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동북부와 런던에 거대한 해일을 동반한 폭풍이 일어난다. 폭풍이 발생하기 이전부터 모리슨박사(톰 커트니)는 이러한 일들을 예상하고 논문 등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경고하고 수문의 위치 등을 변경해 피해를 최소화 할 것을 주장했다.

하지만 재앙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더없이 편안했던 런던 사람들은 그런 그에게 미치광이라 불렀고, 모리슨박사는 가족들과도 소원한 상태가 되고 만다. 이러한 때 모리슨박사가 예견했던 폭풍이 현실이 되어버린 것. 스코틀랜드에 거대한 폭풍이 강타하게 되면서 수많은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입게 된다. 거기다 거대한 폭풍의 기세는 수그러들지 않고 더욱더 커져만 간다.

불규칙적으로 변하던 폭풍의 진로는 영국 런던 중심가로 바뀌게 되고, 이 사실을 뒤늦게 알아버린 영국 연방정부는 런던 시민들을 황급히 높은 곳으로 피신시키려 대피령을 내린다. 하지만 거대한 폭풍은 이미 런던 중심가를 휩쓸기 시작한다. 미친듯이 휘날리는 폭풍이 공해의 파도와 일치할 때 만들어내는 거대한 홍수의 위험을 이들은 어떻게 물리칠 것인지...

폭풍으로 인한 대홍수, 드라마틱하게 묘사
영국에서 제작한 재난영화인 ‘플러드’는 영국의 전례없는 폭풍으로 인한 최대의 홍수 피해 상황을 드라마틱하게 전개시킨 영화다. 폭풍으로 인해 엄청난 해일이 런던시내를 덮치게 되자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일찍이 이를 예견했던 전 환경청 직원의 도움으로 재난을 해결해 나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 있었던 템즈강 홍수가 영화의 모티브. 재난영화의 특성은 그 상황을 얼마나 스펙타클하게 묘사할 수 있는지, 그 안에 우리가 느끼게 될 감동과 교훈 등을 어떻게 보여줘야 하는지 등을 영화 안에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영화 또한 이러한 식상한 스토리에 식상한 결말을 가진 전형적인 재난영화 형태를 띠고 있다.

기상청의 슈퍼컴퓨터도 예측하지 못한 정보들을 모리슨박사의 노트북에서는 확인하는 내용과 그가 내세운 기상예보가 오보로 바뀌면서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에 대한 마음의 가책보다는 자신의 말보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더 신뢰하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먹고 자살까지 하는 내용 등은 조금 억지스러워 보이는 부분이다.

재난영화에서 필수적으로 따르는 휴머니즘의 밋밋함도 이 영화의 아쉬운 부분이다. 모리슨박사와 그의 아들, 그리고 전 아내 사이의 갈등의 깊이는 설명이 다소 부족했고, 다시 화해하는 장면도 임팩트가 따르지 않아 감동 후에 다가오는 여운이 그리 오래지는 않는다.

국가비상사태 상황에서도 이해관계로 갈등
홍수로 인한 최악의 재난 상황을 묘사하고자 노력한 만큼 스토리 및 장면 연출이 따라주지 않은 영화이긴 하지만, ‘플러드’는 우리에게 홍수 등 자연재해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 줄 수 있는 재난영화였음에는 부족함이 없다.

그동안 홍수, 해일, 폭풍 등으로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피해 및 희생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렇게 계속 같은 재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그에 맞는 대비책은 커녕 발생 후 복구작업 및 대응책도 미미한 상태로 이어지고 있다. 이 영화는 사소한 경고 및 재난 대비에 대한 중요성을 간과한 인간들에 의해 대 홍수가 일어났음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눈여겨 볼 점은 국가 비상사태까지 선포된 와중에도 서로의 권력을 내세우는 청장과 군대와 정치인들의 미묘한 갈등을 나타냈다는 점이다. 모두가 주어진 일에 충실하고 수해를 당한 시민들을 구조하는 일에만 매달려도 부족한데 그 와중에도 주가 폭락이나 권력 장악 등을 놓치지 않는 인간의 치부가 드러난다.

만일 우리나라가 이러한 상황에 직면한다면, 우리네 정치인들이 이처럼 행동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자연이 내린 벌앞에서도 욕망과 물질적 이기주의에 눈이 멀어버린 인간이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인명을 구조하는데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타인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릴 줄 아는 희생정신 가득한 휴머니즘에서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자연의 질책은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방심하는 틈을 비집고 들이닥친다. 그럴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통해 그 피해를 최소화하고 아픔을 함께 나누며,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해가는 모습들에서 이 사회에 대한 작은 기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