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가 시행중인 ‘기후변화협약 제3차 종합대책’은 2005년부터 3년간 약 15조5천억 원의 재원이 소요되는 대형 국책사업으로 1,2차 대책이 기후변화협약 대응 기반조성 성격이 강했던 반면, 제3차 종합대책은 총 19개 부처와 유관기관이 참여, 3대 분야 87개 과제로 확대됐지만 실행 예산을 포함한 2007년 소요예산은 2005년에 추정한 소요예산 21조 2천억 원보다 27%가 줄어들었다.

특히 온실가스 감축관련 연구개발사업의 예산이 2005년 추정치의 59%에 불과, 연구개발의 진행이 가장 저조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당초 계획대비 27%의 예산 감소나 R&D 부문과 같이 41%의 예산감소는 세부사업의 이행이 저조했거나 이행여건이 충족되지 않은 경우 혹은 초기 계획 수립 시 예산 과다가 그 원인일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소요예산의 추정은 정부의 세입산정에 영향을 주면서 궁극적으로 조세부담을 증가시키는 만큼 초기 수립단계부터 가능한 정확한 소요예산을 추정해야 한다.

기후변화협약 핵심은 배출량 감소
구체적으로 언급한다면 3차 종합대책은 산업부문의 감축사업으로 집중돼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산업부문의 에너지 이용효율화 사업은 기후변화 협약대응과 달리 90년대 초부터 시작됐고 유가상승으로 인한 원가절감 노력의 일환으로 자체적으로 시행되고 있어 감축잠재량이 그리 높지 않은 부문이다.

	산업부문의 에너지 이용 효율화 사업은 기후변화 협약 대응과 달리 90년대부터 시작 했다.

그나마도 온실가스 저감사업의 성과가 계량화돼 관리되지 못하고 44개 온실가스 저감사업 중 6개 과제의 성과만이 관리되고 있을 뿐이다. 온실가스 감축사업으로 환경부에서 시행하는 하수처리장 확충사업, 산림청 산림보호관련 사업이 모두 포함돼 있어 기후변화협약과 관계없이 해당부처의 고유 업무로 추진되던 사업이 모두 포함됐다.

이는 3차 종합대책이 기후변화협약 대응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기존의 사업이나 정책을 모두 모아 두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따라서 기후변화협약 종합대책의 규모를 키우고 단기적인 온실가스 감축에 집중하기 보다는 실질적으로 기후변화대응 효과가 있는 사업으로 구성하되, 보다 온실가스 감축사업의 성과는 배출권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체계적 관리가 선행되어야 한다.

CCPI 순위 우리나라 53개국 중 48위

	온실가스저감사업성과가 계량돼 관리되지 못하고 44개 사업중 6개 과제만이 관리 되고 있다.

기후변화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최종적으로 제기되는 의문은 ‘지구온난화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있느냐’ 였다. 사전예방원칙(Precautionary principle)이나 후회없는 정책(no regret policy)*을 제기해도 불확실성에 비해 비용이 지나치다는 비판이 일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준비는 배부른 투정으로 들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정부간기후변화협의체(IPCC) 4차 보고서는 ‘관측된 증거에 따르면 기후시스템의 온난화는 명백하다(Warming of the climate system is unequivocal)’라고 주장, 이러한 논쟁에서 보다 확고한 입장을 제시했다.

IPCC 4차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는 인간 활동이 지구온난화에 미친 영향은 매우 높고 결과적으로 21세기 기후변화의 정도는 매우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시 말해 IPCC 보고서는 그동안 논쟁이 됐던 인간의 활동과 지구온난화 문제 간 인과관계의 여부에 대해 UN의 명확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기후변화협약에 대한 국제적 인식
기후변화협약은 1992년 리우환경개발회의에서 ‘기후변화에관한 국제연합기본협약(UNFCCC)*으로 채택,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의무와 일정을 담은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는 1997년에 채택 돼 2005년 2월 발효됐다. 교토의정서는 Annex-I 국가로 분류되는 선진 38개 국가에 대해 제1차 의무이행 기간(2008~1012)동안 1990년 대비 평균 5.2% 감축을 의무화 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경제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교토의정서를 탈퇴했다.

하지만 미국은 자국 경제에 지나친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2001년 교토의정서를 탈퇴하고 2006년에 미국, 한국, 일본, 중국, 호주, 인도를 회원국으로 하는 ‘아태 기후변화 파트너십(Asia-Pacific Climate Change Partners hip)’을 제안했다. 미국의 불참으로 교토의정서 체계가 유지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EU 국가들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교토의정서의 의무 이행 기간을 반년여 남겨둔 시점에서 이제 기후변화 문제는 UN, G-8, 다보스포럼 등 각종 국제 정치무대에서 주요의제로 부각됐다.

지난해 2월 개최된 다보스 포럼에서는 40개 의제 중 17개가 기후변화 관련 의제였으며 반기문 총장은 취임 후 UN차원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본격화하기 위해 안보리에서 ‘기후변화와 안보’를 주제로 공개토의와 기후변화 고위급회의를 추진했다. G8 정상회의에서도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시급성과 통합적 기후변화 대응 접근을 강조,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최소 50% 감축목표에 대해 G8 모든 국가들이 진지하게 검토키로 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배출량 목표에는 합의하지 않았지만 향후 진행될 협상과정에는 참여하는 것에 동의하고 G8 외에 인도, 중국 등 17개 대량 배출국이 참여하는 회의를 개최해 올해까지 장기목표를 설정할 것을 제안하기에 이른다. 가장 최근 개최된 APEC 정상회담에서도 2030년까지 에너지 집적도를 2005년보다 20% 낮추기로 합의했다.

에너지 집적도를 낮춘다는 것은 같은 가치의 상품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를 그만큼 줄이겠다는 뜻으로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발생국인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선진국과 개도국이 함께 공동목표에 합의하고 협력키로 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우리나라, 노력 비해 국제사회평가 하위권
기후변화를 단순히 발전소나 에너지 집약산업만의 문제로 볼 수도 있으나 모든 산업 활동이 에너지 사용에 근거한다는 점에서 기후변화협약은 사회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직접적 관련이 없을 것으로 보이는 서비스업도 영향을 받는데, 기업의 가치변화에 민감한 금융 산업의 경우 기후변화로 인한 투자의 불확실성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보험회사의 경우 기후위험에 대한 보장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온난화영향권에 포함 됐다. 제주연안 해수면이 43년간 21.9cm 상승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2년 기후변화협약이 시작된 이래로 관련 국제회의에 참여하고 있고 국내적으로도 98년 ‘기후변화협약 대응 제1차 종합대책’ 이후 현재 19개 부처가 포함된 약 15조원 규모의 ‘기후변화 대응 3차 종합대책’을 수행했다.

온실가스 감축의무 대상국이 아니면서 다른 부처의 사업이 포함된 종합대책을 발표·관리하고 있는 국가는 많지 않은데 이 같은 노력이 국제사회에서도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노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가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독일의 Germanwatch는 CO2 다량 배출국 53개국을 대상으로 기후변화 대응노력을 얼마나, 어느 수준으로 하는지 평가, 기후변화성과지수를 발표한다.

지난해 CCPI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53개국 중 48위, 일본 34위, 인도 10위, 멕시코 16위로 국내 기후변화 대응노력은 국제적 인지도를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OECD 국가로 온실가스 저감의무가 없다는 점에서 동일하게 국제사회의 참여압력을 받고 있는 멕시코의 경우 16위였고 세계 2위의 CO2 배출국이면서 자국의 경제개발권을 주장, 온실가스 감축에 부정적인 중국도 29위로 우리나라보다 높았다.

이는 중국이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해 국내외적으로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다 수송 분야의 새로운 기후보호 규정을 마련한 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실정에서 우리나라 기후변화 종합대책 구조와 성과에 대한 평가를 통해 우리나라 대책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데 대한 분석과 고찰이 요구된다.

또 기후변화 협상과정이 지금까지는 온실가스 의무감축국 간의 의무이행에 관한 의제가 중심축을 이뤘다면 향후 1~2년의 의제는 온실가스 다량배출국 중 저감의무가 없는 미국, 호주, 한국, 멕시코, 중국, 인도 등의 참여방안이 심도 있게 다뤄질 예정이어서 향후 1~2년의 협상이 가장 중요한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 배부른 투정인가
기후변화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사전예방원칙이나 후회 없는 정책이냐를 놓고 불확실성에 비해 비용이 지나치다는 비판이 일면서 배부른 투정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우리나라도 온난화 영향권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가운데 해양조사원에 따르면 제주 연안의 해수면은 연간 0.5cm 상승, 43년간 21.9cm가 올라갔으며 서귀포 해수면은 22년간 연간 0.6cm씩 13.3cm가 상승했다.

온난화 추세가 지속될 경우 우리나라 연안의 해수면은 연간 최고 0.6cm씩 높아져 2100년에는 58cm 이상 올라갈 것으로 예측됐다. 기상청 국립기상연구소도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라 2080년 쯤 한반도 평균기온이 5도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 경우 기존의 연안지역 상당 부분이 침수위기에 놓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기후변화 문제는 자연적 변화가 상당한 경제적 파급효과와 비용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사안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나이로비에서 180개국의 장관들이 모인 자리에서 전 세계은행 수석경제연구원 니콜라스 스턴은 ‘지구온난화의 경제학’을 통해 일명 스턴 보고서(Stern Review)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는 대기과학자나 환경과학자가 아닌 경제학자가 기후변화 대응의 필요성을 경제학적 관점에서 밝히는 데 치중, 주목을 받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는 지구경제의 20%를 와해시킬 수 있으며 지금 바로 행동에 나선다면 세계 GDP의 1% 정도의 비용으로 기후변화의 영향을 완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문제해결에 전 지구적 협력이 필요하지만 비용분담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문제가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국내적 노력만으로 기후변화가 해결될 수 없고 주변국과 보조를 맞추되 국내 경제상황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왜 필요 한가’
우리나라는 1912년 이래 2000년까지 관측지 평균기온이 1.5°C가 상승했는데 도시화 효과가 30%라고 가정하더라도 0.9°C가 상승한 수치다. 특히 여름보다는 겨울의 최저기온이 높고, 강수의 횟수보다는 집중 호우발생의 증가로 강수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겨울은 1920년대에 비해 약 한 달 정도 짧아진 반면 여름은 기간이 길어졌고 영하 10°C 이하의 일수도 상당히 줄어들었다. 강우량의 변화도 기후변화의 증거가 된다. 1997년부터 2005년까지 연평균 강우량과 여름철 강우량은 이전 시기에 비해 크게 늘어났지만 장마철 강우 비중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주) 사전예방원칙이나 후회 없는 정책은 정보와 현재의 과학지식, 기술, 통계수치의 제약으로 인해 모든 자연현상과 정책의 영향을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음을 생각할 때 충분한 과학적 확실성이 없다는 이유로 정책적 조치를 연기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으로 과학적 불확실성이 높은 국제환경협약에서 많이 인용되는 원칙이다.

*주) 유엔기후변화협약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간의 간섭에 의한 기후변화가 식량 생산이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협하지 않을 수준으로 온실가스 농도를 안정화 하는것(...stabilization of greenhouse gas concentrations in the atmosphere at a level that would prevent dangerous anthropogenic interference with the climate system)' 으로 모든 참가국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한 국가 전략을 수립하고 온실가스 배출량 및 흡수량에 대한 국가보고서 작성과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