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 김현일 신산업기술표준부장

최근 재난관리시스템 표준화에 대한 관심이 국내외적으로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관련법 규정을 정비하고, ISO의 재난관리표준화기술위원회(ISO/TC223 Societal Security*) 활동을 확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본지는 국가 재난관리 표준화에 필요한 세부 추진과제에 대해 3회에 걸쳐 집중분석하는 지면을 마련한다.

근자에 들어 국가재난관리 표준의 보급확대 정책으로 거론되고 있는 ‘재난관리시스템 인증제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인증(Certification)이란 인증대상이 규정된 인증규격(Standard)에 대해 적합한가를 제3자(인증기관)가 객관적으로 증명해 주는 제도를 말한다.

인증대상은 제품, 공정, 시스템, 경우에 따라서는 사람이나 기관일 수 있다. 사실 국제표준에서는 인증 대신 적합성평가(Conformity Assessment)라는 용어를 포괄적으로 사용하며, 인증은 인증대상이 제품, 공정, 시스템 또는 사람의 능력(또는 자격)인 경우에 국한한다. 특정한 기관이 제3자 인증을 할 수 있는 특정한 자격을 갖추었는지를 증명하는 행위는 인정(Accreditation)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인정기관이란 실제로 인증을 수행할 기관이 자격을 갖추었는지를 평가하고 인정해주는 기관을 말하며, 일반적으로 인증제도 운영의 주체(국가, 국제기구)가 인정기관이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특정기관이 이들로부터 업무를 위임받아 인정기관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표준행정을 접해 볼 기회가 없는 일반 독자들에게는 ‘적합성평가제도’라는 용어가 생소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으므로 본고의 제목에 ‘인증제도’라는 용어를 사용하였으나, 실제로는 국부적 의미의 시스템인증과 인증기관 인정을 의미하는 것임을 미리 알려둔다. 적합성평가제도에 대해서는 이 글의 하부에서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겠다.

재난관리표준은 현재까지 개발단계이고 개발이 완료된 표준은 한 종(표준은 ‘종’으로 수를 셈)도 없는지라 향후 어떤 형태의 적합성평가제도가 ISO/TC223에서 제안될지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표준이 제정된 이후에 즉각 활용이 가능토록 하기 위해서는 적합성평가제도의 기반 구축이 무엇보다 시급한 우선추진과제이므로 재난관리표준화의 특수한 업무목적을 감안하면서 ‘시스템표준 적합성평가제도’가 운영되고 있는 품질경영시스템(ISO9000 시리즈)의 사례를 검토하는 방법으로 재난관리표준 적합성평가제도의 예측을 시도했다.

‘재난관리시스템 적합성평가제도’ 과연 도입될 것인가?
재난관리 표준이 개발단계인 현 시점에서 많은 시간과 재정 투자가 수반되는 적합성평가제도를 준비하는 것은 시기상조이고 모험이 뒤따른다는 의견이 제기될 수 있다.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에서 재난관리국가표준을 담당하는 필자가 그동안 ‘국가 재난관리표준화 계획’을 수립하고 관계기관과 업무협의를 추진하면서 이러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업무의 분담이나 협조에 어려움을 겪은 사례가 있다.

또한 일본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은 국제표준화 회의에서 인증제도의 도입을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적합성평가제도는 불과 수년 내에 전세계적으로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여유가 없다는 판단이다. 그 동안 접한 자료들을 근거로 이와 관련된 세 가지 해답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재난관리시스템 국가인증제도는 국제표준의 제정과 이를 국가표준으로 도입한 이후 국제표준화기구의 인증제도 도입여부와 무관하게 시행된다.
<근거> 재해경감을 위한 기업의 자율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제정 2007.7.19 법률 제8530호] 시행일 2008.1.20, (중략) 제3장 재해경감 우수기업의 인증 및 업무대행 제7조 (재해경감활동에 대한 인증 등) ③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은 시·군·구 지역본부장으로부터 추천받은 기업의 재해경감활동에 대하여 평가를 실시하고 우수기업 인증서를 발급할 수 있다.

▶재난관리시스템 인증제도를 규정하는 국제규격이 개발된다.
<근거> ‘재난관리 표준 체계’를 담당하는 ‘ISO/TC223/WG1’은 개발대상 규격의 발굴과 개발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한 국제문서를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회람시킨 바 있으며, 동 문건의 내용 중 인증을 의미하는 항목들이 포함되어 있다.

▶한 국가에서(또는 특정 인증기관에서) 발행한 재난관리시스템 인증이 다른 국가(또는 다른 인증기관)에서도 통용되는 ‘상호인정제도’가 도입된다. 도입시기는 예측할 만한 자료가 없어서 추정이 불가능하다.
<근거> ISO/TC223의 의장(Krister Kumlin, 스웨덴)은 ISO FOCUS와의 인터뷰에서 ‘미래에는 표준화된 채널을 통해서 국가·국제 기업간 조직간 전보가 유통되고 분석될 것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는 국제적으로 상호인정이 보장되지 않고서는 그 운영이 불가능한 시스템이다.

WTO/TBT협정
적합성평가는 일반적으로 적용대상, 적합성평가 활동 내용 및 활동 주체 등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지니게 된다. 또한 적합성평가는 국제규격(Standard)이나 기술시방서(Technical Specification)를 규정된 요구사항으로 이용하기 때문에 표준화 활동의 범주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 번 도출된 인증결과가 중복 없이 다른 곳에서도 통용되기 위해서는 대외적으로 인증 즉 적합성평가활동에 대하여 신뢰를 제공할 수 있는 있는 관련 국제규격 또는 기준에 의거한 공통적으로 구축된 적합성평가 체계가 필요하다.

적합성평가 체계 내 주요 주체(인정기관과 적합성평가기관)의 활동을 용어로 구분하여 살펴보면, 규정된 요구사항에 대하여 적합성평가기관이 적합한지를 공식적으로 실증하는 제3자 증명 활동을 ‘인정(Accreditation)’이라 하고, 규정된 요구사항에 대한 제품, 프로세스, 시스템, 사람 등의 적합여부를 실증하는 제3자 증명 활동을 ‘인증(Certification)’이라 한다.

'제3자'란 적합성평가대상 및 그 대상에 대한 사용자와 독립적인 관계에 있는 자를 말한다. 따라서 인정기관은 적합성평가기관(시험소, 제품인증기관, 경영시스템인증기관, 자격인증기관)이 국제규격 또는 기준에 적합하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평가하여 확인하고, 사후관리를 통하여 관리·감독함으로써 인증제도의 신뢰성을 유지하고 보장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적합성평가기관은 적합성평가대상(인정에 대상이 되는 기관은 제외)에 대하여 국제규격 또는 기준에서 규정하는 요구사항에 적합한지를 평가하고 실증해 주는 기관을 말한다.

적합성평가의 종류
이러한 맥락에서 규정된 요구사항의 충족여부를 결정하는 적용대상이 시스템과 사람인 경우 이를 시스템인증·자격인증이라 하고, 시스템 인증을 수행하는 기관을 시스템 인증기관, 자격인증을 수행하는 기관을 자격인증기관이라 한다.

시스템 인증이란 조직이 관련 인증규격 또는 기준에서 요구하는 특정 시스템을 구축 및 이행하고 있음을 제3자인 시스템 인증기관이 평가·확인하여 적합함을 실증하고, 인증의 유효성을 위해 지속적인 사후관리를 활동을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인증 활동의 수행을 적용되는 관련 규격과 결부하여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품질경영시스템의 경우 조직에 대한 인증규격은 ISO 9001, 품질경영시스템 인증기관에 대한 인정규격은 ‘ISO/IEC Guide 62’이다.

환경경영시스템은 조직에 대한 인증규격은 ‘ISO 14001’, 환경경영시스템 인증기관에 대한 인정규격은 ‘ISO/IEC Guide 66’이다. 이와 유사하게 자격인증기관에 대한 인정규격은 ‘ISO/IEC 17024’가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국제적 통용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관련 국제기구의 상호인정협정 체결을 통해 이루어지는 데 일반적으로 이러한 국제 규격의 준수는 상호인정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요구되는 활동이다.

이와 함께 상호인정협정을 운영하는 국제기구에서는 동 협정의 신뢰를 보장하고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 추가 지침을 개발하여 준수하도록 요구한다. 이상 현재 운영되고 있는 ISO 9000시리즈 규격 기반의 경영시스템에 대한 적합성평가 시스템을 개괄적으로 설명했다.

다음호에서는 재난관리표준과 재난관리 제도의 운영특성 및 관련법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검토하고 이를 상기의 내용에 반영하여 우리나라 실정에 적합한 적합성평가제도를 설계해보고자 한다. 이러한 시도의 결과는 우리 실정에 적합한지 여부에 대한 다양한 각도에서의 검증을 거쳐 제도구축의 기반자료로 활용될 것이며, 또한 국제표준화기구에서 규격과 제도 개발에 참여할 때 아국의 입장을 주장하는 근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