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사회·경제적 활동무대가 우주로 확대되고 있는 우주개발시대를 맞이하면서 우주환경의 갑작스러운 변화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대비체계 구축이 선진국을 시작으로 서서히 이뤄지고 있다. 통신 두절 및 소행성 충돌 등의 우주재난은 재난 발생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0%가 아닌 이상 미래에는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 이러한 우주재난에 대비할 수 있는 기술개발이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3차원 컴퓨터로 만든 인도의 '로나크레이터'의 이미지

지구는 미행성들의 충돌과 합체를 통해 성장했으며, 지금까지 170개가 넘는 충돌 흔적이 남아있다. 하지만 집채만 한 바위가 매년 1~5개꼴로 지구 상층대기에서 폭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름 10km급 천체가 지구를 강타할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 같은 ‘실제상황’이 벌어질 경우, 충돌 피해는 즉시 지구 전체로 확산되며, 대부분의 생물이 멸종위기에 처하는 것은 물론, 문명 자체가 파국을 맞게 된다.

미 로스 알라모스 국립연구소의 시뮬레이션 결과, 6km급 천체가 태평양 한복판에 낙하할 경우, 순간적으로 260km급 ‘크레이터’가 형성되며, 중심파고 430m인 해일이 아음속으로 전파되어 높이 40m인 ‘물의 장벽’이 도쿄 시내를 집어삼키게 된다. 낙하지점이 태평양일 경우 북미와 남지 서부 해안, 동남아시아, 일본, 호주 등이 위험에 처하며, 북해 또는 대서양일 경우 유럽 서부 해안이 초토화된다.

혜성의 경우 소행성에 비해 충돌 빈도는 낮지만, 대기 진입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더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사건은 100년 동안 일어날 확률이 백만분의 일에 해당하며 수km에서 10km 사이의 소행성 충돌 역시 가능성이 매우 낮다. km급 이하 천체는 국지적인 재난을 부를 수는 있지만 이 또한 지구 전체에 걸쳐 심각한 사건이 될 가능성은 적은편이다.

그렇지만 현 인류의 사회 경제적인 활동 무대가 우주공간으로 넓혀짐에 따라 우주환경의 갑작스러운 변화로 인해 이러한 희박한 재난 가능성이 현실화될 수도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우주환경에 대한 감시 및 예·경보시스템 구축 등 우주 재난에 대한 구체적인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일부 선진국에선 이미 우주환경 감시 업무 추진
이미 미국, 일본, 호주 등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우주환경 및 물체로 인해 발생 할 수 있는 대 재난에 대비하기 위한 프로젝트 들이 진행 중에 있다. 미국은 해양대기청, 미공군, 항공우주국, 내무부, 에너지부 그리고 미국과학재단 연합으로 우주환경 감시 및 예보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1996년부터 국가우주환경 프로그램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정부연구 기관인 NOAA 산하 우주환경센터(Space Environment Center : SEC)와 미공군은 우주환경 자료 생산, 수입, 자료센터 운용, 연구지원 및 예경보 업무를 공동으로 수행하고 있으며 관련 자료 및 정보의 교환 등 매우 밀접하게 상호협력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우정성 산하 통신총합연구소에서 태양전파, 전리층, 지구 자기장을 관측·분석하여 우주환경의 예보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전파 예경보 및 우주환경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호주는 산업과학부 전파업무청에서 지자기 관측소를 비롯하여 2개의 태양관측소, 12개의 전리층관측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단파통신에 대한 전파예보 및 체계적이고 상세한 우주환경 정보를 다루고 있다.

유럽연합에서도 우주환경 감시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우주환경에 관련된 기획연구를 수행, 우주환경의 영향 분석, 우주환경시스템 구축방안, 서비스 등에 관한 다양한 방안들을 제시하고 태양활동 감시 및 경보, 인공위성 장애 경보 등 9개의 우주환경 서비스 분야를 개발하고 있다.

‘우주감시체계 구축’으로 우리나라도 우주재난 대비 ‘합류’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도 우리 기술로 직접 우주환경을 감시 할 수 있는 우주재난에 대비한 기술을 최근 개발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7년부터 한국천문연구원에 수행하고 있는 과학기술부의 탑브랜드 프로젝트인 ‘Space Watch - 우주감시체계 구축’이 그것. 이 프로젝트는 21세기 우주개발시대를 맞아 태양풍에 의한 인공위성의 피폭과 통신 두절 및 소행성 지구 충돌 등 우주재난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나아가 독자적인 우주정보를 통한 우주정보강국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삼고 있다.

우주감시체계는 크게 우주환경 감시와 우주물체 감시 시스템으로 구성돼 있다. 우주환경 감시 분야는 우주환경에 의한 우주재난 대비를 목표로 태양활동 감시시스템 운영 및 태양활동과 우주환경 변화를 연구하며 우주환경예보센터를 구축 하는 등 지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태양의 활동과 근 지구공간의 변화를 감시함으로써 인공위성과 항공기의 안전운항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우주물체 감시 분야는 소행성 및 인공위성에 대한 상시 관측이 목적이며 광시야 광학망원경 자동화개발, 인공위성 및 지구접근 천체 감시수행 등을 진행하고 있다.

우주환경 감시 위한 지상관측 시스템 보완
우주환경 감시분야에서는 스위스 공대와 공동으로 태양전파 관측기를 구축, 지난해 10월부터 24시간 태양전파폭발 감시망에 가입했다. 더불어 지구 자기권의 변화를 관측하기 위한 지구 자기장 측정기를 보현산천문대에 설치함으로써 우주환경감시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지상관측 시스템을 보완했다.

	우주환경의 상태변화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태양 및 우주환경 모니터링 시스템.

이러한 지상관측기들을 통해 수집된 우주환경감시정보는 향후 우주환경감시실에서 통합·분석될 예정이다. 우주환경감시실은 우주환경감시 시스템을 통합 분석하기 위해 지난해 2월 구축된 것으로 우주환경의 기본요소인 태양 복사, 고에너지 입자 그리고 지자기장의 변화를 분석하고 예보한다. 또한 지구 전리층 전자밀도의 변화, 태양활동 및 태양풍 변화, 전지구적 단파통신 최적 주파수 변화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태양 충격파의 지구 전달 시간 및 자기권계면 위치 예보를 수행하게 된다.

또한 2003년 과학기술부의 핵심우주 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개발된 우주환경모니터링시스템의 개발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시스템은 태양활동에 의한 우주환경 영향을 세가지로 구분해 실시간으로 감시할 뿐만 아니라, 활동정도에 따르는 구체적인 영향도 실시간으로 진단할 수 있다. 현재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공군 기상전대에도 전용선을 통하여 제공되고 있다.

	스위스공대와 공동으로 구축한 태양전파관측기의 안테나와 수신기.

광시야망원경으로 소행성 충돌 및 한반도 상공 감시

	우주환경감시실에서 분석하는 예보 자료들은 위성의 발사 및 운용, 무선통신 운용 및 장애 원인 파악 등에 활용된다.

소행성, 혜성 등 지구근접천체(NEO)와의 충돌로 인한 인명 및 재산피해는 지질학적인 시간에 비교했을 때 그 수준은 지진, 태풍,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와 비교할 수 있을 만큼 심각할 수 있다. 이러한 우주물체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한 감시체계에 나선 우리나라는 지난 2002년과 2005년에 연세대학교와 공동으로 남아프리카 공화국 서덜랜드(Sutherland)에 위치한 남아공 국립천문대(South African Astronomical Observatory)와 호주 사이딩 스프링 천문대(Siding Spring Observatory)에 무인관측소를 설치해 남반구 하늘의 소행성을 감시하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과 연세대학교 공동연구팀이 구현한 로보틱 시스템은 망원경 구동과 CCD 카메라 제어, 관측소 운영, 자료저장 및 처리를 병렬분산형 PC시스템으로 처리할 뿐 아니라 날씨 모니터, 관측 스케줄링, 초점 조절 등의 관측 전과정을 컴퓨터가 일괄 제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그리고 양 관측소에서 움직이는 천체가 발견될 경우, 한국에 동영상 파일을 만들어 보낸 뒤에 천체의 위치와 밝기 정보를 보고서식에 따라 작성해 하버드 천체물리연구소 산하 소행성센터에 이메일을 보내고 있다. 특히 소행성 감시기술에 대해 한국천문연구원 문홍규 박사는 “인공위성을 추적하거나 감시하는데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어 현재 한반도 상공의 정지위성과 정기궤도 상의 위성폐기물을 상시감시하기 위한 기반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주날씨’ 감시 위한 우주환경예보센터 2011년 구축

	한국천문연구원과 연세대학교에서 공동으로 설립ㆍ운영 중인 남아공관측소, 로보틱 기술을 이용해 모든 시스템이 자동으로 운영되며, 소행성이 발견될 경우 컴퓨터 시스템이 그 결과를 한국에 자동으로 보고한다.

특히 지구 근접 우주공간의 환경변화를 일컫는 ‘우주날씨(Space Weather)’에 대비하기 위한 우주환경예보센터를 구축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주날씨를 감시해야하는 중요한 이유는 각종 통신(위성방송), 항법장치(GPS), 기상 그리고 과학 관측에 널리 사용되고 있는 인공위성들이 지구 주변 우주공간에 상주하고 있어서 우주환경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지자기 폭풍에 의한 위성의 순간적 궤도이탈이나 고에너지입자로 인한 태양전지 및 컴퓨터메모리 고장 등을 일으킬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우주비행사나 극궤도를 지나는 비행기 승객의 X-피폭, 무선통신장애, 전력배전망의 손상 등 우리 생활에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 실제로 1989년 캐나다 퀘백에서는 우주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의해 전력망이 손상을 입어 9시간동안 주 전체가 정전을 겪기도 했다.

이미 미국을 포한한 선진국에서는 우주환경예보센터를 갖추고 이러한 재난에 체계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우주환경의 급변화로 인한 재난 대비 및 피해 최소화를 위해 우주날씨예보에 대한 필요성을 느껴 현재 초보적인 단계지만 우주날씨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우주환경 연구와 예보를 집중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우주환경예보센터를 2011년까지 구축할 예정이다.

우리에게 우주탐사와 우주여행이 그다지 놀랍지 않은 것은 그 실현 가능성을 알기에, 또한 우리의 삶의 터전이 무한한 우주로 뻗어나가고 있음을 느끼기 때문이다. 우주는 우리 인류와 가까워 졌으며, 그만큼 우주환경 변화에 대해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대비가 필요한 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태양풍에 의한 통신두절과 소행성의 지구충돌 등 거대 규모로 다가올 수 있는 21세기적 우주재난을 우리나라가 개발한 우리 기술로 직접 감시하고 대응할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

	태양활동에 의한 우주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발생하는 위성체 피폭 및 수명단축, 무선통신장애 등 21세기형 재난대비를 위해서는 태양활동과 우주날씨를 예측할 수 있는 우주환경예보센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