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의 고속도로 사고 저감책이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도로공사는 자사가 관할하는 상습안개 발생구간의 대책이 미흡하고, 터널 등의 사고발생에 대비한 제어시설과 같은 최소한의 의무설치 기준마저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동차 증가와 함께 교통사고로 인한 인명피해와 물적손실이 주요선진국에 비해 높게 나타나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국도로공사는 건설교통위원회의 올 국정감사에서 고속도로 터널 57%가 안전설비 의무이행 수칙을 지키지 않고 있으며 이로 인한 화재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배전반 내 자동소화장치 설치가 시급하며 한국도로공사(이하 도로공사)가 시행 운영중인 고속도로 사고 저감책이 제대로 기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위원들의 질문 공세가 쇄도했다.

기초 제연설비 의무규정 없어
국내 고속도로의 터널은 모두 182개소로 이중 터널길이가 1,000m 미만인 터널이 전체의 82%인 149개소에 이르고 있는 가운데, 이들 터널들이 자동화재 탐지설비나 화재발생시 질식을 피할 수 있는 제연 시설 등 화재에 대비한 기초시설이 되어있지 않아 사실상 화재사고 무방비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터널내 사고는 대형 사망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이 시종의원(대통합민주신당)은 지난 10월19일 한국도로공사에 대한 국정감사를 통해 “도로공사가 운영 중인 터널건설시 화재방재시설에 대한 지침에서 1km미만의 터널의 경우 자동화재 탐지설비, CCTV, 제연설비 등 최소한의 안정장치들이 의무설치기준에서 빠져있어 터널 내 상황에 대한 실시간 정보수집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밝히고 “사고가 발생해도 고속도로 순찰대나 고객정보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어, 화재 발생 시 초동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로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올해 6건의 터널화재사고가 발생, 1명이 사망하고 13억 원의 피해를 입은 것과 관련, 호남터널의 물적 피해 규모는 1억6천만 원에 불과했으나 제연시설이 없어 사망으로까지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강조했다.

터널 내 사고 ‘안전 불감증’

앞차가 급브레이크를 밟자 이를 피하려고 뒤따라 오던 대형트럭이 하중을 못이겨 미끌어지면서 지하차도 교각을 들이받고 3개차선을 점령해 이 일대가 극심한 교통체증에 시달렸다. 다행히 터널안이 아닌 터널 진입하기 전이어서 대형사고로 이어지진 않았다.

도로공사의 터널 내 사고에 대한 안전 불감증은 이에 그치지 않고 최소한의 의무설치기준마저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시종의원은 “도로공사는 화재를 예방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에는 턱없이 부실한 건교부지침의 의무규정 마저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고 의무적으로 설치해야할 안전설비기구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터널이 고속도로 터널 총 182개소의 57%인 104개소에 이르고 있다”며 터널방지시설 지침을 바꿔, 보다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데도 오히려 지침에 있는 필요시설 설치마저도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는 도로공사의 태도에 불만을 표출하고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배전반 내 자동소화장치 설치 시급
최근 경제발전과 더불어 시설물은 대형화, 고층화, 지중화, 터널화 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전기의 사용량 역시 나날이 증가. 이에 따른 화재발생 또한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6년도 한국전기안전공사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전기화재의 발생건수는 연간 3만1천778건에 이르고 있다.

특히 배전반은 지하철, 공동구 및 터널, 통신구, 정수장 등 인적이 드문 곳에 위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초기 소화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막대한 재산피해와 함께 2차적으로 전력이 끊기거나 통신 단절로 이어져 대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김석준(한나라당)의원은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8월 삼성전자 기흥공장 내 변전소 배전반 화재로 인한 생산설비 전력중단 사태로 까지 이어진데 대해 2차적인 피해가 수백억에서 수천억 원에 이르고 국제적인 신용도에도 손상을 입고 있다며 도공이 관리하고 있는 각 터널 내의 배전반도 조명과 환기시설, 배수시설 등 도로안전을 위한 중요한 전기시설물로 화재와 교통사고에 대비한 유독가스질식의 위험 등 심각한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 의원은 이와 관련 배전반의 대부분은 화재에 대해 무방비상태에 노출돼 있거나 간이용 분말소화기가 소량 비치돼 있는 실정으로 화재 발생 시 배전반의 폐쇄적인 특성상 진화의 어려움과 심한 유독가스로 인명피해로 이어질 소지를 안고 있다고 강조했다.

교통사고, 산업재해비용의 64% 차지
지난한 해 동안 국내 총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21만3천745건으로 사망자 수는 6천327명, 부상자 수는 34만229명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하루 평균 585건의 교통사고로 17명이 사망하고 932명이 부상당한 셈이며 약 2분 30초마다 1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으며, 1분 30초마다 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꼴이다.

이에 김석준 의원은 2005년 기준, 교통사고에 의한 사회적 비용은 9조1천2백29억원에 국내총생산(GDP)의 1.1% 규모로 2004년에 비해 6.1%(5천2백96억원) 증가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 한 뒤 교통사고비용은 지난해 산업재해비용(15조1천2백88억원)의 60.4%에 달했고, GDP 비율로 비교할 경우 미국(1.91%)에 비해 낮지만 영국(0.76%), 일본(0.83%)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높게 나타나고 있는 만큼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한편 국제적으로 비교해 보면, 2004년도 기준 OECD 가입 29개국의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수는 평균 1.7명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3.5명(24위)이고, 인구 10만명당 사망자수는 평균 9.4명인데 반해 13.7명(22위)으로 불명예스럽게도 모두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는 상태다.

상습 안개발생구간 대책 촉구
정진석(국민중심당) 의원은 고속도로에는 서해대교를 포함, 각 노선별로 안개취약구간이 83개소 정도 존재하며 이 구간은 지난 2006년 서해대교와 같은 대형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구간으로 안개사고 예방을 위해 강화된 안개대책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며 “안개발생시 시인거리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대형 사고는 운전자 과실도 있지만, 고속도로관리자인 한국도로공사가 사고예방을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 도로시설과 관리운영 측면의 강화된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국도로공사는 자사가 관할하는 상습안개 발생구간의 대책이 미흡하고, 터널 등의 사고발생에 대비한 제어시설과 같은 최소한의 의무설치 기준마저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