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빈(극동대학교 법경찰학부 교수)

지난해 7월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 국민 23명이 무장세력인 탈레반에 의해 납치되었다가 2명은 피살되고 21명이 석방되었다. 이 인질테러 사건으로 전 국민은 분노했고, 국제사회에서도 탈레반에 대한 비난여론이 들끓었다.

과거의 테러는 자신의 정치적 이념에 상치되는 상대방 요인의 암살·납치 등으로 이해관계도 제한적이었으며, 특정한 목적을 가진 집단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특정 목표를 공격하는 양상이었기 때문에 제3자의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뉴테러리즘의 확산으로 항공기 납치, 폭파, 자살폭탄테러 등의 새로운 유형이 나타나게 되었고, 무고한 사람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 실제로 2001년의 9.11 테러 이후, 국제연합은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채택하여 각국에 테러에 대비한 포괄적인 노력을 할 것을 촉구했으며, 각국은 자국의 테러방지대책을 재정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주도하에 이라크와 아프카니스탄 등에서 알카에다 연계 이슬람 테러분자에 대항하는 공격적 군사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한편 인질테러는 어떤 개인이나 단체가 정치적·경제적·이념적·사회적·기타 특정한 목적으로 불법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무고한 사람들을 인질로 붙들어 놓거나, 그 상태를 유지하며 자신들의 요구조건들을 관철하는 테러행위를 말한다.

과거 테러 목적에는 정치적 목적, 폭력의 사용이나 위협, 심리적 충격이나 공포심, 소기의 목표나 요구사항의 관철 등이 공통 요소였으나, 최근에는 일반 폭력행위와 구별되는 테러행위의 정치적 목적이라는 요소가 매우 많이 희석되고 있는 상황이다.

테러범은 이념적으로 무장된 개인 및 집단이 대다수
인질과 관련해서, 반드시 테러행위와 관련이 없다하더라도 인질을 이용한 불법행위 유형에 대해서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인질사건은 크게 계획적인 인질사건, 우발적인 인질사건, 예상적인 인질사건으로 나누며, 인질범의 유형으로는 범죄형, 소외형, 정신질환형, 종교광신형, 수감자형, 테러분자형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특히 테러분자형은 정치, 경제, 사회, 종교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행해지는 인질범죄형태. 인질 납치는 남미의 혁명분자들이 1960년대 초에 주로 사용했던 수단으로 수감된 동료 테러범의 석방을 위한 방편으로 사용하거나 인질을 이용하여 정치적 선전 등과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전술이다.

인질 납치는 위험부담이 아주 적으면서도 정치적 선전효과는 상대적으로 높아 1970년대와 80년대는 테러의 시기라고 할 정도로 테러 문제가 세계적인 관심사였다. 이 외에도 사회적 저항이나 이념적 열광 그리고 극단적 테러분자에 사로잡혀 있는 정치적 유형과 욕구불만자, 심리불안자, 정신질환자, 사회적불만자 등에 의하여 저질러지는 심리적 유형의 인질테러 유형을 들 수 있다.

인질범들은 대다수의 경우 이념적으로 무장되어 있다. 한번 요구를 들어주게 되면 계속적으로 요구를 하게 되며 인질이 죽임을 당하게 되는 경우까지 발생한다. 동료 범인이나 정치범 등도 출옥을 원치 않는 경우에는 보호해줄 책임이 있으며, 이들의 요구조건을 들어줄 때 이것은 모든 테러단체에 보상해주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또한 국가의 공신력도 극도로 실추된다.

인질테러 발생 시 협상·강제진압 모두 고려한 해결책 모색해야
인질테러 발생 시 대응 방법으로는 크게 인질협상과 강제진압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인질협상은‘갈등 또는 이해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상호간의 이익을 얻기 위하여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이라 정의하며, 테러와 관련한 인질협상이란‘테러리스트들이 일정한 목적달성을 위하여 담보로 억류한 사람을 대테러기관이 담보로 된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범인을 설득하고 흥정하는 과정’을 말한다.

	테러로 인해 전복된 차량의 모습.

하지만 실무현장에서 인질사건에 임하는 대응방법은 다양해서 협상기법만이 유일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인질사건은 사건마다 인질범의 성격은 물론 인질, 범죄동기 등이 각기 다르기 때문인데 해결방법을 강구하기 위해 고도의 판단을 요구하고 어떤 해결방법을 선택하든 사건만 성공적으로 해결하였다면 그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 될 수도 있는 것이며 실패할 경우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인질문제는 영국의 협상가 테리 웨이트(Terry Weight)가 “인질문제에 관한 협상은 마치 빠져죽기 쉬운 유초위를 걷는 것과 같다”라고 할 정도로 극적인 면과 악성적인 면 등 극과극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어려운 것이라 할 수 있다. 강제진압은 인질사건에 있어 최종적인 물리적 강제력에 의한 사태의 해결에 있어 준비해야만 하는 대응 방법이다.

만약에‘강제진압’이라는 최후의 카드가 없다는 것이 인질범들에게 노출된다면, 인질사건의 평화적 해결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경찰측에서 물리적 강제력 동원을 위한 만반의 준비와 태세가 갖추어져 있다고 인질범이 인식한다면 오히려 사태의 협상을 통한 해결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강제진압의 가능성을 항상 열어두고 준비를 한다는 것은 곧 ‘협상능력’과 ‘지위’의 강화를 의미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테러와 관련된 인질사건은 세계 각국에서 공히 강제진압 원칙을 고수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도 테러에 관련된 인질 사건에는 그 해결방법의 대원칙으로써 인질의 안전과 함께 인질범에 대한 양보불가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총기의 제한적 휴대를 허용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대테러 업무를 주로 하는 경찰특공대보다는 일선 순찰 외근경찰관이나 형사들의 역량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현장 지휘관은 냉철한 판단으로 인질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서 강제진압은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하여야 한다. 또한 인질범이 다수의 인질을 확보하고 있을 경우, 인질의 첫 희생자가 발생할 경우는 현장지휘관은 강제진압을 고려하여야 한다.

인질범이 한명의 인질을 희생시켰을 경우,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심리로 극단적으로 다수의 희생자를 발생하게 하고 자살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강제진압 방법은 인질위기 해결 방안으로써 가능성을 항상 열어놓고 그 적지성을 심도 있게 고려해 준비해야 한다.

9.11 테러이후 꾸준히 발생하는 한국인 인질테러
다음의 <표 1>은 최근 공식적으로 발표된 테러 유형별 발생실태를 나타낸 것이다. 테러 유형별로는 항공기, 선박, 대중교통, 시설물, 인질(요인) 등 그 대상이 매우 다양하나, 주로 시설물의 폭파 및 점거로 인한 인질 담보, 인질 납치, 요인 암살 등이 주된 유형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표 2>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인 관련 인질 사건은 최근들어 계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는 국내외 테러사건에 있어서 인질의 안전한 구출을 위한 관심이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테러기관 일원화·전문가 양성 등 인질테러 대응역량 강화 시급
최근 발생하고 있는 테러사건은 과거의 발생 요소에 정치적인 부분을 포함하고 있던 개념에서 인질을 이용한 범죄까지도 함께 포함하고 있는 광의의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인질테러의 효과적 대응을 위한 대응 방안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테러담당기관이 일원화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테러방지와 그 처리에 있어서 일원화된 기구를 두지 않고 정부 각 기관이 그 고유한 업무 영역에서 대테러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대검찰청 공안기획관이 국제테러범죄조직과 연계된 위해사범 및 방해책동의 사전차단활동을 맡고 있으며, 법무부 출입국관리국이 출입국 관련 대테러 및 경호안전대책지원을 맡고 있다.

특수한 사안에 대해서는 건설교통부 항공국이 항공기의 피납방지 대책 및 대테러 예방대책 수립을, 관세청 조사감시국이 총기류·폭발물 등 테러관련 물품의 반입 방지를, 해양경찰청 경비구난국이 해상에서의 테러예방 및 진압을, 경찰청 경찰특공대가 테러예방 및 진압대책의 수립 및 지도를, 국가정보원이 테러조직에 관한 국내외의 정보 수집·작성·배포를 맡고 있다.

이상은 인질테러만이 아닌 전체적인 측면에서의 테러활동과 관련한 대응책을 나열한 것으로, 인질테러 역시 대테러방지 차원에서 일원화된 테러대응체제에 의하여 보다 효율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인질사건에 대한 교육기회를 확대하고 인질협상 전문요원을 양성하는 것이다. 인질협상이 자주 발생하면 상황처리 과정을 통해 나름대로의 대응능력을 습득해 갈 수 있지만 사실상 일선 외근요원들이 인질사건과 맞부딪칠 기회는 많지 않다.

그러므로 인질협상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경찰특공대를 포함한 관련기관과의 유기적인 실전훈련을 반복적으로 실시하여 최소한 현장지휘관은 자신이 투입할 수 있는 경력의 범위, 투입된 경력의 능력 등을 숙지하고 불시에 발생할 수 있는 인질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찰의 경우 최소한 지방경찰청 단위별로 인질사건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인질협상 전문요원을 선발·교육해야 한다.

특히 지방경찰청에서 멀리 떨어진 원격지 경찰서는 권역별로 인질협상 전문요원을 배치하도록 해야 한다. 특정대학에 심리학 또는 인질협상기법 특별과목을 위탁하는 것과 많은 사건 처리 경험이 축적되어 있는 미국의 FBI·CIA 등 대테러(인질협상)전문기관을 통한 위탁교육의 병행도 고려해 볼만 하다.

	작년 7월에 발생한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인질테러 후 소수 이원을 석방하는 모습.

세 번째, 인질사건 담당기관간의 자료를 공유하고 철저한 훈련을 실시해야 한다. 테러에 관련한 각종 연구논문 및 인질관련 교육자료 등이 내근근무자들의 캐비넷에 쌓여있는 현실을 개선해 외근근무자 및 수사부서에도 보급하는 등 관련 자료의 실질적인 공유가 필요하다.

경찰특공대의 훈련 역시 주로 대테러 등에 치중되고 있는 실태를 현실에 맞도록 개선하여 범인에 의한 우발적인 인질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조정하고, 형사나 112순찰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프로그램과 S.O.P(표준운영절차)를 체계화하여 현장 근무자들이 당황하지 않고 인질사건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관련기관 및 언론과의 원활한 공조 필수
네 번째, 인질사건 관련기관 및 언론과의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인질사건의 현장에는 전술부대를 운용하는 경비분야와 일선 외사·수사분야의 원활한 공조가는 필수다.

인질협상요원, 수사요원, 전술부대 지휘관, 심리학자, 통역요원, 소방·응급의료팀 기타 전기·가스·통신회사 관련자 등이 참여하는 종합적인 인질협상 모임체를 구성하여 상호 의견교환, 사례분석 등을 통해 그 연구성과를 공유하는 등 인질사건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경찰의 대응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이동하면서 이루어지는 납치사건의 경우 위치추적 시스템과 이동통신회사와의 긴밀한 협조체제가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만 한다. 언론과의 관계는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다만 언론에 의해 작전이 미리 노출된다든지 상황이 악화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

가능하면 언론담당관을 별도로 지정하여 운영하도록 하며, 언론담당관이든 현장지휘관이든 대 언론관계는 공개범위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여 인질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데 저해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상호이해를 구하고 협조관계가 되도록 해야 한다.

현재 전체적인 테러에 관련한 연구는 어느 정도 수행이 되고 있으나, 정작 인질테러 등 작은 범위로 압축하다보면 아직 많은 연구가 필요한 단계에 있다. 인질테러에 대한 대응은 정치적인 목적을 제외한다면 인질을 위협하는 일반적인 인질범죄와 별반 다를 것이 없으며, 실제로 경찰특공대 등의 활동 또한 거의 같은 수준과 역할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테러의 무차별적인 확산 추세와 더불어 인질의 목숨을 위협하는 인질테러에 대한 대응책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돼야 하며 경찰, 국정원 등 실무차원에서의 보다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