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표준화기구(ISO)의 재난관리표준화 기술위원회인 ISO/TC223(Societal Security)의 제4차 정기총회가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World Forum Convention Center에서 11월 14일부터 16일까지 3일간 개최되었다. 14일 오전 9시에 시작한 1일차 총회에서는 의장인 스웨덴의 크리스터 쿰린 대사의 개회선언에 이어 참가국 대표들의 인사말이 있었고, 한국은 이영재 교수(한국BCP협회장)가 8명의 한국 대표단을 소개했다.

이어서 지난 5월 미국(올랜도)에서 개최된 3차 총회 이후의 활동결과에 대한 각 작업반(WG)의 보고가 있었다. 1차 총회가 끝나자 현재 개발 중인 ISO/PAS 22399 재난관리 가이드라인(Societal Security-Guideline for incident preparedness operational management, 약칭IPOCM)의 수정 검토와 그 밖의 4개 신규제안(NP)에 대한 규격문서화 작업이 작업반별로 진행되었고, 18일에 열린 2일차 총회를 끝으로 4차 총회가 종료되었다.

한편 총회 개최 하루 전인 13일에는 재난관리 분야 최초의 국제표준인 ‘IPOCM의 재난피해와 복구시간을 최소화하는 시스템 구축 개념’에 대한 설명회가 같은 장소에서 열렸다. 이번 회의에는 32개 정회원국 중 23개국에서 파견한 110여명의 대표단을 비롯하여 UN/DP(United Nations/Devel opment Program), UN/ISDR(International Strategy for Disaster Reduction), ASIS International, PMI(Project Management Institute) 등 4개 Liaison group(유관 기구)의 참관인들이 참석했다.

ISO/TC223 4차 총회 모습. 이번 총회에서는 IPOCM의 활용을 구체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TSO(전술상황대처계획), SSA(재난정보공유체계)등의 새로운 기법이 제안, 검토되었다.

한국의 ‘재해경감기업자율지원법’ 화제
한국에서는 한국BCP협회 정영환 사무총장(Head Delegat ion, ISO/TC223 한국대표), 동국대 이영재 교수(한국BCP협회장), 한려대 류지협 교수, 소방방재청 한상만 사무관, 기술표준원 박정우 연구원, 동국대 이성일 연구원, 사면경감협회 강휘진 위원이 참가했다.

ISO/TC223 총회는 의견 취합의 속도가 빠르고 우호적으로 진행되었다. 911테러, 남아시아지역의 대규모 지진해일 피해 등과 같은 대규모 재난에 지구촌 가족이 공동으로 대처하자는 참가국들의 의지가 회의장 분위기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는 생각이다.

일본과 중국 등 몇몇 나라의 대표단은 한국의 ‘재해경감을 위한 기업의 자율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의 제정과 시행계획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며 의견교환을 요구해왔다. 우리나라의 발 빠른 표준화활동과 법적·행정적 뒷받침이 재난관리 분야에서 국제적인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분위기다.

세계최초로 한국서 현장적용한 IPOCM(안) 결과 발표

정영환 ISO/TC223 한국대표(한국BCP협회 사무총장)는 차기총회의 서울 유치가 최종 확정된 후 인사말에서 "내년 5월에 열리는 5차 총회를 성공적으로 진전시켜 '안전한 세계, 평화로운 지구(Safe World, Peaceful Earth)' 구현에 공헌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한국대표단은 이번 회의에 참석하여 재난관리 국제표준인 IPOCM(안)의 세계최초 현장적용 결과를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IPOCM의 현장적용을 위해 지난 7월부터 한국BCP협회를 중심으로 산학연 전문가들이 모여 평가항목과 평가지침을 개발하고, 지난 10월에는 29일부터 30일까지 2일간에 걸쳐 미국의 Dr. Marc Siegel(샌디에고 주립대 교수, IPOCM개념 창안자)를 초청하여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의 준비를 했으며,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와 민간기업에 적용한 바 있다.

평가항목은 정책, 계획, 시행 및 운영, 성과 평가, 경영진 검토 등 5개 대항목과 22개 세부항목에 대하여 이루어졌으며, 평가결과 IPOCM을 민간기업에 적용하기에는 큰 문제가 없으나 공공분야에서는 성과평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항목에서 규격의 수정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되어 결과 발표에 따라 이번회의에서 규격초안의 수정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 결과는 우리나라의 ISO회원기구인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을 통해 ISO/TC223에 공식문서로 통보되었다.

내년 서울서 열리는 5차 총회 개최방법도 논의
또한 한국 대표단은 차기 5차 총회를 서울에서 유치하기 위해 각국의 대표단에게 유치의향을 전달했으며, 의장단과도 구체적인 개최 방법에 대해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 차기 회의는 2008년 5월 20일부터 23일까지 3일간 COEX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총회 유치는 2일차 총회인 18일에 최종 결정되었다.

한편 대표단 사이에서는 서울총회 유치를 계기로 근년 들어 대규모 홍수피해가 잦아지고 있는 북한을 재난관리표준화활동에 참석토록 유도하고 참석비용 지원 가능성을 검토해 보자는 의견도 제기되었다. 이번 총회 이후 재난관리 국제표준이 구체화됨에 따라 ‘재해경감을 위한 기업의 자율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거하여 2008년도부터 시행 예정인 ‘재난관리우수기업인증제도’는 ‘IPOCM 규격안을 기반으로 하는 시범인증’의 형태로 시행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행정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