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규 의원

공사 등 공공기관의 위기관리 능력이 한심한 수준이다. 한나라당 이명규 의원은 지난해 NSC의 17개 공공기관 위기관리 진단 자료를 근거로 들며, 안정적인 위기관리 능력을 확보하고 있는 기관이 한 곳도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는 그동안 공공기관들에 대한 평가·관리가 수익성 위주로 이뤄져왔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예견된 것. 이 의원은 앞으로 재난 및 위기 관리 능력을 공공기관의 평가항목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사 등 공공기관의 위기관리 능력 진단의 도입배경은 무엇입니까?
참여정부는 지난 2003년 2월 대구지하철 참사를 계기로 위기관리를 정부의 주요책무로 규정하고 ‘국가위기관리 종합체계’ 구축에 나섰습니다. 다음해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마련하여, 위기관리 영역을 전통적 안보에서 재난, 국가핵심기반 분야로 확대했습니다.

이후 2006년 12월 국가위기관리 업무수행에 대한 체계화가 완료되었고, 그 일환으로 작년 5월 ‘공공기관 위기관리 지침’이 수립되었습니다. 이 지침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삼성경제연구소와 삼일회계법인 등과의 공동연구 및 관계부처·관련 공기업과 협의·검토를 거쳐 도출되었습니다.

이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실효적 이행 및 운용을 위해 297개 공공기관 중 17개 기관에 우선 적용하여, 위기관리 능력을 자체 진단하도록 한 것이 최초 도입배경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나타난 문제점 및 미흡한 부분 등에 대해서는 각 기관별로 이행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했으며, 이를 토대로 향후 위기관리지침 및 위기유형별 관리매뉴얼이 작성될 예정입니다.

주요 공사들의 위기관리 능력은 어느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까?
한마디로 모두 낙제점입니다. 이번 평가는 NSC가 △재난 △경영위험 △커뮤니케이션위기 △갈등의 네 분야로 대별하여 진행되었습니다. 재난은 인적·자연재난에 의한 대규모 사고 및 피해와 기술 및 작동오류에 의한 시스템가동 중단 등의 사례를 진단했으며, 경영위험은 관련정책 및 환경악화 등 경영환경적 위험과 환리스크 증대 및 유동성 악화 등 재무적 위험 등을 평가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위기는 기업이미지·평판 악화 및 신뢰 실추와 비판적 여론 확산으로 경영활동 장애 등을 점검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갈등은 내외부 이해집단간 장기간 갈등과 피해·충돌, 갈등과 충돌로 업무수행 및 공공서비스 기능차질 등의 요소를 평가지표로 삼았습니다. 이러한 대유형별 분류는 다시 세부적 요인을 설정하고 진단을 시행했습니다.

그 결과 NSC가 대상 공공기관에 지침을 보내면서 요구한 수준이 80%였는데, 이를 만족시키는 곳은 한군데도 없었습니다. 특히 대한주택공사는 위기관리 능력이 40%로 최하위를 기록했으며, 한국철도공사, 대한광업진흥공사, 한국조폐공사 등도 50%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50~70%가 6개 기관(한국가스공사, 대한석탄공사, 한국석유공사, KOTRA,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농촌공사), 70% 이상이 3개 기관(한국전력공사, 농수산물유통공사, 한국도로공사)이었습니다.

전반적으로는 인적재난에 의한 대형피해, 그리고 위기관리 활동 평가 및 개선책 미진, 에너지 분야에서 수급위기 요인을 안고 있는 것 등이 큰 문제점이었습니다. 또한 미수채권관리·세무·신용위험 등과 같은 재무 리스크가 있었으며, 회사자금 횡령 등 임직원 개인적 사건으로 이미지가 실추된 적이 있었다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공사들의 위기관리 능력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공공기관은 국가경제 및 국민생활, 정부기능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공공기관 담당 분야에서 기능마비 등 중대 상황이 발생할 경우 국가적 위기로 이어질 우려가 큽니다. 때문에 효율적인 위기관리 체계 구축은 필수적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의 인식 부족으로 위기관리 능력은 최악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공기관의 위기관리 능력 부족은 국가차원뿐만 아니라 기업의 관점에서도 시급히 해결돼야 할 문제입니다. 리스크에 많이 노출될수록 기업은 경쟁력이 약해지고, 적절한 대응책이 없는 곳은 한 두 번의 위기에도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최근 리스크 감소를 위해 BCP(사업연속성 확보계획)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이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이처럼 공공기관의 위기관리 능력은 기업의 생존과 국가적 관점에서 무척 중요하게 다뤄야 할 부분입니다. 앞으로 획기적인 인식전환을 통해 위기관리 능력 제고에 공공기관이 전력을 다해주길 바랍니다.

진단결과가 특히 저조한 공사들은 어떤 문제가 있었습니까?
에너지 분야에서 특히 문제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주요 사례로는 수요급증 또는 발전소 불시정지에 따른 전력수급 위기 및 고장에 의한 전력고장 부족, 석유 수급 및 재무관리 관련 위기, 고객의 불만 표출로 인한 공사 신뢰도 및 평판 악화, 국내 무연탄 수급 및 인적재난에 의한 대규모 사고와 피해, 가스 수급 및 재무적 위험 등이 있었습니다.

또한 건설교통 분야에서는 인적재난에 의한 대규모 사고 및 피해, 철도 테러에 따른 피해 및 영업 환경 변화에 따른 고객과의 갈등, 댐 수질 악화에 의한 지역민의 민원제기 및 사이버 테러·해킹 등의 정보재난, 자연재해로 인한 교통두절, 기술적 오류로 인한 톨게이트 차량정체, 회사 자금횡령 등 위법행동, 프로젝트별 사업관리 등이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외에도 화재로 인한 대형피해, 결함제품 유통에 따른 경영위험 및 수요처와의 갈등 등도 문제점으로 도출되었습니다. 이같은 결과는 지금까지 공공기관들에 대한 평가 및 관리가 상업성·수익성 위주로 이루어졌던 것에 기인하고 있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관장의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 주무부처의 관리감독 기능강화, 기획예산처의 공기관 경영평가의 공공성을 가늠하는 지표 중 하나인 위기관리 능력을 포함하는 것 등이 선행돼야 할 것입니다.

얼마 전 제기하신 한국가스공사의 평택LNG기지 가스누출 의혹은 어떻게 마무리 되었습니까?
평택 LNG기지 가스누출 사고는 10년 이상 장기운영된 탱크에서 가스가 외부로 누출된 사고였습니다. 현재 공사의 탱크 40기 중 10년 이상 운영된 탱크가 9기, 20년 이상 된 곳도 4기나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가스공사가 작년에 마련한 ‘장기운영 LNG 저장탱크 건전성 향상추진 기본계획’에 따르면 이들 장기운영된 탱크에 대한 정밀진단이 2010년이 돼야 완성되는 것으로 되어 있어 문제가 많았습니다.

이에 대한 개선을 위해 정밀진단 시기를 앞당기고, 외부구조물 위주로 진단이 시행된 기존 방식 외에 기밀성에 대한 진단을 보강하여 보다 정확한 진단작업이 추진되도록 했습니다. 또한 정밀진단 결과 조금이나마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 즉시 탱크를 개방하여 점검을 하도록 했습니다. 앞으로도 이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사전예방에 힘쓰고 위험요소를 발견하면 즉각적인 시정이 이뤄지도록 주의 깊게 지켜보겠습니다.

끝으로 특별히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주십시오.
국민들의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공공분야의 위기관리는 국가 전체의 위기관리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입니다. 또한 위기관리의 세부적 측면에서의 재난관리에도 역량을 강화해야 합니다.

공공기관은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위기 및 재난 관리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현재 법률에도 주요 공사 및 공단들이 재난관리 책임기관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들 기관이 지금 당장의 수익성을 따지는 근시안적 마인드로 재난관리를 소홀이 하는 경우가 자주 목격되고 있습니다.

적절한 대응책 미비로 대형재난에 노출되면 엄청난 경제적 피해가 발생하여 기관의 존립이 위태로울 수 있음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거니와 공공기관으로서의 재난관리 책무를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랍니다. 저는 공공기관이 이기 또는 재난 관리가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지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해나갈 계획입니다. 올해 다시 공공기관의 위기관리 진단 결과를 면밀하게 체크하고, 문제점이 조속히 개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