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고양시지부 이복희 대표

난데없는 유조선과 예인선의 충돌로 인한 기름유출 사고로 대한민국이 기름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 속에 경기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고양시지부도 회원들과 긴급회의 후 자원봉사를 하러 가기로 결정하고 회원들의 참여를 받았다.

12월 14일 오전 6시, 자원봉사를 하기로 약속했던 사람들이 이른 새벽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 속속 모여들어 태안을 향해 달릴 관광버스 안을 채웠다. 서해대교를 지나 행담도 휴게소에서 잠시 쉬고 있는데 이곳저곳에서 자원봉사 차량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드디어 ‘신두리해수욕장’이라고 쓰인 돌판이 눈에 들어왔다. 회원들은 즉시 지급된 물품을 받아 옷을 갈아입었는데 회원들의 모습을 보니, 얼굴만 제외하고는 우의, 장화, 장갑 등으로 중무장한 상태라 누가 누구인지 분간이 안갈 정도다. 옷을 다 갈아입을 즈음 어느새 도로며 주차장에는 자원봉사 차량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썰물 때라 물이 빠지는 방향을 따라 흡착포와 면으로 된 천들을 가지고 갯벌 바닥을 하나하나 찍기 시작했다. 얼마 못 가서 새하얗던 천 색깔이 시커멓게 변해 갔다. 그러나 오전에 흡착포도 동이 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현수막을 들고 바닷물과 갯벌이 만나는 곳으로 갔다. 바닷물이 서서히 들어오기 시작하자 오전에는 볼 수 없었던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자갈돌 같은 물질들이 바닷가에 늘어져있는 상황이었다. 어디서 이런 돌들이 밀려왔나 하고 보니 보기에는 돌처럼 단단하게 보였는데 손으로 만져보니 와르르 터지면서 그 안에서 기름이 나오는 것이었다. 모두 모여 삽이며 손으로 한 움큼씩 자루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잠시 허리를 펴고 주위를 돌아보니 늘어져 있던 방제 물품들이 어느새 다 치워져 있었다.

한 두 사람의 힘으로는 할 수 없는 일들을 많은 인원이 참가하여 단 시간에 해낸 것을 보고는 모든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에 절로 찬사를 보내게 되었다. 버스를 타고 돌아오면서 화성휴게소에 잠시 들렀는데, 오전에 만났던 자원봉사 팀들을 또 만나게 되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신기한 생각도 들었다. 버스에 올라 돌아오는 길에 생각 해보니, 주어진 시간 동안 열심히 봉사했지만,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없었다는 시간적 제약이 아쉽기만 하다.

연일 이어지는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행렬 속에는 멀리 외지에서 달려왔지만 다시금 본인의 가정과 직장으로 돌아가야 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현실을 보면서 범국가적인 재난 사태에 모든 일손을 자원봉사로만 충당시킬 것이 아니라, 현재 일감이 없어 인력시장을 전전긍긍하는 이들에게 일당을 주고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운영을 하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숙식을 아예 그곳에서 해결해가며 일해야 지금보다 훨씬 진척도 있고 능률도 오를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의 소중한 시간과 물질, 각종 기회비용을 생각한다면 국가적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자원봉사 활동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인력난과 물자부족으로 인해 더 힘들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인만큼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 지속가능한 방제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국가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