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국가철도 기간망은 법적 테두리 안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처벌수위에 초점이 맞춰졌던 데 비해 최근 철도사업의 급격한 기술발달이 이루어지면서 ‘위험도’에 기반을 둔 연구활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지난해 11월 철도안전 세미나를 개최, 철도안전 선진국가인 영국과 미국의 전문가를 초청해 각 나라의 철도 안전인증과 관리체계에 대한 주제발표를 갖는 등 철도 안전 선진국 대열에 동참하기 위한 단계를 적극적으로 밟아 나가고 있다.

그동안 철도안전과 이와 관련한 재난에 대한 인식 부족이 지적돼 왔던 점을 감안할 때 상당히 고무적인 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본지는 ‘국가 철도안전관리체계 구축’이라는 대의적 명분속에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장이 형성되도록 하기 위해 미국 샌프란시스코 철도운영의 안전관리체계와 유럽의 철도 안전인증체계를 소개하고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조연옥 사업단장을 만나 향후 우리나라 철도종합안전기술개발 사업 방향에 대해 알아보았다.

센프란시스코의 철도운영 안전관리체계
체계적 점검 및 감사 통해 재난요인 사전 차단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철도운영에 있어 안전프로그램과 관리계획을 갖추고 있는 등 체계적이고 탄탄한 철도시스템을 자랑한다. 샌프란시스코의 철도운영을 담당하는 SFMTA(San Francisco Municipal Transportation Agency)는 1860년 민영 시내전차 서비스를 시작했다. 1873년에는 케이블카를 발명해 그해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URR 전기 거리전차는 1893년에 시민들에게 선보였다.

1912년에는 시영철도를 설립, 1918년과 1928년에 트윈픽스와 선셋 지역에 터널공사를 추진·완료했다. 샌프란시스코 내를 움직이는 교통수단인 SFMTA의 유명한 뮤니(Muni) 시스템은 1944년 마켓스트리트 철도사업을 획득하면서 이루어졌으며 1981년 뮤니 지하철시스템 서비스도 시작했다. 현재는 육상 운송 수단으로 6개의 LRV(Light Rail Vehicles)을 선보이고 있고 지하철시스템도 6개 노선이 갖춰져 있다. SFMTA의 철도시스템은 매일 650,000명의 승객들이 이용하고 있다.

내부감사 등 철도시스템 안전관리 철저
이처럼 수많은 시민들이 믿고 이용하고 있는 샌프란시스코의 철도 운영에는 안전을 위한 무한한 도전과 실패를 더 나은 결과물로 승화시키는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안전관리체계가 바탕이 되고 있다. SFMTA는 철도 시스템 및 안전관리를 철저하게 점검·단속하고 있다.

CPUC(California Public Utilities Commission, 캘리포니아 공익사업 위원회)와 SSPP(System Safety Program Plan, 시스템 안전 프로그램 계획)으로 1996년부터는 작은 문제 하나까지도 소홀히 하지 않는 철저함을 더욱 강화했으며, 내부 안전 관리 및 발생빈도가 높은 주요 재난을 조사해 잘못된 곳을 점검하고 조정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한다.

	샌프란시스코의 철도운영은 수많은 시민들이 믿고 이용할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확실한 안전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 CPUC에서 시스템 안전 프로그램 및 계획을 점검하는 내부 감사를 처음 시작했던 1999년에는 훈련, 기록, 진행 정도가 부족하고 방재시스템 유지가 시급한 곳 등 결함들이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때문에 이러한 결함 사항들에 대한 정확하고 필수적인 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 OSRC(Operations Safety Review Committee, 사업안전재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OSRC에서는 철도운영의 행동계획을 조정하고, 표준행동절차(SOP)를 체계적으로 전개시킨다. 또한 CPUC 및 산업 표준 그리고 철도운영 가이드라인에도 관여하고 있다. 2001년에는 그동안의 미비한 운영 방침을 보완하고 더욱 체계적인 철도의 안전관리를 위해 규정·규칙과 진행 사항 등을 논의·보고 하고, 철도 변화를 통제하며, 안전보증과 관련한 업무를 담당하는 등의 다양한 안전관리 위원회들이 구성되었다. 특히 임원들로 구성된 경영진 위원회에서는 하위부서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다양한 안건들을 논의해 처리하고 있다.

하위위원회의 모든 보고체계 중앙안전위원회로 통합
샌프랜시스코의 철도운영에 있어 간과하고 있던 부분은 각 위원회의 통합문제였다. 그동안 철도의 안전체계를 위해 여러 분야의 다양한 위원회들이 생겨났으나 정보교환의 호완성 정도는 매우 미미한 수준이었다. 업무 또한 중복되는 것이 많았고, 목적이 분명하지 않은 위원회도 있었다.

같은 업무의 해결에 있어 다른 방법론을 제시하는 등 효율적 운영체계에 있어 걸림돌로 작용했다. 때문에 SFMTA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2006년에 OSRC를 개정하고 중앙안전위원회를 만들었다. DSCs, RPC, CCB, SCC 등 하위위원회에서 나온 의견 등을 중앙안전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를 최종안전심의위원회에 회부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안전심의위원회(SRC)에서는 철도 조정 행동 계획을 심의·추진하여 조정행동계획(CAP)의 성과를 추적하고 안전관리자는 구체적인 단계를 밟아 조정 사항을 추진한다. 이렇게 해서 승인이 된 것은 현장에서 내부안전심의위원회에 의해 다시한번 검사에 들어간다. 안전심의위원회는 잠재적 위험요소를 일체화시키는 작업을 비롯해 안전위원회 분류, 사고 조사, 내무 안전을 심사한다.

더불어 직원 의견을 검토하고 외부의 관계기관과의 업무협조도 추진하며 철도를 이용하고 있는 시민 등 대중의 의견도 함께 검토하여 철도운영에 반영하고 있다. SFMTA는 공식적인 위험요소에 대한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 관련 전문가를 투입해 건강과 안전에 관해 보고하고, 분과를 구성해 위험요소를 분석하는 것이다.

또 필요한 지원활동도 할당 하는 등 위험요소에 효율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DSC(Executive Director's Safety Committee, 실무진 안전 위원회)에서는 각 필요한 자원을 수정조치 계획에 적절히 배치하도록 한다.

특히 수정계획이 진행될 동안에는 인명사고도 많이 발생할 있어 정기적으로 심의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안전성과 관련된 프로그램들은 모두 전자문서로 기록해놓고 있으며, 더욱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철도의 안전운영을 위해 관련 교육 및 인증계획도 계속해서 마련하고 있는 중이다. SFMTA의 시민 안전을 위한 철도 운영 체계의 중심에는 경영진에서 요구하거나 제시하는 정책에 대해 믿음이 자리잡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안전체계는 무너진다는 것이다.

유럽 철도의 안전인증체계
EN 50129로 안전기준 정의 (유럽철도 인증체계 표준)

유럽의 철도규격은 유럽 내의 상호적 운행에 필요한 열차신호시스템에 대한 안전성과 신뢰성 표준 규격으로 실질적인 구속력을 가지고 운영되고 있다. 또 EU내 철도신호 시장의 개방화를 도모하고 국가간에 상이한 신호시스템의 안전성 요건을 공통화하여 타국의 신호시스템의 도입 용이는 물론 EU 고속 철도망의 구축 및 열차제어시스템의 개발을 촉진하고 있다.

특히 안전인증체계분야에 있어서는 철도인증의 이해와 통합에 대해 인지하기 시작하는 등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더욱이 유럽내에서도 이런 인증체계와 관련한 법 제정의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인증을 원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분명하다. 바로 안전성의 향상이다. 철도와 같은 운송 수단에 있어서 이용자의 안전을 책임지는 문제는 안전관리의 핵심 사항이다. 때문에 사람들은 안전운행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증거 및 상황 등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안전인증기관 독립성 확보 및 안전규격 엄격 준수
유럽의 철도 안전인증체계는 독립성을 가지고 있다. 국가에서 총체적인 관리를 하는 것이 아닌 각 민영기업에서 각각의 인증 및 자문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각 기업들의 인증들은 동종업계에 심사를 받도록 함으로써 독립성을 검증받는다.

	'안전성 향상'을 위해 철도안전에 대한 인증체계 및 이와 관련한 법 제정의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는 유럽은 세계적인 철도 안전국가가 되기위한 다양한 시스템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유럽철도 인증체계의 표준인 EN 50129는 철도신호분야에서 안전에 관련된 전자시스템의 인증을 위한 요구사항을 규정하는 최초의 유럽규격으로 하드웨어 측면에서의 신뢰성 및 안전성 확보를 위한 기준을 정의하고 있다. 이 규격은 지상신호시스템이나 차량기지 등의 중간 이하 수준의 시스템보다는 ATP(Automatic Train Protection, 자동열차보호장치) 시스템 등의 높은 수준의 안전이 요구되는 시스템에 적용하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EN 50126에 정의되어 있는 위험분석 및 위험 평가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 규격은 시스템 또는 장비와 하부시스템의 변경, 확장, 유지보수, 운영, 승인, 설치, 건설, 설계, 사양 등에 관한 안전성 절차를 규정하고 있으며 안전관리에 관한 여러 사항 등을 기술하고 있다. 특히, 시스템 요구사항을 비안전 요구사항과 안전 요구사항으로 분류하고 안전 요구사항에 대해서 안전성 등급(SIL)을 정의하고 있다.

철도의 안전관리를 위한 표준체계는 EN 50129 이외에도 EN 50126, EN 50128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먼저 EN 50126은 가장 넓은 범위에서 철도시스템에 대한 RAMS(시스템이나 장비를 개발할 때 최초 개념을 설계하는 것부터 폐기되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수행되는 업무) 전체 수명주기에 걸쳐서 RAMS 관리의 일관성 있고 일반적인 기준과 절차 및 적용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이것은 철도 인증기관 및 관련 산업에도 체계적으로 적용될 수 있고 이를 통해 철도 구성요소들간의 RAMS 상호작용에 대한 비교 및 평가도 용이해지며 관련 기관들의 협조를 촉진하고 유럽국가간 철도의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을 높이고 있다. EN 50128은 철도신호시스템의 소프트웨어측면에서 신뢰성과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준으로 소프트웨어의 안전성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에서 필요한 안전요구사항과 관련 기능은 EN 50126과 EN 50129에 의해 규정되고 EN 50128에서는 이러한 요구사항과 기능을 달성하고자하는 수단들을 제시한다. 이 규격의 핵심은 소프트웨어 안전도 등급(Safety Integrity Level)이다. 안전도 등급을 0에서 4까지 5단계로 구분해서 0등급은 안전과 관련이 없는 수준이며 1에서 4등급으로 갈수록 안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안전성 신뢰 뿐 아닌 국제적 사업 확보에도 유리
또한 유럽의 안전인증체계는 ERC(European Rules for Conformity assessment, 유렵 평가 준수 위원회)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ERC에서는 철도관련 제품들에 대해 기술승인 인증과 제품 인증 등 2개의 인증서를 발급하고 있으며, ERC의 인증과정은 철도관련 기관인 NoBos의해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인증서 발급은 각 회사들의 이미지 제고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유럽 전역에 걸쳐 표준체계인 EN 45011 기준에 준수해 필요요건에 대한 인증을 받은 것으로 간주되며 품질을 인정받은 것이기에 철도 안전 인증에 대한 명예 뱃지와도 같다고 할 수 있다. 철도운영에 있어 안전인증체계는 사업적으로도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한다.

철도경영자들의 입장에서 살펴보면, 기업내에서의 승인 과정 단계가 축소되며 인증승인 시 그 위험도를 예측할 수 있어 대응이 가능하다. 안전인증을 공급하는 쪽에서는 유럽 뿐만 아니라 그 외 시장에의 진입활로를 모색하는데도 용이하다. 물론 제품에 대한 신뢰는 당연히 증가하며, 승인 시의 위험이나 제품 공급의 지연 상황등은 감소할 것이다. 아울러 잠재적으로는 사업자의 보험료도 줄어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