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재난구호활동 등 사회공헌 활동을 시작한지 10여년이 지나고 있다. 그동안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은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형태로 발전해 단순한 물품이나 기금모금 수준을 넘어서 사회와 공감하고 소통하는 밀착형 활동으로 확대되고 있다.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 중 재난구호 활동의 동향과 그 구체적 사례를 소개한다.

과거 기업들은 제품의 우수성과 세계적 우위, 탄탄한 자본력과 기술 그리고 임직원의 만족도 등을 기업 이윤창출 확대를 위한 발전 요소로 간주하여 윤리경영 및 사회공헌과 같은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굳이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지 않아도 기업 성장에 있어 큰 타격을 입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다.

기업만을 생각하는 이기적 경영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없다는 것을 기업과 소비자 모두가 인식하고 있는 것.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의견과 권리를 받아주고 자발적으로 사회문제 해결에 참여하는 기업들에게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이 같은 사회적 인식의 변화로 기업들은 자사의 이익과 이윤 추구 중심에서 벗어나 사회복지와 재난 발생으로 인한 응급 및 구호 활동 등 사회공헌 활동에 초점을 맞춰 적극적으로 행하고 있다.

사회공헌 활동, 사회와 소통하는 밀착형으로 확대
기업에 대한 사회의 기대와 요구가 더욱 적극적이고 구체화되어 가면서 기업은 전문 인력과 조직을 갖추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삼성은 이미 1994년부터 삼성사회봉사단 발족과 동시에 각 사별 사회봉사단을 조직하고 회사별 대표 공헌 활동 프로그램을 추진해 왔으며, 포스코는 보다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활동을 위해 2003년 5월 포스코 봉사단을 창단했다.

응급 및 재난구호 활동을 위한 기업들의 지출은 다른 분야에 비해 매우 적은 반면, 같은 성격의 국제적 구호활동에의 지출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기업들은 국내 재난 발생에 대한 대비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말고, 이분야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재난은 언제 어느 규모로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다. 사진은 기업들의 국제구호 활동 모습.

한화 사회봉사단은 지난 2002년부터 사회공헌 활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해 오고 있으며, 이 외에도 이랜드, CJ, KT, SK 등 여러 기업들이 봉사활동을 포함한 독창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기업내 이 같은 사회공헌을 위한 전문적 단체들이 생겨나면서 활동 범위도 다양해 졌을 뿐만 아니라 활동 비용도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에서 실시한 ‘2006년 기업 및 기업재단 사회공헌 실태조사’에 따르면, 주요기업들이 지난해 지출한 사회공헌 비용은 1조 8000억 원을 넘어섰다. 이는 2005년 1조 4000억 원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2000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또한 일회성 기부 형태 보다는 자사 사업 분야와 관련 있는 사회공헌 프로그램 지원에 초점을 맞춰 사회공헌 활동을 함으로써 그 효과성을 높이고 그에 따른 책임을 더 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기업의 성격에 따른 자체 프로그램 운영은 같은 비용을 투자하면서도 회사의 업종을 살리고 특화된 프로그램으로 접근해 사업에 대한 이해와 기업 이미지 연결이 자연스러워, 궁극적으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효과를 높이고 ‘선한’ 기업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 적극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활동인 것이다.

상대적으로 소홀한 재난구호 분야
기업들이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하는 범주는 응급 및 재난구호를 비롯해 사회복지, 의료보건, 교육·학교·학술연구, 문화예술 및 체육, 환경보전, 국제구호활동, 농촌지원활동 등 다양하지만 활동영역은 매우 편중돼 있는 편이다.

앞서 말했듯이 사회공헌 활동에 쓰이는 비용은 점점 증가추세를 보이는데 반해, 전경련에서 조사한 ‘2006년 기업 및 기업재단 사회공헌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급 및 재난구호에 투입된 활동비용은 전체의 1.3%에 불과했다. 각각 27%, 23.2%를 차지한 사회복지분야와 교육·학교·학술연구 분야에 비하면 매우 적은 편이다.

그나마 2002년에는 태풍 ‘루사’로 인한 피해가 커 5.4% 정도를 지출한 것을 제외하면 1998년 2.2%, 2000년 0.1%, 2004년 1.3%, 2005년 1.5%, 2006년 1.3% 등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사회공헌 활동에서 학술과 복지 분야는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상이변 등으로 발생하고 있는 이상재해로 인한 피해가 꾸준히 증가하고 규모 또한 커지고 있는 만큼 그와 관련한 재난구호 분야에의 투자도 시급한 실정임을 기업들은 아직까지 느끼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아이러니한 것은 국제구호 활동 분야에의 지출은 점점 증가해 1998년 0.4%에서 지난해에는 2.2%로 늘었다는 것이다. 기업들의 이러한 지원 활동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제적 인식을 고려해 국내 상황에 소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재난구호 분야에의 미흡한 투자에 대해 국내 기업 사회봉사단의 한 관계자는 “재난 발생 규모에 맞춰 투자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들어서는 대규모라 할 수 있는 재난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재난은 국제적 재해에 비하면 작은 피해로 간주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둘러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상당수의 기업들이 재난구호 분야쪽으로 눈을 돌리는 등 편중돼 있던 사회공헌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 중심으로 재난 구호활동 급 확산
재난구호 분야에서의 사회공헌 활동은 자원봉사 활동이 주축이 된다. 별도의 대규모 자금 투자 없이도 임직원들의 전문성과 노동력, 자발적인 동기를 부여하는 자원봉사 활동은 사회복지 및 의료봉사, 국제구호, 농촌지원, 응급 및 재난구호 등의 분야에서 그 활약이 두드러진다.

사회공헌 활동은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인식이 현실화되어 가면서 진정성을 보이는 기업의 다양한 활동들이 신뢰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11월 1일 여린 '국제사회 사회공헌 활동의 현황 및 쟁점'에 관한 국제포럼.

특히 기업의 자원봉사 활동이 집중되는 때는 국가적 재난·재해가 발생했을 경우다. 현대·기아자동차의 경우 2005년 11월 재난구호 전문 봉사단을 창단하고 각 계열사 별 상시 자원봉사단 활동과 별개로 국가적 긴급 재난 시 그룹 차원의 구호 및 복구지원 활동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구호 활동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재난구호봉사단은 상시적인 조직체계를 갖추고 어느때라도 재난현장에 투입될 수 있도록 전문 봉사단원 육성에도 노력하고 있다. 삼성은 재난구호활동 분야에서는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긴급 재난구호시스템을 가지고 임직원들과 함께 피해지역을 방문해 재난구호활동에 매진했다.

포스코는 그룹 내 결성된 400여개의 소규모 봉사그룹들이 상시적으로 재난 지역을 방문해 두 팔을 걷어붙이고 복구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피해지역 주민을 위한 물품지원과 성금모금 등도 중요하겠지만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피해지역의 복구지원과 구호 활동에 힘을 쏟는 임직원 자원봉사는 현장 접점에 투입되어 기업을 알리고 일반 시민과 함께하는 가장 적극적인 기업·시민적 활동이 되고 있다.

일부에선 ‘보여주기 활동’ 이란 비난도
한편, 일부에서는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에 대해 전문성과 마인드가 부족한 자사 홍보를 위한 구색 맞추기에 불과한 행동이라고 비난한다. 사실 기업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방법으로 사회공헌 활동만큼 영향력이 큰 것도 없다.

기업에 대한 신뢰와 이미지는 그간 이뤄놓은 성과를 배가 혹은 축소시킬 수 있는 경영적 요소로 강력하게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복구 작업과 같은 재해구호 활동 시 ‘수박 겉핥기 식’의 행동을 일삼는 이들이 간혹 눈에 띄는 경우가 있다.

‘봉사활동에 참여는 해야겠고, 막상 하려니 내키지 않는’ 심리적 요인이 크겠지만, 이는 보는이들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하며 기업 이미지 하락에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삼성사회봉사단의 우용호 차장은 “사회공헌 활동은 기업에서 당연히 맡아야하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또 “최근 사회공헌 활동은 대부분의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다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일이니 만큼 활동한 것은 제대로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일부 모습들로 인해 기업의 봉사활동 의미가 변질되는 것 같아 아쉽다.

더군다나 활동 모습들이 과장되어 보도되는 것도 기업에서는 바라는 것은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기업들이 사회공헌 활동을 선정하는데 있어 특성에 맞는 사업영역을 선정해 꾸준히 수행함으로서 사회공헌에 대한 진정성을 소비자들에게 보일 때 비로소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재난구호 활동 투자 확대해야
이러한 의미에서 한국 기업의 사회공헌은 새로운 전환점을 모색할 시기에 이르렀다.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인식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개별적이고 단발적인 시혜적 성격의 사회공헌이 주류를 이뤘다면 지금부터는 사회적 문제에 도전하는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추진해야 한다.

자원봉사 및 구호물품 지원이 주축이 되는 재난구호 분야 활동은 기업의 임직원들의 전문성과 노동력, 자발적 동기로 이뤄진다. 별도의 큰 자금이 필요치 않아 국내 기업 내에서 자원봉사 활동은 그 활약이 두드러진다.

특히 사회복지 및 교육·문화 분야에 집중되었던 활동 분야를 응급 및 재난구호 분야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은 예고 없이 크나큰 재앙을 불러올지 모른다. 사후복구 활동과 더불어 재난 발생 대비를 위한 사전예방 활동에도 주력하기 위해선 재난구호 분야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함은 자명한 일이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동기와 참여, 그리고 자율적인 수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기업이나 임직원 그리고 소비자 측면에서도 반가운 일이다. 기업은 ‘선한’ 이미지 제고에 효과적일 것이고, 임직원은 사회공헌 활동에 있어 자부심을 느끼며, 소비자는 이러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신뢰를 쌓아가며 제품 구입 하나에도 만족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사회에 희망의 길을 안내해주는 동반자로서 시민과 함께 하고 싶다는 기업의 의지가 사회공헌 활동으로 표현 될 때 기업은 이미 그 속에서 진정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