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명대학교 권태호 교수

재난 문제는 발생 시 단순 대응과 복구에만 초점을 맞추는 일과성의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해당 지역사회 및 도시-지역-국가의 지속가능발전이라는 큰 전략 속에서 예측·대비되고 총체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위기관리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된다.

다시 말하면, 지역사회에 기반 한 상향식 재난관리는 지역지속가능성 담보를 위해 지역정부와 시민사회를 포함하는 모든 구성원이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실천해야할 필수요건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는 지역의 자율방재조직이 지역사회기반 재난관리(Community-based Disaster Management: CBDM)의 핵심주체로 자리매김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자율 방재조직의 결성초기인 현 단계에서 조직의 방재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임파워먼트(empowerment)를 유도할 도시·지역 여건에 부합되는 자율방재의 이론적 토대와 실무적 자료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특히 재난관리의 전 과정, 즉 예방-대비-대응-복구의 전 단계에 걸쳐 지역자율방재 조직의 구성원들이 학습하고 배워야할 활동 프로그램은 거의 일부에 불과하다.

이제 지속가능한 재난관리는 지역자율방재단을 포함하는 지역기반 방재관련 조직의 활성화를 토대로 예방-대비-대응-복구의 전 과정에 관련된 활동 프로그램의 개발과 활용방안에 주력해야 한다.

방재역량·극복의지 상실 예방 위한 접근 필요

	화재발생으로 다 타버린 주택의 모습.

지역방재 문제에 있어 이론차원의 핵심개념 중 하나는 재난취약성이다. 이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복구를 마치기도 전에 동일한 재난을 반복해서 겪게 되고, 취약성 수준이 높아져 지역사회의 총체적 방재역량과 극복의지가 상실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한 종합적·체계적 방재역량 강화계획으로서 상호밀접하게 연관되는 두 가지 접근은 지역사회기반 재난관리(Community-based Disaster Management:CBDM)와 재난저지공동체(Disaster Resistant Community:DRC)이다.

지역사회기반 재난관리
CBDM은 지역사회가 주체가 되어 재난취약성을 경감시키고 재난에 대응하는 주민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는 주민을 비롯한 여러 주체가 재난관리의 경험, 방법, 수단을 공유하면서 내부 방재역량을 강화하는 적응적 전략인 동시에 정부(경우에 따라서는 국제적 수준의 연대까지)와 유연하게 협력·연대하는 상향적 접근을 의미한다.

CBDM의 계획과정은 지역사회의 다양한 맥락과 여건 그리고 재난의 유형 및 강도에 따라 그 내용이 다르고, 효율적 재난관리를 위해서 계획내용에 지역요인을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 재난취약지구의 구성원 간 사회적 관계에 대한‘이해’와 ‘참여’가 전제되어야만 현실성 있는 계획 수립과 실행이 추진될 수 있고, 그래야만 ‘지역사회기반’ 재난관리가 가능하게 된다.

재난저지공동체
재난저지공동체는 앞서 이야기한 CBDM과 유사한 접근으로, 지역사회의 경제적, 환경적,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면서 주민의 삶의 질을 유지케 하는 장기적, 전략적 방재전략으로 이해되며, 지방정부가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공공·민간의 파트너십을 통해 사전에 재난발생을 줄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을 핵심내용으로 한다.

하지만 지속가능개발 패러다임을 근간으로 하여 종합적 차원에서 예방과 대비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계획으로서의 재난저지공동체 계획과정 연구는 아직 초기단계이다. 그동안 진행됐던 관련 연구결과를 우선적으로 종합하여 제안하는 재난저지 공동체 계획과정은 시스템적 관점과 인적자원·기관·정보의 조직화, 지역사회 위험분석 및 평가, 목표설정·전략 및 계획안 작성, 계획안 채택 및 의사결정 과정의 구성원 간 통합, 공공인식의 증진 및 평가·수정 등 5단계로 나눌 수 있다.

	포석 피해지역에서의 복구작업을 하고있는 봉사자들의 모습.

지역적 특성에 맞는 방재활동 프로그램 시급
지역사회가 공유하는 위험은 지역사회에 공동의 책임이 있으므로 적절한 재난관리는 자신들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위험으로부터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공유된 위험은 특정 지역 위험으로부터 야기되는 위협을 완화시키도록 공공부문의 대응을 요구하게 된다.

그러나 공공조직만으로는 위험 취약지역의 재난관리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렵게 된다. 그러므로 공유된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한 자연스러운 시민사회의 자기조직화 과정의 출현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또한 정부와 지역사회를 연결 짓는 가교로써 시민사회의 참여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도 지역의 재난 취약성을 분석하고 처리하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재난으로 인한 피해자의 대부분은 사회적 약자이므로 이들의 안전성 확보에 대한 권리를 대변해 줄 수 있는 조직결성 및 권능부여를 통해 취약성을 완화시킬 수 있다. 지역자율방재조직화 추진에 있어서 자발성이라는 정신을 투입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재난에 강한 지역 만들기는 실현될 수 없다. 그리고 시민참여를 통한 지역자율방재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구체적인 활동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역자율방재 활동프로그램은 각 지역사회 또는 지역적 특성에 맞게 계속 진화되어 나가야 한다.

봉사활동 프로그램에 지역주민 욕구 필히 포함시켜야
재난관련 봉사활동 프로그램은 자원봉사 프로그램의 한 유형이다. 그러므로 프로그램 개발과정과 단계 역시 자원봉사 프로그램의 일반적 과정을 적용할 수 있다. 현재 설명하려는 모델에서는 재해경험 지역관계자 현지 인터뷰와 기존 활동사례 자료 등을 활용하여 활동 프로그램을 선정하였기 때문에 기존 연구에서 중요한 단계로 취급하는 욕구사정 단계는 생략했다.

하지만 향후 시군별로 지역여건에 부합되는 활동 프로그램을 개발할 시에는 반드시 자원봉사자들을 포함하는 지역 주민의 욕구에 대한 사정이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기존 프로그램들의 장애요인들과 함의(해결 방향)를 반영하면서 관련 문헌고찰 등을 통하여 도출된 활동 프로그램 개발 원칙은 주민의 참여 및 동기부여의 원칙, 상호학습의 용이성, 호기심과 학습의욕(자극)의 고취성, 실행의 용이성 및 경제성, 프로그램간의 상호연관성 및 시너지 효과 등이다.

활동 프로그램은 <표1>과 같이 분류 및 고유 번호를 부여하고 프로그램별로 코딩(coding)한다. 이 분류작업 들은 각 지역현장에서 프로그램의 활용 시 편의성과 프로그램 간 연계성을 제공하는 데 유효하다. 각 활동 프로그램은 앞에서 제시된 따라 명칭, 목표, 실행, 프로그램 평가 및 환류의 4단계로 나누어 구성되며, <표 2>와 같이 작성될 수 있다. 재난관리단계별 활동 프로그램을 몇 가지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예방·대비 단계의 교육 분야 프로그램으로는 재해지역 탐방, 지역방재 주민 워크숍, 이재민 체험, 그리고 재난극복 게임 등을 들 수 있고, 대응단계의 교육 분야 프로그램으로 재난지역 보율시설 보조를, 교통 분야 프로그램으로는 재난지역 교통통제·안내를, 구조 분야 프로그램으로는 사상자 구조·응급처리 등을 들 수 있으며, 그리고 복구단계의 복구계획 분야 프로그램으로는 20년 후 우리마을 만들기 프로그램을, 복구 지원 프로그램으로는 응급복구 참여 프로그램을, 그리고 심리 치료 프로그램으로는 재난연극 공연과 재난심리 레크레이션 활동 프로그램 등을 들 수 있다.

재난자원봉사관리자, 지역자율방재 실현의 핵심조직
활동 프로그램들은 재난재해의 예방-대비-대응-복구라는 기존의 시각, 즉 하향적이고 제도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21세기 지역사회기반 재난접근을 위한 관점, 즉 상향적이고 주민 참여적 관점에서 접근하여 재분류 할 수 있다.

이러한 활동 프로그램 분류의 패러다임 변화를 추구함으로써, 현장에서 재난봉사관리자들이나 자율방재조직이 활동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데 비용과 시간 절감의 측면에서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고, 나아가 봉사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및 훈련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그림 1> 또한 활동 프로그램을 활용하는데 있어 중요한 것이 재난자원봉사 관리자의 역할이다.

지역자율방재조직은 조직에 대한 인사관리개념의 관리보다는 프로그램 관리를 통하여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자원봉사조직들이 지역의 위기상황에서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활동조직으로 참여하도록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자율방재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조직이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자원봉사활동에 있어서 자원봉사 관리자의 역할인 것. 즉, 재난관리 자원봉사 활동프로그램을 실현하기 위하여 지역의 다양한 자원봉사단체들이 재난관리 프로그램을 활용함에 있어서 도움을 주며, 프로그램을 관리해주는 등의 다음과 같은 임무를 하게 된다.

첫째, 프로그램을 기획과 조직(준비와 자료구축 포함)하며 둘째, 조직의 배치 및 지원을 진행하며 셋째, 그것을 통제(프로그램 기획-준비-평가)하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재난관리 전문조직으로서의 위상(전문 리더십의 발휘)을 세우며 다섯째, 정부와도 협력관계(정보 소통과 자원 협력)를 유지해야 한다. 지역자율방재조직은 자원봉사 활동프로그램을 관리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그 중요성과 실체가 나타날 것이다.

따라서 지역자율방재 조직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재난관리 자원봉사 활동프로그램이 마련될 필요성이 있다. 단지, 조직을 구성하는 개념의 전략으로서는 지역자율방재 조직을 관리하지 못한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성이 있다.

프로그램, 지역여건 등 다양한 평가 있어야
활동 사례에서 분석된 장애요인들을 해소하고, 제시된 함의(해결방안)를 구체화하면서, 활동 프로그램들을 성공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다음 사항들을 일관성 있게 평가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먼저 지역의 여건을 이해할 때 점검해야 하는 것은 지역의 지리적·물리적 여건, 주요 재해 유형 및 발생빈도, 과거 재해 기록 및 피해수준, 예방-대비-대응-복구 전 과정에서의 정부와 민간의 역할, 지역주민들이 활용 가능한 재난 시 생존기술 및 대처 메커니즘, 지금까지 지역사회가 취해온 재난관리 정책방향 및 접근방식, 지역주민의 재난에 대한 태도·경험·지식 등이다.

다음 재난관련 지역자원 찾기의 점검항목으로는 지역주민의 지원과 참여도,‘변화’를 주도할 적극적 선도참여자 발굴, 해당 프로그램관련 유경험자나 전문가의 적극적 활용, 시·군·구청의 협력과 지원 획득, 모든 참여자가 쉽게 올수 있는 프로그램 실행 장소 활용, 지역의 재난 여건에 부합되는 교육·훈련자료의 준비, 1단계에서 정리된 지역 재난여건에 대한 SWOT분석 실시 등이다.

프로그램을 준비할 때 점검해야할 사항으로는 참가자들의 충분한 경험과 의견 수렴, 프로그램의 내용을 고려한 참가자의 수준 검토 및 규모(20~30명), 참가자의 생계를 방해하지 않는 프로그램의 실행 기간/시간·스케줄, 참가자 위주의 교육방법과 자료 준비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프로그램을 실행하기 전에는 실행의 초기단계에서 진행자가 참가자에게 편안함 및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야 하며, 개방적이고 즐길만한 프로그램 분위기 유지와 필요한 경우 자극이 되는 게임이나 답사 등을 조직·실시하고 먼저 실시한 SWOT 분석 결과를 참가자들에게 설명해 강점의 강화방안·약점의 극복방안·기회요인의 활용방안·위협요인의 대처(회피)방안 등을 제안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등의 사항이 확인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프로그램 실행 후 파급효과에 대해서는 참가자들이 배우고 경험한 내용을 이웃에 어느 정도 전파 하고 있는지, 향후 재난발생 시 참가자들이 중심이 되어 주도적으로 대응-복구할 동기부여가 충분히 있는지, 프로그램종료 후 참가자들이 경험하거나 배운 내용을 직접 실행하는데 있어 문제점은 없는지, 외부의 구호나 지원에 의존하기 보다는 스스로 재난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강화됐는지 등을 평가해야 한다.

지역특성 살린 프로그램 개발 시급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재난관리에 대한 활동 프로그램은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봉사자들의 전문성을 제고 할 수 있는 체계적인 프로그램은 아직까지 매우 미흡하다. 재난·재해 발생의 다기성과 복잡성 그리고 지역적 편차는 기본적으로 재난발생 지역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무엇보다 지역특성에 부합되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도록 민·관·산·학이 협력해야 한다.

지역의 경제성장 및 개발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다양하게 발생하는 위험요소의 문제를 더 이상 일과성으로 치부하거나 정치적 이슈로 접근해서는 참된 성찰적 근대화는 어렵다. 그리고 개인차원에서도 재난발생과 그 피해를 자신과는 관계없는 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할 경우, 즉 자신은 재난발생과는 무관하고 오로지 피해발생의 책임은 전적으로 시군 정부나 타인에게만 있다고 하는 책임전가 의식이 우리사회에 누적될 때 지역사회기반의 아래로부터의 방재관리는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자율적인 방재활동 프로그램의 활성화를 위한 연구는 이제 시작단계이며, 빠른 시일 내에 지역별 프로그램 만들기가 활성화 되면서 그 내용이 지속적으로 확충되고 보완되어야 한다. 사실 우리나라의 재난관련 주민 활동 프로그램의 개발은 아직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에 향후 각 지역의 자율방재조직들이 현장에서 경험하고 느끼는 산지식을 활용하여 구체적이고 지역 적합형의 프로그램 개발을 관·학 연계를 통해 확충하고 그 기술을 축적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