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혹은 기후변화협약에 대한 대응은 단순히 재원을 투자하고 사업을 시행하는 단거리 주행이 아니다. 지구온난화를 야기하는 온실가스는 모든 경제활동과 연계돼 있어 효과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는 도시계획과 교통, 건물설계, 산업 활동, 소비자 행태변화까지 사회 전반의 모든 활동에 있어 에너지 이용효율화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기후변화협약 제3차 종합대책이 19개 정부부처의 연관 과제를 모아 포괄적 대책을 수립하려는 시도는 주목할 만 하지만 의미만 거창할 뿐 중장기 목표와 로드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2013년 이후 국제적 합의가 어떤 방향으로 선회할지 향후 협상결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일단 온실가스 다량 배출국 주범인 우리나라로서는 기후변화협약에 대비할 시간은 벌어 둔 셈이다.

기후변화협약에 대한 현재 대응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얼마나 줄이느냐보다 변화된 상황에 대한 대비태세를 얼마나 착실하게 하는가, 온실가스 저감의무가 발생하기 전까지 전반적 사회체계를 얼마나 에너지 효용성면에서 변화시키는가에 있다.

저감의무가 있는 유럽이나 일본의 기후변화대응 접근법은 에너지세나 탄소세를 부과하는 등의 조세정책과 수송부문에 바이오연료의 도입, 배출권거래의 활성화 등 다양한 정책을 통해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부족분을 국제사회에서 조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반면 온실가스 최대배출국인 미국은 에너지 다소비형인 경제체계에 지나친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교토의정서를 거부, 기술적 해결을 중심으로 한 ‘아태 기후변화 파트너십’을 주도하며 자체적으로 기술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온실가스 포집이나 저장기술(carbon collection and storage : CCS)은 가장앞서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향후 협상테이블에서 CCS의 활용도를 높이는 쪽으로 주장할 것으로 조망된다.

국내 기후변화 적응 대비 부족
우리나라는 중화학공업의 비중이 높지 않고 산업구조가 안정적인 유럽과 다른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어 이들 국가와는 차별화될 필요가 있고 오히려 온실가스 저감에 대한 국제적 압력과 관련, 의무를 부담하고 있지 않은 미국의 접근법을 벤치마킹 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기후변화협약 제3차 종합대책은 각 부처에서 그동안 수행하고 있던 과제를 중심으로 모아두었을 뿐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만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어 향후 온실가스 저감의무가 발생할 경우 국내 기후변화의 적응에 대한 대비는 난항에 부딪힐 전망이다. 우리나라 기후변화협약대응 정책에 대한 문제점은 국무조정실에서 지적된 바 있으나 쉽게 시정되지 않고 있다.

이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우리나라의 구체적 로드맵과 비전이 부족한 데 기인한다. 정량적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없어 종합대책 시행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의 성과평가가 불가능하고, 감축실적에 대한 인증부족으로 산업계로서는 조기 참여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참여를 이끌어내는데 실패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기후변화협약 협상과정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지 않지만 Post-2012 의제가 다뤄지면서 우리나라에 대한 감축 압력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3차 종합대책 중 기존 사업을 단순히 모아 관리하는 것으로 사회체계 전환은 낙관하기 힘들다. 중장기 목표설정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정부의 의욕적인 목표 제시로 대외적 협상력을 약화시켜서는 안된다는 것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본격적 압력이 제기될 때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이 많아야 협상의 유연성이 높아질 수 있는만큼 국내적으로는 단기적인 감축성과보다는 감축잠재량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하고 국제협상에서는 우리나 감축의무 부담 논의에 있어 선진국과 개도국간 차별화할 수 있는 분석지표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협약 종합대책 문제점
협약이행 기반 구축사업과 기후변화 적응기반 구축사업 과제가 각각 28개와 15개인데 비해 온실가스 감축사업 과제는 모두 44개에 이른다. 부문별 예산은 더 많은 격차를 보이는데 부문별 온실가스 감축사업이 14조 5천748억 원,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연구개발 사업과 국내 기후변화 대응을 포함한 그 외 사업은 9천142억 원이 집행됐다.

이를 비중으로 나타내면 부문별 온실가스 감축사업 과제수의 비중은 50%이고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4%이다. 반면 국내 기후변화대응 사업은 과제수로는 17%이고 예산으로는 0.1%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현재 온실가스 감축의무 대상국이 아니므로 대부분의 기후변화협약 대응사업의 온실가스 감축을 직접적인 목표로 하는 것은 일본이나 유럽연합과 같은 온실가스 감축의무 대상국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전략적 우위를 이용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수송·가정·상업부문 온실가스 저감대책 부족
온실가스 저감사업은 특히 산업부문의 에너지 이용효율화에 집중된 반면 수송이나 가정, 상업부문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3차 종합대책의 온실가스 저감사업은 모두 7개 사업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이중 3개 사업이 산업부문 온실가스 저감을 목표로 한다.

<표2>에 따르면 통합형 에너지 수요관리와 에너지 공급부문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 이용효율 개선사업을 모두 합하면 8조8천319억 원이 집행돼 온실가스 감축사업의 60.6%를 차지한다. 산업부문의 에너지 소비량이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절대량은 많지만, 산업 내에서 단위생산에 투입되는 에너지량은 적은 편이다.

원자력 비중이 높아 총 에너지 사용량에 비해 CO2 배출도 적은 편이다. 예를 들어 철강산업의 경우 단위당 에너지 소비량은 세계에서 가장 에너지 이용효율이 높은 일본보다 조금 높은 편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은 일본보다 낮아 세계 최저 수준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발표된 ‘기후변화대응신국가전략’에 따르면 정부는 산업부문에 지속적인 유인책을 제공, 2011년까지 연간 460만 톤의 감축을 달성하는 것으로 돼 있다.

기후변화협약 대응으로 재정사업을 통한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하는가는 차제하더라도 온실가스 감축사업의 효율성에 따라 판단 할 때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잠재력은 다른 부문에 비해 높지 않다는 점에서 부문별 감축사업의 비중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대두되고 있다.

산업부문의 에너지 소비비중이 54%로 가장 크고 점오염원으로 관리가 용이하긴 하지만 수송, 가정, 상업 부문의 에너지 소비비중도 44%이다. CO2 배출증가율에서도 2030년까지 산업분야는 20.1%인데 비해 수송 분야는 62.3%, 가정 분야는 25%다.

산업부문은 경제적 유인책이 있으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데 비해 수송이나 가정, 상업부문은 적응시간이 길고 자발적 참여가 어려운데다 수송부문의 에너지 소비비중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따라서 수송과 가정 부문에 대한 일정 부분 정부개입이 불가피하다.

모든 점을 고려할 때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에 대해서는 재정사업을 통해 이를 적극적으로 유도할 만큼 우선순위가 높은가에 대해서 검토해야 한다. 에너지 이용 효율화의 이익은 일차적으로 기업에 속하는 만큼 이를 지원할 경우 기업은 이중 이익을 받게 됨으로 재정사업 대상은 지원이 필요한 중소기업에 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계량화돼 관리되고 있지 않다

	산업부문 에너지 소비량이 우리나라 전체에너지 소비량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다.

부문별 온실가스 감축사업의 또 하나의 아킬레스는 온실가스 저감사업의 감축성과가 계량화돼 관리 할 수 있는 과제가 6개에 불과하다는 데 있다. 주관부서에서 온실가스 저감을 해당 과제의 성과지표로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해당 과제의 주 목적이 달리 있어 온실가스 저감이 부수적 효과에 머물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온실가스는 대부분 경제활동에서 발생, 환경보호와 경제활동과 관련된 사업은 부수적인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가지고 있지만 이런 사업의 주 목적은 해당 경제활동을 지원하고 환경보호를 목적으로 하기에 온실가스 감축을 성과지표로 삼기에는 부적절 하다는 여론이다.

특히 관리된 온실가스 저감성과를 단순히 국내 정책 성과로만 남겨 둘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저감량 산정방식을 국제기준에 맞춰 엄밀히 하고 이를 국제 협상과정에서 전략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사업과 정책 내용의 부실 면치 못해
기후변화협약 3차 종합대책은 3대 부문 87개 과제를 포함하지만 실질적으론 기후변화협약과 관련없이 각 부처에서 과거부터 시행했거나 해당 부처의 업무상 당연히 추진되는 과제를 취합했을 뿐이다. 기후변화대응과 직접적 관련이 적은 과제도 대다수 기후변화 대응의 협약 대책에 포함돼 있음을 의미한다.

국내기후변화 예측 적응 정책 부족
기후변화협약 종합대책에서 가장 예산상 비중이 적은 분야가 국내 기후변화의 예측 및 적응 관련 과제다. 해당 부문은 3차 종합대책에서 첫 반영됐지만 전체 예산 0.1%에 그쳤다. 기후변화의 국내적 대응에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는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내 발생가능한 이상기후에 대한 적응책이 마련돼야 한다.

2004년 기후관련 사고로 인한 보험비용은 무려 320억 원에 달하며 향후 기후 변화로 인한 물적, 인적 피해에 대한 보험수요는 더욱 증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 이상기후로 인해 자연재해의 위험도가 높아지고 방재비용 지출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지역별 이상고온과 열섬현상에 의한 노약자와 서민층의 취약성 등 다양한 곳에서의 파급이 예상된다.

실제로 2002년과 2003년 태풍 루사와 매미로 인해 240여명이 사망했고 10조가 넘는 재산피해를 입었으며 여름철 혹서로 인해 1994~2005년 동안 2천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기후 변화로 인한 영향은 기상이변으로 인한 자연재해 뿐 아니라 농업, 어업, 수산업 등의 생산성 저하, 생태계 변화 등의 형태로 표출된다.

기후변화 영향은 장기간 관측과 주변 국가와의 협력이 필요하고 자연재해에 대한 적응 등 전반적인 도시계획과 건물설계에 반영돼야 하는 만큼 기술개발,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한반도내 기후변화에 따라 발생 가능한 기후변화 영향 및 생태계 영향, 취약성을 파악해 이상기후에 대한 국내 적응대책을 효율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전문가 ‘태부족’

	온실가스를 경고하는 벽보가 전 세계적으로 붙어 있다. 우리나라도 장기적 안목에 입각한 전략적 방안이 필요한 때다.

기후변화협약은 장기간에 걸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과학적 사실과 국내 경제환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국제협상이 이루어져 왔다. 따라서 과학자와 협상가 두 분류의 전문가가 배치돼야 한다. 우선 기후변화협약이 장기간에 걸친 연속적 협상인 만큼 협상의 과거와 현재의 주변상황에 대해 파악하고 있는 협상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이와 함께 협상장에서 쓸 수 있는 근거자료를 제공할 해당분야의 과학자 및 전문가도 요구된다. 기후변화협약의 협상은 외교통상부 환경 협력과와 관련 전문가가 포함된 공식 대표단을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와 부속회의에 꾸준히 파견하고 있는 점은 협상의 연속성은 유지되고 있지만 기후변화의 영향에 관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분야별 전문가는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다시 말해 국내 기술수준이 떨어져 국제적 전문가가 부족한 실정으로 기후변화의 과학적 사실에 관해 가장 권위 있는 IPCC 보고서 집필진으로 참여한 국내 연구진은 2명에 불과한 반면 중국과 일본은 각각 28명과 38명, 우리나라와 비슷한 상황의 멕시코도 12명의 전문가가 집필진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대한 뼈저린 통찰이 있어야 한다.

온실가스 저감 장벽은 기술력
기후변화협약에 대한 대응은 장기적 안목에 입각, 전략적일 필요가 있다. 온난화 방지를 위해 온실가스 저감이 필요하지만 우리나라만의 저감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닐 뿐 아니라, 현재 기후변화협약의 핵심은 온실가스 배출을 얼마나 줄였는지를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데 있다. 재정지원은 온실가스 감축이 아닌 향후 우리나라가 저감의무를 부과 받을 때에 대비, 저감잠재량을 높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갈 필요가 있다.

그러나 온실가스 저감에 대한 장벽은 기술력이다. 우리나라의 기후변화기술과 신재생에너지기술의 기술선도국과의 기술격차는 8년과 4년이라는 갭이 존재하는 만큼 기술 경쟁력 확보에 중점을 두고 기술 보급 사업은 실적이 필요할 때 시행될 수 있도록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 특히 현재와 같이 외국의 기술을 가져와 보급하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미국과 같이 저감의무를 늦추어 벌어둔 시간동안 국내 연구개발부문에 투자해 역량을 갖추는 전략도 때론 필요하다.

아울러 기후변화협약에 대한 수세적인 입장유지보다는 중장기적 온실가스 저감 로드맵과 비전을 제시, 전체사회가 저탄소구조로 갈 수 있도록 하고 중장기적 로드맵은 산업계의 투자결정의 불확실성을 줄임으로써 기업의 적응비용을 줄이는 효과는 물론, 토지이용, 도시계획, 교통정책과 같은 관련분야로 기후변화 대응 정책이 확대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따라서 중장기 로드맵과 비전제시는 물론 예산관리와 집행, R&D 등을 아우르는 주무부처가 환경부 주도하에 실권을 갖고 움직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바이다. 경제적 부담을 고려, 기후변화대응법(가칭) 제정에도 발빠른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

환경부의 잘못된 인식은 가정이나 상업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만을 이용, 사업성과를 판단하고 있는 데 이는 단순한 통계에 근거한 잘못된 인식으로 사업성과를 과대포장 할 우려가 있으며 정책집에 오류를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사업 성과지표와 해당 성과가 발생한 과정에 대해 보다 정확히 검토해야 할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