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월드텍 노영곤 대표

리히터 규모 최대 지진_ 칠레 서해안 해저지진(M9.5)
역사상 관측된 최대의 지진은 1960년 5월 22일 칠레 서해안의 해저에서 발생한 M9.5의 지진으로,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 4만개 위력의 상상을 초월하는 대지진이었다. 이로 인해 칠레에서 1,743명이 희생되었고, 태평양 반대편의 일본에 까지 6m 높이의 쓰나미(지진에 의한 해일)가 발생하여 142명이 사망하는 등 태평양 연안의 모든 국가에 쓰나미 피해를 입힌 지구규모의 재앙으로 기록되고 있다.

이때 쓰나미의 전파속도는 시속 600km를 넘어 15,000km 거리의 태평양을 단 22시간만에 건너 일본에 도달했다고 한다(그림1). 이 피해로 일본은 자국 내의 지진만이 아닌 태평양 연안의 지진을 포함한 쓰나미 경보네트워크를 구축하게 되었고, 이러한 국제적인 쓰나미 경보네트워크에는 1949년에 설립된 ‘하와이 태평양 쓰나미 경보센터(Pacific Tsunami Warning Center : PTWC)’ 등이 있다.

다음으로 큰 지진도 해저지진으로, 기억에도 새로운 2004년 12월 26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연안에서 발생한 M9.3의 지진이다. 이 때 발생한 쓰나미는 인도네시아(16만8,000명 사망)만이 아니라, 인도(12,407명 사망), 스리랑카(31,229명 사망) 등 22만명 이상의 사상자를 내며 인도양 주변국을 초토화시켜 세계를 경악케 했다(사진1).

<그림1> 칠레 지진에 의한 쓰나미 도달 시간(출처 Wikipedia) <사진1> 인도네시아 지진에 의한 쓰나미 피해국(출처 Wikipedia)

피해 지역의 해발이 낮고 해안가가 주요 주거지역이었기 때문에 많은 인명피해를 입었다. 이 지역은 역사적으로 지진다발 지역으로 최근에도 거대지진이 발생(2005년 M8.7, 2007년 M8.4)했음에도 불구하고 반복적으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알면서도 대처할 수 없는 열약한 경제력의 문제로 안타깝기만 하다.

이와 같이 해저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쓰나미를 동반하여 주변국에까지 많은 피해를 주는데, 쓰나미는 지진으로 해저면의 단층이 움직임으로써 그 주변 해수에 상하운동을 일으켜, 이로 인해 생긴 파도가 진원을 중심으로 사방에 전파되어 해안가에서 해일로 변하여 피해를 주는 것이다.

쓰나미가 무서운 이유는 파도의 전파속도가 TGV보다 빠른 시속 300~800km이기 때문으로, 진원지에서는 미약한 파도라도 해안가로 가면서 얕은 바닥면과의 마찰이나 주변 지형에 의해 속도가 늦춰져 뒤따라오는 파도와 겹쳐지면서 심한 경우에는 높이가 수십 미터가 넘는 해일이 되어 해안가를 덮치게 된다.

즉 쓰나미는 빠른 전파속도에 의해 해안가에서 거대화 되는 것으로, 영화 ‘포세이돈 어드벤처’처럼 원양에서 거대한 쓰나미가 배를 전복시킬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된다. 일반적으로 쓰나미의 규모는 지진규모에 비례하나, 지진규모가 작아도 큰 쓰나미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어, 해저 지진에 대해서는 항상 주의가 필요하다.

여담으로, 인도네시아 지진피해에 대한 각국의 인적 물적 원조도 활발하여 모금만도 42억불(4조4,000억원)이나 되었는데, 우리나라도 일본의 5억불 지원에 처음 500만불에서 5,000만불을 원조하겠다고 큰소리를 쳤으나, 결국 610만불로 줄였는데 그마저도 295만불만 지원하고 나머지는 미납해 국제적인 망신거리가 되고 있다. 국가가 너무 내적인 시야만 갖고 있어 세계와의 공생구조에서 뒤쳐지는 것에 한숨만 든다.

<사진2> 샌프란시스코 지진에 의한 화재 피해 <사진3> 동경 지진에 의한 화재피해 <그림2> 동경 지진에서의 화재 연소 상황(빨간 부분이 화재 피해지역)

최악의 지진_ 중국 섬서성 지진(83만여명 사망)
역사상 최악의 지진은 1556년 1월 23일 중국 섬서성(陝西省)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지진 추정규모는 M8 정도이며 약 83만명이 사망했다. 인명피해가 큰 이유는 이 지역의 거주방식이 야오동이라고 하여 산의 사면에 굴을 파서 생활하기 때문으로, 야외 활동하기 이전의 아침시간대에 굴의 붕괴로 매몰되어 이와 같은 큰 재난이 발생한 것이다.

지금도 중국에서는 이러한 거주방식으로 4,000만명 이상이 살고 있다고 하니, 다시 이와 같은 지진이 발생한다고 생각하면 끔찍한 느낌이 든다. 다음으로 피해가 큰 지진도 중국으로 1976년 7월 28일 하북성(河北省)에 있는 중국 유수의 공업도시인 당산(唐山)에서 발생한 지진(M7.8)으로, 새벽 3시 잠든 상태에서 지진에 약한 벽돌집의 94%가 무너지며 24만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하나, 60~80만명이라는 설도 있다.

이처럼 통계가 엉망인 것은 당시 중국이 문화혁명으로 외부와의 출입을 차단했기 때문이며, 또한 외국의 원조를 거부하여 피해를 더 키웠다고 하여, 지도자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이 두 지역의 공통된 특징으로는 지진이 많이 발생하는 대륙의 판과 판이 만나는 곳이 아닌 판의 안쪽에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이런 곳은 지진이 드문 지역이나 지진이 발생하였다는 것은 판의 내부에도 단층이 있어 수백년에 걸쳐 힘이 응축되다가 한계를 넘어 단층이 미끄러지면서 응축된 힘이 일시에 발산되었다는 것으로, 이러한 지진은 역사적으로 자주 일어나지 않는 정말로 준비하기 어려운 지진인 것이다.

중국이 우리나라보다 판 내부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큰 지진이 발생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우리나라도 안심할 수만은 없는 것 같다. 다만 이런 지진은 다른 지진과 달리 대지진 발생 전에 많은 징조를 보여, 확실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예측가능하다고도 하나 증명된 것은 없다.

그 외로 많은 인명 및 재산피해를 발생한 지진 피해 유형은 위에 소개한 인도네시아 지진과 같은 쓰나미에 의한 피해와, 1906년에 발생한 샌프란시스코 지진(M8.3, 1,000명 사망, 사진2)과 1923년 발생한 동경 대지진( M7.9, 14만명이상 사망, 사진3)과 같은 도심형 재난이다.

동경 지진 시 재일조선인 학살을 그린 삽화. 붙잡혀가는 한복 입은 재일조선인의 모습과 아래 부분에 집단 학살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도심형 재난의 특징 중의 하나는 지진에 의한 직접적인 피해만이 아닌 2차적으로 발생하는 화재에 의한 재난으로, 도로가 유실되고 전기와 수도가 사용불능이 되어 진화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큰 재난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1995년 고베 지진의 경우와 같이 이런 재난은 현재에도 대도시에서 반복될 확률이 매우 높아 대책이 절실히 필요하다.

화재에 의한 최악의 피해를 본 동경대지진의 경우, 당시 일본의 건축물이 목조가 대다수이며, 서민 주택은 나가야(長屋)라고 방과 방이 길게 붙어있는 다세대 주택으로, 마침 지진 발생시간이 점심 때(11시 58분)라 대다수의 가정에서 불을 이용하고 있어, 지진과 함께 화재가 발생하며 걷잡을 수 없이 번져 지진 발생 12시간 만에 동경을 삼켜버린 대재난이 되었다(그림2).

무너진 건물 등에 깔려서 숨진 사람보다 화재로 타죽은 사람이 더 많아, 이러한 화재에 의한 재난이 또 다른 비극을 불러온 계기가 되었다. 내 집은 불도 안 나고 지진의 피해도 적었는데 다른 집의 화재로 내 집이 타버리고 가족이 죽었다면 어떤 기분일까? 그럴 경우 일반적으로 신속한 대처를 못한 무능한 정부에 항의하게 되는데, 그러한 분노에 대한 희생양이 제공되는 것은 고금동서 마찬가진 인 것 같다.

당시 일본정부는 “조선인이 방화를 하고, 폭동을 일으키려 한다！ 조선인이 우물에 독약을 집어넣었다！ 조선인의 배후에는 사회주의자가 있다”는 등의 유언비어를 조직적으로 유포시키고 이것을 구실로 계엄령을 선포하여, 국민의 분노를 조선인에게 향하게 하여 무차별적인 살육을 일으키게 했다(사진4).

살해당한 재일 조선인의 숫자는 가장 적은 통계에 의하더라도 2,500명이 넘고, 문헌에 따라서는 6,000명에서 1만명을 넘어 통계도 정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한술 더 떠 일본정부는 231명만이 살해되었다고 하며 사실을 축소시키고 가해자들은 집행유예나 사면으로 죄를 면했다.

힘없는 국가의 비애라면 그만이지만 너무나도 가슴 아픈 일이며, 한편으로는 우리정부가 얼마나 국민에게 이런 사실을 전하였을까 궁금하다. 필자도 일본유학 시 일본인을 통해서 비로소 알게 된 일이었고, 당시 주변에 물어 보았을 때 아는 사람이 없었다. 비슷한 일로 종군위안부가 생각나는 것은 필자만일까.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기만 하다.

1만명 인명피해·건물 3만동 파괴한 대만 치치지진
1999년 9월 21일 대만의 중부지방인 치치에서 발생한 지진은 M7.6의 규모로 사상자 2,246명을 포함한 1만명 이상의 인명피해와 건물 3만동 이상이 파괴된 대만에서는 20세기 최대의 지진으로, 저물어가는 20세기와 함께 세상을 우울하게 만들었었다.

대만은 두 개의 판이 만나서 만들어진 곳으로, 필리핀해판이 남동방향으로 매년 7~8cm이동하며 유라시아판을 밀어 올려, 그 영향으로 단층이 발달되었으며, 필리핀해판의 활발한 움직임에 의해 지진이 빈번한 지역이다.

지진은 두 판이 부딪치는 동해안 지역에서 주로 발생하고 서해안과 내륙지역은 많은 단층이 있어도 지진이 극히 드물었으나, 이번 지진은 내륙지역 단층 중의 하나가 미끄러져 발생한 것으로 단층길이가 80km나 되며, 단층주변을 중심으로 넓은 범위에 피해가 미쳤다.

국토가 좁은 대만에서는 대다수의 건물들이 1층이 상가이고 상부층이 주거인 주상복합 구조로, 특히 도로변의 1층은 인도로도 사용되어 ‘피로티 형식’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건물들은 상가로 사용되는 저층부는 기둥과 보로 구성된 라멘구조인 반면, 상층부의 거주부는 벽의 배치가 많은 라멘과 벽식의 복합구조로 이루어져, 상대적으로 상가부의 강성이 거주부보다 약하여 지진 발생 시 모든 힘을 1층 기둥이 부담하게 되는 지진에 매우 열약한 구조로, 이번 지진에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다.

<사진5> 4층 주상복합건물군의 일부 1층 붕괴 모습.  <사진6> 기둥 철근 배근 및 이음 불량  <사진7> 단층의 형성  <사진8> 단층 형성에 의한 건물 피해

특히 외관상 튼튼하고 화려하게 보이며 고급아파트로 인기가 높은 15층 정도의 철근콘크리트 주상복합 건물의 1층 기둥이 파괴되어 건물이 넘어지거나 붕괴된 사례가 많았다. 요즘 우리나라 아파트에서 유행인 피로티 형식의 주상복합 아파트에 대해서도 한번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한편 5층 이하의 소규모 주상복합 건물에서는 대만의 건축법상 인접하는 건물 간에는 간격을 두지 않고 짓는 것이 통례로, 이러한 건물군은 지진에 대하여 건물 각 동이 별개로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로서 저항하여, 규모가 큰 건물군에서는 피해가 경미한데 반하여, 규모가 작거나 형태가 일자로 길거나 ‘ㄱ’형인 경우에는 모서리 건물의 피해나 일부 강성이 약한 건물에 피해가 집중되었으며(사진5), 나 홀로 건물의 경우에는 1층 피로티 기둥의 붕괴에 의해 건물이 전도된 경우가 다수 목격되었다.

소규모 주택의 경우 벽돌을 이용한 경우가 많아 위에서도 소개했던 중국 당산지진에서와 같이 지진에 약한 벽돌구조의 피해가 크리라고 예상하였으나, 유치한 시공에도 불구하고 철근콘크리트 기둥과 보를 벽돌벽과 일체화시켜 지진에 저항하여 피해가 경미한 것이 다수 목격되어, 벽돌구조의 내진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언제나 발생하는 인재에 의한 피해 원인으로는, 기둥에서의 철근이음이 안 되었거나(사진6), 횡력에 대응하는 늑근의 보강이 부실하거나 기준과 다르게 시공되었거나, 기둥 속에 선홈통(지붕의 빗물을 배출하기 위한 관)이나 전기배관 같은 것을 매입하여 상대적으로 기둥을 약하게 하는 것 등이 있었다.

특히 기둥 속에 선홈통을 매입하는 것은 거의 모든 건물에서 발견되어 기둥 붕괴의 요인이 되었다고 판단되며, 이러한 시공은 우리나라에서도 비일비재해 설계와 시공에서 엄격한 감리 및 통제가 필요하다. 이번 지진에는 단층활동이 활발하여 지표면까지 형성되어 땅이 갈라지거나 융기되었는데, 보이는 두려움에 비해 주변 구조물의 피해가 적어, (사진 7)에서도 바로 옆의 블록벽에 거의 피해가 없고, 단층위에 있는 구조물에도 피해는 있으나 그것도 붕괴가 아닌 바닥이 기울어져 넘어지는 정도였다(사진8).

그러나 붕괴가 안 되었다고 안전한 것은 아니고 사진8의 블록벽 너머에도 송전소가 단층 위에 건설되어 피해를 입어, 대단위 정전사태가 발생하여 직접적인 지진피해가 없었던 공업단지에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끼쳤고, 그 외에도 댐이나 변전소가 단층위에 지어져 있어 피해가 확인되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위와 같은 시설이나 원자력 발전소 같이 손상 시 위험이 발생하거나 하는 중요한 구조물은 반드시 단층 위를 피해서 건설해야만 한다. 이외에도 교량의 유실·산사태 등 여러 피해가 있지만, 인명피해의 가장 큰 원인은 건축물의 붕괴로, 건축물의 내진성의 중요함이 확인되었다.

대만의 건축기준에서의 지진에 대한 평가는 지역에 따라 차등이 있는데,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내륙지방은 서해안과 함께 비교적 지진이 적어 지진이 잦은 동해안에 비해 경제성을 고려하여 완화되어 있어, 피해의 주원인이 되었다. 지진평가의 완화란 보험에서 사고 가능성이 낮을수록 보험료가 낮은 것과 같이, 지진 발생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 될 경우 건물을 지을 때 지진에 대한 힘의 크기를 경감시켜 그만큼 저렴하게 건축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가령 지진이 200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하여 건물수명 기간 동안에는 지진피해가 없을 것 이라면, 누가 돈을 더 들여 있지도 않을 지진대책을 하겠는가? 이 의미는 굉장히 중요한 것으로, 모든 나라와 지역에서 같은 지진에 대해서도 똑같은 평가를 안 하고 있다는 것으로, 경제적으로 보면 합리적이나, 실지로 지진이 발생하였을 때는 안전한 건물과 그렇지 못한 건물이 구분 되어지는 것을 뜻한다.

실지로 지진에 대하여 대만은 일본의 1/2 정도만을 평가하고 있어, 만약 일본이라면 이것보다 피해가 적었을 거라고 예상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일본의 1/3 정도로 지진에 대한 심도 깊은 평가(무조건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아닌)가 필요하며,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부실시공 등 인재에 의한 요인을 없애는 것과 함께 지진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정확한 건축기준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