 아예 없다. 소방구조청장이 센터장을 겸임하며 청 장교와 직원들이 센터 업무도 병행하며 핵심인력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센터의 활동범위는 크게 두 단계로 나누어진다. 1단계는 타격이 크지 않은 국지적 사태로 여파가 번져나갈 가능성이 적은 사건들이 여기 들어간다.

피해 규모가 크지 않고 범위도 넓지 않아서 해당지역에서 처리가 가능한 사태들을 포함한다. 2단계에는 좀 더 복잡한 사건들로 지역내 관련기관의 처리능력을 넘어간 사태로 추가적인 피해가 예상되는 사건들이 포함된다. 추가 구조작업이 필요할 수도 있고 국가재난관리센터가 개입해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건들이 속한다.

국가재난관리센터가 중앙기관이라고 해서 규모가 큰 재난만을 다루는 것은 아니다. 세부기관들의 노력을 국가적으로 통합하는 작업이 필요하고 재난관리센터가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크고 작은 재난을 모두 대비해 중앙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센터가 추구하는 바이다.

현재 가장 우선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점으로 꼽히는 것은 인력과 인프라 문제이다. 전담 직원이 없기 때문에 한정된 인력운영으로 인한 한계가 나타날 우려가 있다. 인프라 제약 또한 심각하기 때문에 개선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시간이 소요되는 부분이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지난 7월 말에는 아태안보연구소와 브루나이가 협력해서 진행한 국가재난관리워크숍이 있었다.

앞으로 필요한 정책과 장·단기적으로 수행될 과제에 대해 논의하고 수십 개의 권고 및 추후조치를 합의한 성과를 냈다. 센터의 우선과제는 재난지원센터를 설립하고 국가재난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직원을 교육하고 훈련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연습을 통해 실제상황에 투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브루나이는 지역내 어떤 협력체와도 공유할 수 있는 재난관리체제를 설립하고자 한다. 과거홍콩이나 싱가포르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 지원했던 경험을 토대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활동하고자 하는 의지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