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월드텍 노영곤대표

얼마 전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일본의 초난강이 주연으로 나와 관심을 끈 ‘일본침몰’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거대 지진에 의해 일본이 멸망한다는 상당히 공상적인 내용이지만, 2004년에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생긴 쓰나미(일본어로 지진에 의해 발생하는 해일)로 16만8,000명이 희생되며 육지를 초토화 시키는 것을 보면 불가능한 일도 아닌 것 같다. 이처럼 일본사람들에게 지진은 개개인의 생사만이 아닌 국가의 존립에 관한 심각한 재해로, 지금도 매일 수차례씩 지진이 발생하고 있으며 역사적으로 수없이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입고 있다.

 그러며 이러한 지진은 어떻게 발생하는 것일까? 어떠한 재해가 있으며 대책은 있는 것인가? 우리나라는 안전한 것인가? 등등 지진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는 우리에게는 생소한 것으로 궁금한 것이 많을 것이다. 이에 따라 필자는 4회에 걸쳐 지진에 관한 기초적인 상식과 다른 나라의 지진피해 등을 고찰하여 지진재난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지진은 어디서 발생하며 원인은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지진에 대한 피해가 거의 없는 지진 안전국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주변은 그렇지 않다. 일본·대만·중국·러시아는 지진 다발국으로, 1995년 일본 고베(규모 7.2/6,434명 사망), 러시아 사할린(규모 7.5/1,989명 사망), 1996년 중국 윈난(규모 6.5/322명 사망), 1999년 대만 타이중(규모 7.6/2,400명 사망) 등에서 거대 지진이 발생하여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입었다.

(그림1) 세계 지진 분포(1964~1982년, M4이상)    (그림2) 맨틀의 대류에 따른 프레이트의 이동.

특히 일본과 대만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지진 국가이다. 그럼 이렇게 지진 다발국 혹은 안전국이란 분류는 어떻게 하는 것인가? 그것은 과거 지진 발생을 추적해 보면 예측 가능하여, 과거 세계의 대규모 지진을 조사한 <그림1>을 보면 지진이 발생하는 곳이 일정한 띠를 형성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3)Wegener에 의한 대륙 이동설.

베게너의 ‘대륙이동설’과 모건의 ‘판구조론(Plate Tectonics)’에 의하면, 지구의 표면은 5~50km 두께의 여러 판들로 구성되어 있어, 이러한 판이 그 밑의 고온의 점성이 있는 맨틀의 움직임에 따라 움직인다고 한다. 이러한 맨틀의 움직임은 <그림2>와 같이 가장 무겁고 뜨거운 지구의 핵과 상대적으로 차가운 지구 표면 간에 맨틀에 의한 대류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으로, 이러한 대류현상에 인한 판의 이동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대륙은 많은 시간에 걸쳐서 현재의 모양을 갖추었다고 한다<그림3>.

이러한 판들의 이동 중 서로 부딪친 결과로 서로의 판이 융기하거나 침강됨으로써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산(해발 8,844m)을 포함한 ‘히말라야산맥’, ‘알프스산맥’, ‘로키산맥’과 세계에서 가장 깊은 ‘비티아스 해연(11,034m)’을 포함한 ‘마리아나해구’, ‘오가사와라해구’ 등이 생긴 것이다. 또한 판들의 부딪침으로 거대한 에너지가 발생하여, 어느 순간 이 축적된 에너지가 포화상태가 되면 판이 서로 미끄러지면서 에너지가 발산되는 것이 지진이다.

즉 판이 부딪치는 곳이 지진이 발생하는 지역인 것으로, <그림1>의 지진 발생지역을 따라 구분을 하면 각각의 판을 유추할 수 있어 <그림4>와 같이 분류되고 있다. 다시 말해 지진은 기본적으로 이러한 판이 만나는 곳에서 발생한다고 보면 된다.

(그림4) 판구조론에 의한 대륙의 분류

우리나라는 유라시아판의 안쪽에 속해 있고, 지진이 많은 일본은 유라시아판과 태평양판, 북미판, 필리핀판이 만나는 곳으로 판의 집합장소이다. 대만 역시 유라시아판과 필리핀판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일본이나 대만은 이러한 판의 만남으로 생겨난 곳으로 판의 만남을 고맙게 생각해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에 따라 필연적인 지진의 저주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편 중국이나 우리나라와 접한 러시아 지역은 유라시아판의 안쪽에 있어 지진이 없을 것 같지만, 오랜 기간 동안의 판들의 부딪침으로 판 내부에 균열이 생겨 그 균열에 축적된 에너지가 발산되어 지진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균열을 단층(특히 지진이 활발히 발생하는 것을 활단층이라고 한다)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곳에서의 지진의 특징은 지진의 빈도는 극히 적은 반면, 오랜 기간에 걸쳐 축적된 에너지가 일시에 방출되기 때문에 규모가 크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에서 보면 우리나라도 판과 판의 인접지역은 아니지만 단층이 형성되어 있어, 지진에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단지 일본의 잦은 지진이 에너지를 소모해주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큰 지진의 피해가 없었다고 생각된다.

지진을 표현하는 용어
지진에 대한 방송을 보면 “M7.2의 지진이 발생하여 인명 및 재산피해가 발생했습니다.”라는 식으로 지진 규모를 ‘M’자 뒤의 숫자로 표시한다. 여기서의 ‘M’은 규모를 나타내는 ‘Magnitude’의 머리글자로 지진의 에너지양을 나타내는 관측 장소와 상관없는 절대값으로, M1.0은 60t의 TNT 폭탄의 폭발 양과 같다.

(그림5) 지진파

규모가 0.2 증가할 때마다 약 2배씩 커져 1.0증가하면 약 30배, 2.0 증가하면 약 1,000배의 차이가 난다. 즉 M4.0의 지진과 M6.0의 지진과는 감히 비교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면 무조건 위험하다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발생가능 지진 규모에 따라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어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구조물에 피해를 줄 정도의 지진은 M5.0 이상으로 가까운 거리에서 발생하였을 경우이며, 그 이하에서의 피해라면 지진의 피해라기보다는 인재에 의한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물론 M7.0 이상이면 재앙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지진의 발생 위치에 대하여 지진이 발생한 지점을 ‘진앙’ 이라 하고, 그 진앙에서 수직으로 지표면에 도달 한 부분을 ‘진원’이라고 한다. 이러한 발생 위치는 지진을 측정할 수 있는 3곳의 지진계를 이용한 3점 측정으로 알 수 있다. 지진이 발생하면 진앙을 중심으로 떨림(지진파라고 한다)이 발생한다.

(그림6) P파와 S파의 전달형태

지진계는 이 지진파의 크기와 시간을 관측하는 것으로, 관측되는 지진파에는 ‘P파(Primary Wave)’와 ‘S파(Secondary Wave)’가 있다. 이들 지진파의 이동속도는 P파가 약 7㎞/s이고 S파는 4㎞/s이기 때문에, 지진이 발생하면 <그림5>와 같이 지진계에 먼저 P파가 관측되고 어느 정도 시간 간격을 두고 S파가 관측되어 이 시간차로 거리를 예측할 수 있다.

즉 관측결과 P파와 S파의 시간차가 50초라면 진앙에서 관측소까지의 거리는 50s×3㎞/s=150㎞가 된다. P파와 S파는 진앙의 위치를 파악하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림6>과 같이 움직임이 달라, P파는 누에가 기어가는 스타일로 지면에 대해 수직으로 움직이며(종파라고 한다), S파는 뱀이 기어가는 스타일로 지면에 대해 수평으로 움직인다(횡파라고 한다).

지면에 대해 수직으로 움직이는 P파가 구조물을 위아래로 흔들기 때문에 지진피해가 더 클 것 같지만 움직임이 작아 영향이 적고, 지면에 대해 수평으로 움직이며 움직임이 큰 S파가 지진피해의 주된 원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P파가 먼저 관측되기 때문에 S파가 오기 전에 대피하면 되지만, 사실상 그 시간이 너무 짧아 효과적이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지진이 발생한 곳과 우리가 사는 곳과의 거리에 따라서 혹은 지반 등 여러 여건에 따라 같은 규모의 지진이라도 우리가 느끼는 정도는 다르다. 이러한 다른 정도를 구별하는 것을 ‘진도’라고 한다. 진도는 지진의 규모와 상관없이 지진동의 세기를 사람의 느낌이나 주변의 물체 또는 구조물의 흔들린 정도를 수치로 표현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직접적인 지진에 대한 느낌 및 피해에 대해서는 지진의 규모보다도 진도가 더 현실적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아무리 큰 지진이 발생해도 우리가 느낄 수 없지만, 작은 지진이라도 근처에서 발생한다면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일본 기상청계급(JMA scale : 1949)을 사용해 왔으나 2001년 1월 1일부터는 미국에서 시작되어 여러 나라가 사용하는 MM scale (Modified Mercalli scale : 1931, 1956)을 사용하고 있다<표1, 표2>.

지진이 건축 구조물에 피해를 주는 이유
지진이 나오는 영화를 보면 갑자기 땅이 갈라져 사람을 삼켜버리는 무시무시한 영상을 볼 수 있다. 그 영향 때문인지 몰라도 많은 사람들은 지진이 나면 땅이 갈라지며 위아래로 요동을 하여 건물이 쓰러지거나 무너지는 상황을 생각하기 쉬울 것이다.

(표1) 일본 기상청계급 진도 등급

혹은 2004년에 발생한 인도네시아의 지진처럼 거대한 해일을 지진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러한 것도 지진에 의한 것이지만 극히 한정된 경우로, 근본적으로 ‘지진(地震)’은 말 그대로 땅의 흔들림이다. 그 흔들림은 일반적으로 아주 짧은 시간동안 아주 빨리 전후좌우 어느 한 방향으로 흔들리는 것뿐이다. 이러한 흔들림이 우리에게 가장 많은 피해를 주는데, 그 원인은 물체가 원래의 상태를 유지하려는 ‘관성의 법칙’ 때문이다.

알기 쉬운 예로 운전 중 뒤에서 차에 받히면 몸이 차와 같이 앞으로 움직이는데 반해 머리는 원래자리를 유지하려고 하여 마치 머리가 갑자기 뒤로 젖혀지는 상태가 되면서 목이 다치는 것과 같은 이치로, 구조물을 받치는 땅이 갑자기 전후좌우로 흔들리면 건축물은 가만히 있으려고 하기 때문에 오히려 힘(관성력이라고 한다)이 작용되어, 이 힘이 구조물의 한계를 넘으면 구조물은 손상을 입기 시작하여 경우에 따라서는 붕괴되어 버린다.

다소 어폐가 있지만 지진이 아주 강한 힘으로 구조물을 때려 부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지면을 뒤흔들어 놓기만 하는데 구조물이 관성의 법칙에 따라 스스로를 괴롭혀 파괴되는 것이다. 또한 모든 흔들림에는 고유의 리듬(고유주기라고 한다)이 있어, 지진의 리듬과 구조물의 리듬이 맞으면 ‘공진’이라는 것이 발생한다.

인위적으로 맺어진 중매결혼보다 마음이 맞아 결혼한 연예결혼이 더 열정적이듯이, 지진의 흔들림과 공진된 구조물은 구조물 원래의 흔들림보다도 흔들림이 커져 더 많은 힘이 작용하여 붕괴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이러한 공진은 지진과 구조물을 받치는 지반과도 발생할 수 있어, 공진이 발생하는 경우 지반의 흔들림도 더욱 더 과격해져 구조물을 괴롭힌다.

반대로 지진과의 리듬이 안 맞아 엇박자형태가 될 경우에는, 오히려 큰 지진에 대해서도 구조물이 안전할 수도 있다. 지진에 대한 피해 사례 및 유형은 다음 회에 자세히 소개하기로 한다.

지진예측은 가능한가

(표2) MM scale 진도 등급

2005년에 1,069명의 사망자와 200조원의 피해를 낸 ‘카타리나’와 같이 지구온난화에 따라 거대화되어 문제가 되고 있는 태풍은 매년 일정 기간에 일정 지역으로 영향을 끼치며 이동경로가 예측되어 미리 대비나 피난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

하지만 지진은 어느 순간 갑자기 찾아오기 때문에 대비나 피난이 불가능한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아무리 큰 지진이 발생한다 해도 사전에 알 수 있다면, 피난이나 대처가 가능하여 최소한 인명의 손실을 줄일 수 있어 지진 발생을 예측하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지진 발생을 30~50년의 범위로 본다면 지진이 발생할 지역이나 규모 등에 대한 예측은 가능하나<그림7>, 최소한의 피난 가능한 시간 전의 예측은 과학이 발달한 지금도 거의 불가능 하고, 만약 예측 가능하다고 해도 확률이 너무 낮아 어설픈 예보는 이솝우화의 ‘늑대소년’이 될 가능성이 높아 감히 누구도 나서지를 않을 것이다.

일기예보가 틀려도 불평이 많은 사회에서 확실하지도 않은 지진 때문에 모든 재산을 팽개치고 급히 피난을 가라면 가겠는가? 설령 한번은 피난을 갔다고 하여도 지진이 발생 안했다면 다음번에는 설득력이 있겠는가? 어려운 일일 것이다.

지진의 사전 징후를 알 수 있다는 것으로, 동식물이 이상행동이나 신호를 보낸다거나, 전자파가 발생한다거나, 특별한 구름이 형성된다거나, 온천의 온도나 수위가 이상변화 한다는 등의 설이 있어,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연구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인정받아 적용된 것은 없다. 일본의 경우 위에서 언급한 P파와 S파의 시간차를 이용하여, TV와 라디오 등 통신수단을 이용하여 경보를 내고는 있으나, 진원에서 거리가 어느 정도 있지 않으면 시간이 워낙 부족해 성과는 미지수이다.

이상으로 지진에 대한 일반 상식을 소개하였는데, 현 상황에서는 지진을 사전에 예측하여 인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없지만, 과거의 지진피해 사례를 통한 경험적이며 공학적인 지식을 이용하여 지진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최선의 방법임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다음 호에서는 지진에 의한 피해에 대하여 상세히 살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