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관련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전선들이 도시 곳곳에 어지럽게 얽혀있는 광경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한국전기안전공사의 대처가 상대적으로 미흡해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99년 씨랜드에서 발생한 화재사고로 23명의 어린 생명이 목숨을 잃은 후 한국전기안전공사(이하 전기안전공사)는 청소년 수련시설의 전기시설 안전대책으로 정기점검을 강화, 2년에 한번 실시하던 청소년 수련시설에 대한 정기점검을 1년에 한 번씩 실시하고, 이와는 별도로 2000년부터 청소년수련시설의 전기시설에 대해 매년 전면적으로 특별점검을 실시해오고 있다.

청소년 수련시설의 경우 시설용량 75kW 미만은 일반용전기설비로 구분돼 1년에 한 번씩 전기수용설비 전체에 대해 정기점검을 하고 있는데 시설용량 75kW 이상 1,000kW 미만의 시설은 자가용전기설비로 구분, 3년에 한 번씩 수전설비(수전설비란 한전에서 공급받은 고압의 전기를 저압으로 변성해, 구내의 전기를 사용하기 위한 전기설비를 말한다.

변압기, 개폐기, 차단기, 케이블 등으로 구성됨)에 대해서 정기검사와 함께 75kW 이상의 자가용전기설비에 대해서는 안전관리대행자를 선임, 구내 배전설비 등 일상적인 점검을 수행토록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오영식 의원은 매년 실시하는 정기점검시 청소년수련시설의 부적합률은 2~3%에 그치고, 정기검사시 부적합률은 6~8% 수준에 그치고 있어 전기설비의 안전도를 어느 정도 확보한 것으로 비추어지고 있는데 대해 사후조치는 미비하다고 제동을 걸었다. 전국의 청소년수련시설에 대해 특별점검을 한 결과 정기점검·검사보다 10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정기점검 및 정기검사의 부적합률에 의구심을 표시했다.

특히 지난 2006년의 경우 전체 시설의 40.7%가 부적합시설로 판정받았으며 자가용전기설비의 경우는 부적합율이 무려 50%에 육박했고 올해 역시 25% 이상이 되는 것으로 조사, 개선기미가 보이지 않는 다는 입장을 보였다. 게다가 2007년 기준으로 부적합 판정을 받은 시설 174곳 중 64%에 해당되는 111곳의 시설이 2년 연속 부적합 판정을 받는 등 점검 이후 시설 개선이 전혀 이루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2년연속 부적합 판정 12곳
900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청소년 수련시설 중 2년 연속 부적합 판정을 받은 시설도 12곳이 되며 이중 대부분이 누전에 의한 것으로 행정자치부 화재통계연보에 나왔듯 전기설비에 대한 안전 확보가 시급한 과제임에도, 점검결과가 사후조치로 전혀 이어지지 않고 있어 대형 인명피해가 우려된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정기점검·검사와 특별점검의 부적합률 차이가 발생하고, 시설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 원인은 75kW 미만의 일반용전기설비는 정기점검이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75kW 이상의 자가용전기설비의 경우 구내배전설비가 정기검사에서 제외되어 있기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06년 이후 특별점검결과 부적합률이 높은 사유는 청소년수련시설의 안전관리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청소년수련시설협회와 협의에 의해 시설개선에 중점을 둔 점검실시에서 기인하고 있다.

전기안전공사의 해명 및 문제점

안재열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은 2년연속 부적합 판정을 받은 시설이 12개소에 이른다는 지적과 관련, 판정기준이 엄격해진 탓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전기안전공사는 특별점검은 정기점검 대상이 되지 않는 자가용전기설비(75kW 이상 1,000kW미만)까지 포함, 검사대상에서 제외되어 왔던 자가용전기설비(75kW 이상 1,000kW미만)의 구내 배전설비까지 점검 항목에 포함했기 때문이며 점검 및 검사는 연중 행해지는 반면, 특별점검은 취약시기에 집중점검(5월~6월)하기 때문에 부적합 율이 차이가 발생한다고 해명했다.

또 부적합 판정기준도 정기점검의 경우 그 기준을 완화, 직접적인 안전에 영향이 미치지 않는 사항에 대해서는 구두를 통한 계도(啓導)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특별점검은 시설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부적합 여부를 좀 더 엄격하게 판정하기 때문에 부적합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오영식 의원은 이와 같은 공사의 주장은 모두 근거가 약하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위한 진단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우선 같은 시설에 대해 정기점검시 2~3%정도에 불과했던 부적합률이 특별 점검시에는 20~30%로 10배 이상 증가하는 것은 공사의 정기점검 업무가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의 반증에 불과하며 전기시설이라는 것은 설비의 특성상 항상 안전한 상태로 유지돼야 하는데, 점검시기가 다르다고 부적합율이 10배 이상 격차가 발생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 의원은 안전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 정기점검은 구두로 계도하는 반면, 특별점검은 시설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부적합통지를 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특별점검 결과 부적합사유 대부분이 누전, 누전차단기 작동 미비 등으로, 이는 결코 작은 결함에 해당되지 않을 뿐 아니라 만약 정기점검시 이를 발견하고도 구두로 통보하는데 그쳤다면 기존의 정기점검이 형식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특별점검 결과 청소년 수련시설의 부적합도가 매우 높게 나타나는 요인이 검사대상에서 제외되는 구내배전설비가 포함되었기 때문이라면, 특별점검을 통해 구내 배선설비 관리가 취약하다는 것을 인지한 공사가 제도 보완을 통해 적절한 대안을 마련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후속조치를 마련하지 않은 것은 공사가 업무를 방기해 왔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피력했다.

한국전기안전공사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기화재 발생건수는 연간 3만 1천 778건에 이르며, 초기 소화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막대한 재산피해와 함께 2차적으로 전력이 끊기거나 통신 단절로 이어져 대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청소년수련시설 안전 취약
지난 `99년 씨랜드 참사로 인해 23명의 어린 생명을 화마(火魔)로 보낸 후 청소년 수련시설에 대한 정기점검 기준을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점검 실시 결과 여전히 상당수의 청소년 수련시설이 여전히 전기시설의 안전대책이 취약한 것으로 이번 국정감사 결과 도출됐다.

특히 75kW 이상의 자가용전기설비를 갖춘 경우 안전관리대행자가 시설을 관리해야 한다는 이유로 일반 구내 배선은 정기점검 및 검사대상에 제외돼 있어 `06년의 경우 부적합 률이 50%에 육박할 정도로 안전에 취약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더구나 안전관리 대행자의 안전관리 업무가 매우 취약하다는 것은 이미 국회차원에서도 수차례 지적받아왔으며, 2000년부터 특별점검을 실시해 왔기 때문에 구내 배선시설의 관리가 취약하다는 점을 전기안전공사에서도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이에 필요한 후속대책을 취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라는 견지다. 정기점검은 법정강제사항으로 부적합시설의 경우 사후조치를 취하도록 돼 있으나, 특별점검은 법적 근거가 없어 부적합 시설을 발견했더라도 이에 대한 사후조치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또한 매년 정기점검과 특별점검이 같이 실시되고 있으나 부적합한 시설에 대한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지 못한 것은 현행 정기점검이 지나치게 형식적으로 이루어져 부적합시설을 제대로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어 강제성도 없는 특별점검으로 안전공사의 인력과 예산만 낭비하기 보다는 정기점검의 점검기준을 특별점검 수준만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언제든 대량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청소년수련시설의 전기설비에 대한 안전관리 강화가 자칫 국민의 불편함을 증가시키거나 규제 강화로 국민들에게는 인식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만큼 후속조치 마련시 국민의 불편함이 최소화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안전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 로 보인다.

공사로서의 역할 책임 다해야
자연재난이건 시설물 재해이건 한번 사고가 발생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과 각급 공사들의 안이한 대처가 이번 국감에서 수면 위로 부상했다. 모든 시설에 있어 안전관리에 최우선을 둬야 할 공사들이 즉각적인 사후조치가 필요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조치가 미흡했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 했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아파트 단지의 경우 가스관련 시설이 노후화로 사고 위험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관리인들은 신규 시설 개선을 위한 투자를 꺼리고 있는 데 따른 사고 위험은 높아지고 있고 가스누출과 같은 시설 부적합 사유가 발견돼 관리인과 지자체에 이를 통보해도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문제점이 거론되기도 했다.

향후 재난관리기관인 각 공사들은 꾸준한 정기점검과 시급한 개선이 필요한 직접적인 사고요인에 해당되는 경우, 시설개선 주체가 보완조치와 함께 보완공사를 실시함으로써 사후 일어날 수 있는 1%의 확률에도 최종 책임 공사로서의 적극적인 역할과 행동철학을 숙지, 내년 국정감사에서는 지적사항이 나오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