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기(산업자원부 산업환경팀 주무관)

화석연료의 사용은 인류에게 획기적인 생활의 편의성과 함께 대기 중 온실가스를 증가시켜 지구 온난화 현상을 만들었다. 이로 인해 각종 자연재해와 생태계 파괴, 해수면 상승 등 다양한 기후변화와 경제적 피해가 발생하게 되었으며, 전 세계는 기후변화 대책 없이는 지속가능한 국가발전, 더 나아가 생존마저 보장받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기후변화의 심각성은 ‘향후 10년간 최대 2,500억달러의 경제적 손실 및 기후변화로 세계경제가 매년 GDP의 5%를 잃게 될 것’이라는 올해 세계경제포럼(WEF)의 예견과 ‘CO2가 550ppm(산업혁명 이전의 2배 수준)으로 유지된다면 지구 평균온도는 산업시대 이전보다 최대 4.5°C 정도 높아질 것’이라는 IPCC(UN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 4차보고서의 내용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협약을 총괄하고 있는 UN은 지난 9월 기후변화 고위급회의를 개최하여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온실가스 감축노력에 모든 국가들이 함께 하도록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 회의를 주관한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이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으면 경제·사회발전을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했다”며 “청정기술은 지속가능한 발전과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 수단임을 거듭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현재 국제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2012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 의무부담 국제협상을 UN 주도하에서 빠르게 매듭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9월 24일 뉴욕 UN본부에서 160여개국 대표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UN기후변화 고급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연설하고 있다. 이번 회의는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인식을 확고히 하고 대응책의 핵심 수단을 강구하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함을 보여주는 자리가 됐다.

아시아·태평양 6개국 비구속적 감축 추진
2005년 교토의정서가 발효되면서 38개 선진국들은 제1차 의무이행기간(2008~2012)에 1990년 평균 대비 5.2%를 감축해야 하는 국제적 의무를 갖게 되었고, 2012년 이후의 감축의무 부담에 대한 국제협상도 시작하게 됐다.

선진국들은 급속한 경제적 발전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하고 있는 개발도상국들의 감축의무 참여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들의 우선적 감축 노력과 재정 및 기술 이전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자국의 경제발전 저해를 이유로 교토의정서에서 탈퇴한 미국이 절대적 감축방식의 교토체제보다 국가별 경제적 여건을 고려한 자발적 감축을 제시하면서, 온실가스 감축 방법에 대한 의견이 유럽연합(EU)주도의 포스트교토 국제협상과 미국주도의 새로운 협상체제로 양분됐다.

유럽연합주도 국제협상은 EU와 UN 주관 하에 선진국의 추가의무부담 논의와 선진국 및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 의무부담 참여 확대를 위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미국주도의 새로운 협상체계는 아시아·태평양 6개국(미국·한국·일본·호주·인도·중국)의 기후변화 파트너십이 근간이 되어 청정기술개발 및 이전을 통한 비구속적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지난 9월에는 미국 부시대통령의 제안으로 6개국에서 17개국으로 확대한 기후변화 회의를 개최, 2008년말까지 전세계적인 중장기 감축목표와 국가별 단기, 중기 감축목표 설정을 위한 합의 도출을 시도했다. 우리나라는 지속가능한 국가발전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적극 참여한다는 것이 기본원칙이다.

온실가스 감축의무는 우리나라와 경제력이 비슷한 중국, 인도, 미국, 호주 등의 참여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으로, 개별적으로 부담을 하기엔 어려움이 많다. 자국의 경제발전에 저해된다는 이유로 미국이 교토의정서에서 탈퇴하고, 우리나라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은 중국, 인도 등의 경제 주도형 국가들이 의무부담을 거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실 기후변화 문제를 우리가 원하는 쪽으로 협상을 이끌어 가기에는 우리나라 힘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경제적·사회적 여건이 비슷한 국가들과 전략적으로 파트너십을 결성해 협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하는 것이 국제적 현실이다.

의무감축 없는 한국, 선진국들의 거센 압력에 대비해야

	(그림1) 온실가스 배출현황

우리나라는 기후변화협약에 가입했지만, 멕시코와 함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부여받지 않는 경제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하나다. 교토의정서가 만들어질 1997년 당시 우리나라는 외환위기에 봉착한 국가 위기상황이었기에 예외를 인정받은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04년 기준으로 세계 10위이며, 석유소비는 세계 7위를 차지하고 있어 온실가스 감축 의무부담에 빠질 수 없는 위치인 것은 분명하다. 이렇듯 온실가스 배출규모와 현재의 경제적 위상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 의무감축에 대한 선진국들의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세계적 동향을 파악하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확고한 기반을 미리 마련해 대비하지 않는다면 에너지집약형 산업비중이 높은 우리나라가 이로 인해 받게 될 국가적 손실 규모는 상당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온실가스 총 배출량의 83%가 에너지 사용으로부터 나오고 11%가 산업공정에서 발생하는 점을 감안할 때 급격한 온실가스 감축으로 인한 충격에 대처하기 위한 정부차원의 기후변화 대응체계 마련과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감축노력에 대한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다.

아울러, 기후변화협약이 환경문제를 넘어 새로운 경제문제로 굳어지면서 산업계의 자발적 대응노력도 높아지고 있다. 세계 여러 국가들의 기업 경영환경 변화를 살펴보면 자국에 유리한 분야를 중심으로 효율과 성능관리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이며, 이러한 새로운 무역장벽은 ‘EU지역의 수출자동차에 대한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나 ‘1999년 유럽, 일본, 미국 등 반도체기업의 과불화탄소(PFCs)배출량을 2010년까지 1995년 기준 10%이상 감축 합의’등의 사례를 통해서 보여지고 있다.

의무감축 없으나 자발적 감축 지속적 추진
우리나라는 1993년 12월 기후변화협약에 가입하고, 2002년 10월 교토의정서를 비준하기에 앞서 1999년부터 기후변화협약 대응 종합대책을 수립하여 기후변화협약 이행 기반을 착실히 구축해 왔다.

36개 과제로 구성된 기후변화협약 대응 제 1차 종합대책(1999~2001) 및 84개 과제로 구성된 제 2차 종합대책(2002~2004)을 수립·추진했으며, 2005년 2월부터는 협약이행·기후변화 적응 및 부문별 온실가스 감축 등 3대 부문의 90개 과제를 내용으로 총 21조원을 투자하는 제3차 종합대책(2005 ~2007)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다.

	(그림2) 탄소시장 활성화 방안

또한 종합대책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국무총리 산하에 기후변화협약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으며, 기후변화 대응 제3차 종합대책의 체계적 지원과 실효성 확보를 위해 매년 추진실적을 점검하고 추진과제 내용을 수정·보완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 종합대책의 기본방향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추진할 수 있는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노력과 더불어, 에너지 저소비형 산업으로의 이행을 가속화 시켜 절약형 경제구조로의 전환을 위한 기틀을 조기에 구축해 나가고 지구온난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재해들의 발생을 최대한 억제한다는데 있다.

정부, 기후변화 신 국가전략 세워 감축사업 토대 마련
정부는 기후변화가 우리나라 산업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중장기 기후변화 로드맵을 수립하고 있으며, 각 부처별로 온실가스 감축 및 이행 기반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우리나라의 국가전략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크게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정부는 제2차 공약기간(2013~2017)동안의 국가 의무부담 협상에 대비하기 위해 외부로는 우리나라의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적극 설명하면서 국제적 공조를 높이고 있으며, 내부적으로는 온실가스 감축잠재량 분석을 추진하여 사회·경제적으로 가장 효과적이면서 국제협상에 단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국가 감축목표를 수립하고 있다.

두 번째로 기후변화협약 이행 기반 구축을 위해 국가 온실가스 배출통계 작성,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산업자원부를 총괄기관으로 하여 에너지·산업, 폐기물, 농축산, 흡수원 등 각 분야별 배출원/흡수원 통계를 공식화하고, 온실가스 인벤토리 협의회를 거쳐 국가통계를 발표하도록 제도화했다.

세 번째 전략은 기업들의 기후변화 대응능력 향상과 자발적 감축노력 촉진을 위해 온실가스 감축실적 등록소를 운영하고 재정적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것이다. 정부는 에너지효율향상이나 신재생에너지 공급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고자 하는 기업들에 대해 컨설팅을 제공하고, 감축사업을 통한 실제 감축 실적은 정부가 일정금액으로 구매할 예정이다.

또한 에너지사용 사업장과의 자발적 협약 및 에너지 진단제도 활성화를 통해 감축사업을 발굴하고 지속적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향후 2011년까지 연간 460만톤의 온실가스 감축을 달성할 계획이다. 마지막 전략은 탄소펀드 조성과 CDM(청정개발체, Clean Development Mechanism)사업 활성화로 자발적 국내 탄소시장을 개소하고 배출권 전문거래를 설립하는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추진하는 기업들은 정부나 UN이 인정하는 감축실적에 대해 ‘탄소배출권’을 확보 할 수 있으며, 이를 필요로 하는 기업이나 국가들에게 팔수가 있는데 이러한 온실가스 배출권시장을 ‘탄소시장’이라 한다. 정부는 이러한 탄소시장 개설을 위해 2006년부터 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등록·관리하고, 금년말부터 감축사업 추진 기업들의 감축실적에 대해 탄소배출권을 발급해 줄 예정이다.

이렇게 발급된 탄소배출권은 신재생에너지공급협약(RPA) 사업자들에게 판매됨으로써 자율적 탄소시장을 형성하고, 향후 국가간 연계를 통해 시카고기후거래소(CCX) 등 해외시장에 감축실적을 판매하여 국제적 탄소시장에도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아울러 국내 탄소시장을 보다 활성화하기 위해서 정부는 금년중으로 약 2,000억원 규모의 탄소펀드를 조성하고 CDM사업 등 온실가스 감축사업 등에 투자 할 계획이다. 이러한 국내 탄소시장의 활성화는 온실가스 감축사업 투자자의 이익으로 연결돼 감축사업을 추진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나게 되는 先순환 구조가 형성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온실가스 감축 의무부담이 없기 때문에 강제적 할당방식의 배출권 거래보다 프로젝트 사업을 통해 확보한 배출권을 거래하는 자발적 탄소시장을 운영하고자 하는 것이며, 이는 EU 등 의무부담을 받고 있는 선진국들이 자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도입하는 배출권거래제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기업단위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할 수 있는 산정지침서를 개발하고 이를 토대로 웹상에서 배출량을 계산할 수 있는 GEIS(Greenhouse gas Emission Information System)를 개발했다. 산업체에서는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각 사업장의 배출량을 자발적으로 등록하여 계산을 할 수 있다.

제도개선과 시설투자 확대에 대한 정부 지원이 중요
기후변화협약은 온실가스 배출감축 규제화로 국가간, 기업간의 비용차이와 무역장벽의 형성으로 온실가스 관련 첨단기술 보유가 곧 국가경쟁력의 직결되는 기술협약적 의미 뿐 아니라 지구 전체의 재난 및 재해 최소화를 아우르는 환경협약의 의미로써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온실가스로 인한 자연재해와 생태계 파괴, 해수면 상승 등 다양한 이상기후 현상을 최소화하는데 있어 기후변화협약은 중추적 역할을 해내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량 계산하는 'GEIS 웹프로그램'

기후변화협약과 온실가스 감축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에너지 저소비형 구조로의 전환을 위한 제도개선과 시설투자 확대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중요하며 또한 기업에서는 ‘온실가스 감축’을 거부할 수 없는 경영환경 변화로 인식하고 온실가스 관리를 포함한 에너지경영시스템을 적극 도입하여 생산성과 품질향상 및 환경보호를 통해 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노력이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시기이다.

세계적인 온실가스 배출규제는 에너지 소비구조와 경제활동에 크나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며, 이러한 체제하에서는 환경규제가 더욱 확대 강화되고 국가간 무역의 벽이 더 높아지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첨단기술, 환경 친화적 기술이 곧 국가경쟁력과 동일시되어 각광을 받으면서 결과적으로 이를 보유한 국가와 기업은 첨단기술을 무기화해 더욱 큰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온실가스를 효과적이고 경제적으로 감축하기 위한 배출권 거래제도, 청정개발체제와 같은 교토메카니즘의 시장경제 원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한편 국민들의 에너지절약 실천과 기업의 에너지효율향상 노력, 그리고 정부의 시설투자 및 개발지원을 하나로 모으기 위한 노력이 지속된다면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온실가스 의무감축 부담, 비용처리와 기술적 우열에 따른 무역장벽을 허물고 지구온난화로 인해 발생하는 기상이변 등 재해 최소화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