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대학교 행정학과 이원희

재난재해 관련 조직들이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면서 중앙부처 단위에서 소방방재청 신설과 지방조직에 있어 소방과 방재를 통합하기 위한 노력이 가속화 되고 있다. 하드웨어적 시스템 구축 못지않게 이를 운영하는 소프트웨어의 변화가 수반돼야 함은 물론 실제 현장에서 업무를 집행하는 행정인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근무여건의 개선이 있을 때 조직의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각종 장비의 현대화도 병행 추진돼야 한다.

특히 예산집행의 합리적인 절차가 마련될 때 현장에서의 즉각적인 대응과 복구가 가능하다. 아울러 사후적 대응과 복구 못지않게 예방에 대한 투자도 뒷받침돼야 하는데 많은 연구 논문에서 밝혔듯이 우리나라의 경우 예방에 대한 투자 부족과 복구와 관련한 예산의 집행이 시의성을 상실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재정전문가들은 흔히 예산이 없는 계획은 허구이고, 계획이 없는 예산은 낭비라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시스템이 좋아도 이를 작동한 재원이 필요하다. 재난·재해 관련 우리의 재정 구조를 살펴보고 향후 과제를 점검하는것은 상당히 중요하며 선결과제로 남아 있다.

소방방재청, 사업 예산 증가 추세
2007년 소방방재청의 사업 예산은 2천841억 원으로 이중 방재관리 분야가 2천71억 원(72.8%)을 차지, 가장 비중이 높다. 소방정책 분야는 456억 원으로 16.1%에 불과하다. 예방지원 분야는 314억원으로 11.1%에 불과하다. 개청 이후 예방 관련 예산이 2005년에 56.9%, 2006년에 44.1% 증가하는 추세를 감안할 경우 매년 반복되는 재난·재해를 고려, 예방관련 재정 확대가 필요하다.

방재관리 물량 늘리기엔 무리수 있어
예방 지원 분야와 소방 정책 지원 분야를 보면 금액은 크지 않으나 청 신설 이후에 사업의 숫자가 확대되면서 독립된 기구에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창출되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이와 달리 방재관리 분야는 상대적으로 사업의 변화가 크지 않다. 대형 프로젝트 중심으로 사업이 집행되기 때문에 물량을 늘리는 것이 쉽지 않은 탓이다.

최근 시스템 구축, 교육 훈련, 홍보 사업 등은 출발 초기이기 때문에 기반 구축과 관련한 예산이 많다고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재난·재해 관련 사업은 지방 단위의 현장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연계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지역에서 구체적인 사업이 확인될 때 중앙 단위에서 조정하고 지원하는 역할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합리적 예산 집행 절실
소방방재청으로 재조직화 이후 <예방-준비-대응-복구> 시각에서 보면 국가 재난체계는 분산체계가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복구와 관련하여 개별 부처가 전문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분산체계의 유용성이 인정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경우 종합적 관점에서 이를 조정하는 기제 필요와 예산편성과 집행과정에서 자원 배분의 합리성을 제고하기 위한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특히 여러 부처에 사업이 분산된 경우 예산 배분과 집행과정에서 부처 간 조정이 불가피 하다. 전체적인 맥락을 보면 예산의 운영을 조정하는 체계의 구축은 예산의 관점에서 절대적 요소다.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 국가재정운용계획 및 방재예산 간 유기적인 연계성이 부족하다는 여론이 일면서 소방방재청 개청으로 예방,대응,복구 등 재난관리체계의 일원화를 추진 중이지만 여전히 재정 부문에 대한 진척은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05~200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재원배분원칙으로 사전예방의 강화를 규정하고 있으나, 분야별 정책방향 및 투자계획에서는 구체성이나 논리체계상 미흡한 점이 많은 실정이다. 이로 인해 수자원 부문이나 하천치수 및 정비사업의 예산은 오히려 감소됐고, 각 부문별 계획도 단편적으로 구성되고 있다. 재해위험지구정비사업의 경우, 운용계획 상에서 제시한 예산규모가 실제 소방방재, 민방위 부문의 전체 투자계획을 상회하는 등 비논리적 요소가 발생하기도 한다.

복구비 집행비에 있어 지방정부 협조 미약
현재 소방은 광역자치의 수준을 가지고 있다. 이에 소방력 확충은 광역자치단체의 재정 역량과 관련이 있다. 그러다 보니 지역간 격차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특히 예산이 현장에서 집행되기 때문에 기초자치단체와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지만 재난관련 복구비 집행과정에서 지방정부의 협조가 미약해 주민의 반발을 야기시키곤 한다.

신축적인 예산 운영 필요
일반 행정은 일정한 여건 하에서 대부분 예고된 대상을 어느 정도 예측하면서 행정을 수행하지만 재난은 대부분 전혀 예기치 못한 사태가 돌발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상황판단이 어려운 난관에 부딪힌다. 이에 신축적인 예산 집행을 위해 구체적인 항목으로 제한하기 보다는 총액으로 계상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집행과정에서 신축성과 융통성을 보장하는 장치가 필요한데 예비비나 기금으로 운영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합리적 재난관련 모형개발 시급
최근 대형 투자 사업이나 기자재 구입과 관련, 비용 대비 편익을 고려해 결정하려는 노력이 지속되고 있으나 재난 관련 투자비에 있어 미래 예측이 어렵고, 특히 인명과 관련된 사업이기에 편익을 고려한 합리적 예측을 도출하기가 쉽지 않아 다른 투자 사업에 비해 우선순위에서 미루어 질 우려가 있다. 따라서 재난 관련 투자 사업에서 필요성을 합리적으로 설득하기 위한 모형의 개발이 필요하다.

전반적 복구 사업 관리·감독 미흡
재해복구사업의 공정관리와 예산집행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소방방재청의 관리·조사기능을 부여해야 한다. 재해복구사업의 공정과 예산의 집행에서 정산에 이르는 전 과정을 보다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관리·감독하기 위해선 재해복구의 총괄기관인 소방방재청에서 필요한 경우 개별 사업마다 공정과 예산집행 과정을 관리·조사할 수 있는 기능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싶다.

비효율적 복구비 중심 예산 운영
최근 5년간(‘02~‘06) 복구비 대비 재해예방 투자 현황을 보면 우리나라는 2001~2005년까지 예방투자 사업비로 15조 2,938억 원을 투자했고, 향후 2010년까지 23조 2,954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중 국내 예방투자 대비 피해복구 투자 비중을 보면, 최근 5년(‘02~‘06)간 복구비는 총 예방사업투자 15조 1,634억 원의 1.52배인 22조 9,900억원이 소요된 반면, 예방투자는 전체 방재예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39.7%에 불과하다. 사후복구 위주의 임시방편적 투자로 인해예산 운영에 있어 ‘난관’이라는 악순환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향후 사전예방 중심으로의 국가방재정책의 전환이 시급한 실정이다.

일본, 예방 예산 비중 높아
예방과 복구의 차원에서 일본과 비교할 때,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일본의 경우 예방에 대한 예산의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우선 전체 지출의 비중에서 보면 일본의 156조 7천억원에 비해 우리나라는 32조 5천억원으로 20%에 불과하다. 2001년에서 2005년 사이에 예방 투자가 87.9%이고 피해 복구가 12.1%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예방 투자가 34.9%이고 피해복구비가 65.1%이다. 이로 인해 피해 복구비가 채 지출되기도 전에 새로운 피해가 발생한다는 비판도 있다. 피해 복구비가 아니라 예방 위주의 사업을 설계하고 재정을 지출할 수 있는 전반적인 체계 변화가 필요하다.

FEMA, 총괄 조정기능 수행
미국의 경우 국토안보국(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에 소속된 FEMA가 재난관리 관련 기능을 총괄하고 있다. D.C.에 본부가 있지만 전국 10개 지역(region)과 2개의 구역(area)에 지사를 두고 있다. FEMA가 갖는 가장 중요한 기능은 모든 재난·재해와 관련해 관리(manage)하고 조정(coordinate)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주 정부, 지방정부 그리고 개인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다. 특히 National Incident Management System을 통해 재해로 인한 지방정부와 개인에 대한 지원과 복구와 관련된 조정 권한을 부여 받고 있다. 그리고 예산 배분을 통해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방재기술 과학화 위한 정책개발 시급
우리나라에서 방재기술연구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감안할 때 현재와 같은 국립방재연구소의 열악한 환경(인력, 예산, 실험 공간 등)하에서는 방재연구의 과학화와 역량을 발휘하는 데 한계가 있어 개선책이 요구된다. 이러한 차원에서 중앙소방학교의 연구실 조직과 통합, 명실상부 방재기술연구의 메카로 자리매김하면서 방재기술의 과학화를 위한 정책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매년 홍수와 태풍 등 자연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피해조사와 복구계획의 지연으로 피해복구 지원의 시의성을 잃고 있으며, 피해시설이 복구되기 이전에 다른 재해로 다시 피해가 발생, 피해주민의 재산상·신체상 어려움이 가중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소방방재청은 무엇보다도 신속한 피해조사와 복구계획의 수립, 재해복구 예산의 선지급 규정 등 관련 법령의 재정비 등을 통해 시의성 있는 복구예산의 집행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복구사업이 완료된 후에 민간전문가를 포함한 평가단을 구성하여 복구사업의 모든 과정을 평가, 그 결과를 다음 재해 복구계획수립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평가시스템도 마련돼야 한다.

풍수해 보험 도입, 필요성 제기
자연재난으로 인한 피해는 시설소유자가 복구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사유재산 피해 중 주민생계와 직결되는 주택, 영세규모의 농·어업 시설에 한정해 생계구호 차원에서 일부 지원하고 있다. 그간 농작물과 형평이 맞지 않았던 산림작물, 염전 등 사유시설 피해에 대해서도 대파대, 이재민 구호, 생계지원,학자금 등이 추가 지원 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

이에따른 대책으로 현재 주민들 스스로가 재해에 대비할 수 있도록 농기계, 상품 등의 피해에 대한 보험상품이 개발돼 있기도 하다. 피해주민들의 욕구 수준에는 미흡하지만 미국과 일본과 같은 선진국처럼 현실적인 손실보상이 가능하도록 하는 풍수해 보험제도를 도입, 시행할 필요가 있다.

예산 우선순위 선정과정 전면 검토 필요
재난 관련 예산의 집행과 관련한 문제점과 이의 개선 방안을 볼 때 소방방재청의 예방, 소방, 재난 대책비에 대한 예산의 우선 순위, 사업의 선정과 예산 집행 등 재정 운영에 관한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우선 재정운영에 있어서 계획성과 합리성을 제고하고 재정규율(fiscal discipline)을 확립해야 함은 물론 재난 관련 정책 조정기능과 더불어 재원 배분의 총괄조정 기능이 강화되면 연구개발 관련 재원 확충도 함께 뒤따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