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 서혜석 의원

우리나라의 재난지원금 제도는 사유시설인 생업시설 복구를 포함하고 있어 광범위 한 탓에 재해예방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사람들만이 자연재해보험에 가입하려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예방시설을 구축하기 위해 비용이 들기 때문인데 시설투자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위기 상황 시 더 큰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정부지원금 만으로는 피해복구비용이 부족해 보험을 가입하게 된다.

서혜석 의원은 “결과적으로 보험을 드는 사람들은 시설이 열악한 편인데다 사고율이 높아져 민간보험사들이 자연재해 보험 시장에 참여하길 꺼리게 되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며 “차량을 소유하기 위해 책임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것과 같이 재해보험 역시 의무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여러 차례 국정감사 등을 통해서 자연재해보험제도 활성화에 주력하신 걸로 아는데요, 그 계기는 무엇입니까?
제가 국회에 오면서 제일 먼저 맡았던 특별위원회 활동이 바로 기후변화협약대책특위였습니다. 그러면서 환경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는데요. 최근 지구온난화, 환경파괴 등 기상이변에 따라 지구촌 곳곳에서 태풍·호우·지진 등의 자연재난으로 인한 인명과 재산피해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2004년 동남아시아를 강타해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쓰나미가 그 대표적인 예라고 보면 될겁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우기’라는 개념 도입이 검토될 만큼 이상기후가 심화되고 있고, 이로 인한 재산 손실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2002년도에 대한민국을 휩쓸었던 태풍 루사와 2003년 태풍 매미의 어마어마한 위력은 아마 아직도 다들 기억하고 계실 겁니다. 때문에 우리 정부는 2002년에 9조원에 육박하는 돈을 재해피해 복구비용으로 사용했고, 2003년도에도 약 7조원 상당이 투입됐지요. 국가 경제규모가 커지고 복구비의 지원규모가 적정복구비 지원수준에 미흡해 재해시마다 피해주민과 정치권 등에서 지원대상 및 지원규모 확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만, 이것이 정부의 재정부담을 가중시키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따라서 이미 미국이나 일본 등은 1930년~1940년 대부터 자연재해로 인한 위험비용을 보험시장을 통해 사회 전체로 분산시키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자연재해보험 시장 형성 여건조차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래서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빨리 여건을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연재해에 대해서는 국가의 재난지원금 제도가 있지 않나요?
맞습니다. 그동안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는 1967년에 도입된 정부의 무상 재난지원금 제도에 크게 의존해 왔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이 제도가 국민의 자발적인 재해예방 노력을 이끌어 내는데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습니다.

우리나라는 자연재해가 지역이나 시기에 따라 편중해 발생하다 보니, 대다수 국민이 이를 일상적인 위험으로 인식하지 않습니다. ‘자연재해 위험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게다가 ‘지원금 제도가 있으니까’라는 생각으로 재해예방 시설 확충 등의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정부가 여러 차원에서 자연재해보험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도입하긴 했으나, 아직은 가입조건이나 관계부처 간의 운영방식 차이 등으로 민영 보험사의 참여가 저조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자연재해보험 시장 여건을 마련해 주자는 것이 활성화 방안의 주된 내용이구요. 지금 국무조정실 주관하에 관계부처가 계속 협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연재해보험 활성화 방안의 주요 내용은 무엇인가요?
현재 자연재해보험은 가축보험, 농작물재해보험, 어선원재해보험, 어선재해보험, 풍수해보험 등 총 5가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재난지원금 제도가 동시에 운영되면서 주민들이 보험을 가입하려는 의지가 적고, 보험을 가입할 수 있는 대상도 20여개 품목에 불과해 아직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고 있지 못한 실정입니다.

게다가 보험시장이 효율적으로 운영되려면 위험평가나 보험료 결정, 손해보상 등 일련의 과정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관련부처 사이에 정보공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보험관련 기초 통계자료의 수집·분석도 미흡합니다. 정부차원의 총괄기구도 없어 제도운영의 일관성도 없었지요. 지난해 국감에서는 활성화 방안 일환으로 정부의 보험료 지원비 확대라든지, 보험사를 또 보험에 들게 하는 국가재보험제도 및 조건부 의무가입제도 조기 도입 등이 논의된 바 있습니다.

재난지원금 제도를 축소하거나 폐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인가요?
자연재해보험이라는 것이 기존의 무상 재난지원금제도를 대체하는 제도인 만큼 장기적으로 볼 땐 그렇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재난지원금 제도는 사유시설인 생업시설(농림·수산 시설 등)의 복구를 포함한 광범위한 지원체계입니다. 이렇다 보니, 재해예방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사람들만이 자연재해보험에 가입하려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즉, 예방시설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돈이 들기 마련인데, 시설투자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위급상황 발생시 더 큰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러면 정부 지원금만으로는 피해복구 비용이 부족하니까 보험을 들어놓으려고 하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보험을 드는 사람들은 시설이 열악한 편이 많게 되니 사고율이 높아져서 민간보험사들이 자연재해보험 시장에 참여하길 꺼리게 되는 악순환이 초래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자연재해 피해에 대한 시혜적이고 즉흥적인 구제방식을 보다 체계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재난지원금제도를 점차 자연재해보험으로 대체한다는 것이 기본 구상이라고 보시면 될 겁니다. 그러나 재난지원금 제도 축소나 폐지는 걱정하시는 것처럼 일시적으로 한 번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시장 여건에 따라서 단계를 밟아 추진하게 될 것입니다.

자연재해보험을 조건부 의무화 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기대효과는 무엇입니까?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차량을 소유하려면 책임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합니다. 자동차보험처럼 재해보험 역시 의무화한다는 개념인데요. 물론 자연재해 위험은 화재나 차 사고와는 달리 발생지역이 집중돼 있어, 위험에 적게 노출된 주민은 보험가입 필요성을 덜 느끼게 되겠지요.

그러나 재해보험은 국가적인 대비를 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보험의 원리상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입니다. 영국이나 프랑스 등 재해보험 선진국에서는 자연재해위험을 다른 가계성 보험 가입시 의무적으로 담보하도록 하고 있는데, 무상복구비 지원제도에 익숙하고 자연재해보험제도에 대한 인식이 저조한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일부 반발이 예상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미 정부의 정책자금 대출 또는 지원을 받았거나, 재난복구지원금을 지원받은 자에 대해서 재해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조건부 의무화 제도를 고려하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보험 가입률이 높아져서 시장이 형성되고, 시장이 형성되면 보험사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게 된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외국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미국의 경우 1936년 홍수 조절법을 제정해 댐, 방파제 구축 등을 통한 물리적인 홍수조절계획을 시행했지만, 홍수피해가 급증하고 정부 재정지출이 늘어나면서 홍수보험프로그램을 법제화해 보험제도와 국가재해관리시스템을 연계했습니다. 이 외에도 좀 전에 말했던 것처럼 유럽 각국은 자연재해위험에 대해 화재보험 가입시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특별히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자연재해보험을 활성화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보다도 이 정책을 받아들이는 국민의 인식변화 노력에 있습니다. 재난으로 인한 사유시설물에 대한 피해복구 책임을 모두 정부에게 지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복구책임의 주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하는 것입니다. 저 역시 그동안 재래시장 보험, 자연재해 보험 등 사회적으로 취약했던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힘써왔습니다만 아직도 나아가야 할 길이 멉니다. 앞으로 더욱 노력하고 정진하는 모습으로 여러분께 다가서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