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국립방재연구소 소장)

우리는 언젠가부터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말을 어디서나 듣고 읽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논의되었던 구체적 대책이라는 것이 대부분 한반도에서의 기후변화 관측과 교토의정서 합의 이후(Post-Kyoto), 즉 2012년 이후 우리나라가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해 해야 할 협상과 감축방안에 대해서만 초점을 두고 있고, 기후변화에 대응·적응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은 미흡한 것으로 판단된다.

기후변화가 우리사회에 직접적으로 그리고 가장 단기적으로 미칠 수 있는 영향이 바로 방재안전이라는 것을 우리는 지금까지 간과해 온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국립기상연구소의 올해 초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강수량 발생추이는 강수량은 증가하지만 강수일수는 줄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국지성 집중호우의 발생빈도가 커지고 강수 규모 또한 커지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최근의 호우피해가 역대 10위 내에 대부분 속하고 있음을 통해 알 수 있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대책에서 가장 우선돼야 할 것은 댐, 하천 등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위험도 평가와 홍수위험지도 제작을 통해 국가가 정비 또는 보수해야 할 시설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일 것이다.

또한 기후변화와 동시에 고려해야 할 사항은 사회구조의 변화일 것이다. 누구나 알 수 있듯이 고령화시대에서 고령시대로 전이되고 있는 우리나라는 연령별 인구의 지역별 편중현상이 심각해지고 있어, 이에 따른 방재대책이 구체적으로 수립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2004년 일본의 200명에 가까운 인명피해에서 65세 이상의 노인이 60%를 차지했다는 사실이나 올해 태풍 나리로 인한 50대 이상의 인명피해가 50%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노인들에 대한 안전대책이 별도로 강구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또한 얼마 전 발표처럼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2%에 육박하는 거주자가 외국인이라는 통계를 통해 지역의 재해특성이나 언어적인 문제로 대한민국 국민에 비해 외국인은 재해정보의 전달과 평상시 재해위험도 인지가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할 것이다.

거대한 지구촌에서의 장기적인 기온과 해수면 상승에 대한 변화도 우리가 알아야 하고 대처해야 할 문제이지만, 반복되고 더욱 위험해지는 집중호우와 태풍의 규모는 단기적이면서도 구체적으로 다가오는 위험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대처해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