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래전부터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피해를 경험하고 있다. 작게는 감기에서부터 크게는 사스나 조류독감까지 바이러스의 무서움을 익히 알고 있다. 특히 치사율이 매우 높은 바이러스가 호흡기로 전파되면 전 인류가 그 바이러스에 노출되는데 불과 3주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이러한 바이러스가 우리의 몸속을 장악하게 된다면? ‘트웰브 몽키즈’는 바이러스가 횡행하고 있는 현재를 그린 것이 아닌, 바이러스에 의해 거의 인류가 멸망하다시피 한 미래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섬뜩함을 지닌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류는 멸망 위기에 놓이고
‘트웰브 몽키즈(12 Monkeys)’는 1962년에 프랑스 제작자 자크디스 마커가 만든 <활주로>라는 영화를 각색한 작품으로, 치명적 바이러스로 50억 인류의 떼죽음을 막기 위해 미래에서 온 주인공의 모험담을 그리고 있다.

서기 2035년 미래의 인류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99%가 멸망하고 소수의 생존자들은 지상에서의 생활을 포기한 채 지하 세계에서 생활하게 된다. 감옥에 수감되어 있는 제임스 콜(브루스 윌리스)은 자원 임무를 띠고 지상으로 나가게 된다. 탐사업무를 끝내고 돌아온 제임스에게 일련의 과학자들은 그에게 인류의 지상회복을 도와준다면 완전 사면을 해주겠다고 제의한다.

결국 그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바이러스가 퍼지게 된 1996년으로 보내진다. 그러나 어떤 착오로 인해 1990년으로 보내지고 말썽을 피워 정신 병원에 수감된다. 그는 곧 인류가 바이러스에 의해 멸망할 것이라고 설득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의 담당의사인 캐서린 레일리(매들린 스토) 박사는 그를 치료하면서 어디서 본 것 같은 느낌을 갖는다.

그리고 제임스와 같은 병동에 수감되어 있는 제프리 고인즈(브래드 피트)라는 사람은 부친이 대단히 유명한 바이러스 연구학자로 아버지에게 연락이 닿으면 언제든지 나갈 수 있다고 큰소리친다. TV를 통해 인간들의 폭력을 본 제임스는 혼잣말로 인류가 멸망을 자초한 것이라고 말하자 제프리는 그에 동조하며 인류는 바이러스 같은 것으로 망해야 한다고 말한다.

제임스는 제프리의 도움으로 탈주하지만 다시 붙잡혀 감옥에 수감 도중 미래로 돌아간다. 과학자들이 제시한 자료를 통해 제프리가 12 몽키즈라는 단체의 주요 인물임을 알아내어 제임스는 다시 1996년으로 보내진다. 그러나 실수로 1910년대의 프랑스 전쟁터로 떨어져 위기를 맞게 된다.

신종 재난 ‘바이러스’에 대한 경각심 일깨워주는 영화
그동안 인류는 이러한 바이러스의 예방법의 발달로 수많은 바이러스를 치료 또는 멸종 시켰지만, 끊임없는 변종의 출현과 신종 바이러스의 등장은 아무리 의학이 발달하여도 그 피해를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전 인류를 멸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힘을 가진 병원체인 바이러스의 피해는 자연재해나 인적재해처럼 매년 경험하는 것이 아니어서, 아마도 그에 대한 경각심이 소홀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몇 년 전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SARS)’ ‘조류독감(AI)’ 등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피해경험은 아직까지도 두려움에 떨기에 충분하다. 그만큼 인류에 반하는 막강한 힘으로 대 재앙을 불러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정말 많은 생각들이 교차한다. 우리가 자기 자신을 합리화하며 살아가는 세상 자체에서 살아남을 자격이 있는가. 우리들의 이익을 위해선 말이 통하지 않는 그 어떤 것들도 무참히 살해하며 연구 대상으로 삼고, 혹은 개인의 명분이나 어느 특정한 집단의 명분과 이익을 위해 동족을 무참히 살해하는 비극적인 결말이 난무하는 시대에서 인류가 가장 높은 곳에서 각자의 삶을 영위할 자격이 있는가.

사회가 발전하고 과학이 인류의 생활에 많은 영향을 끼치면서 그와 더불어 속속들이 새로운 바이러스들이 생겨나게 됐다. 이러한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는 또 다른 항생체를 만들어 내고 있고, 이는 또 다른 바이러스 및 변종을 야기할 수도 있다. 이미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경험했기에 재난에 대비할 수 있도록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재난은 예고하고 찾아오는 법이 없다. 또한 재난이 시작되면 돌이킬수도 없다. 바이러스를 걱정하며 인간이 자신이 만든 산물에 자신이 멸망하는 어리석은 꼴이 더 이상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이 영화는 현실은 미래를 창조하지만 과거를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깨닫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