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태안의 유류유출 재난의 경우, 순수한 마음으로 유류오염 방제작업에 참여했지만, 불행하게도 사전안전교육이나 개인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보호장구없이 위험한 작업을 감행한 자원봉사자나 지역 주민들은 만성적인 건강상의 위해를 받을 것으로 판단된다.

원유 구성성분부터 알아야
석유(石油)는 천연에서 액체 상태로 산출되는 탄화수소의 혼합물로서 휘발성이 있는 가연성 물질이다. 정제하지 않은 석유를 원유(原油)라고 하며 이를 정제하여 휘발유, 경유, 등유 등을 제조한다. 원유의 화학적 조성은 4~26개의 탄소원자에 주로 수소가 결합되어 있는 다양한 화합물들로 이루어져 있다.

석유 정제(정유)란 원유를 증류하여 각종 석유 제품과 반제품을 제조하는 것을 말하며, 그렇게 뽑아 낸 여러 가지 유분 중에 포함되어 있는 불순물을 제거하고, 또 촉매를 첨가하여 탄화수소에 반응을 일으켜 성질이 다른 탄화수소를 만들어 내는 과정들을 거쳐 양질의 석유제품을 만들어 내게 된다. 원유는 여러 가지 구성 성분이 다양한 비율로 혼합되어 있고 그 혼합비율에 따라 물리적 성질이 크게 변하며, 색깔은 무색에서 흑색까지 변한다.

원유는 지하 깊은 곳에서 산출되기 때문에 심도에 따라 ㎤당 수십~수백㎏의 압력을 받고 있으며, 그 때문에 원유내에는 다양한 양의 천연 가스가 포함되어 있다. 원유의 점성은 온도가 증가하면 감소하기 때문에 지하에 있는 원유는 지표에 뽑아 올렸을 때보다 훨씬 유동성이 크다. 원유의 주성분은 탄소와 수소의 화합물인 탄화수소이지만 황, 질소, 산소 등이 소량 포함되어 있다.

	(왼쪽) 자원봉사자들은 현장에 도착하자 마자 아무런 조치없이 방재작업 도구를 들고 현장에 투입된다. (오른쪽) 서해안 기름유출로 '검은 재앙' 이라는 말이 실제 발생현장을 통해 느낄수 있다.

탄화수소는 그 분자를 구성하는 탄소 원자와 수소 원자의 수나 연결되는 모양에 따라 파라핀계(알칸, 시클로알칸), 올레핀계, 아세틸렌계, 디올레핀계, 나프텐계, 방향족 탄화수소(벤젠, 톨루엔, 자일렌)로 분류되며, 성분마다 각각의 물리화학적 성질에 따라서 독성에 차이를 보인다.

발암성 포함한 잠재적 독성 지녀
총 탄화수소(total hydrocarbon, THC)란 탄소와 수소로 이루어진 화합물들을 총칭하는 말로서 메탄, 에탄, 벤젠, 나프탈렌 등 다양한 물질들이 포함되는데, 다환방향족탄화수소(polycyclic aromatic hydrocarbons, PAHs)나 휘발성 유기화합물(volatile organic compounds, VOCs)도 총 탄화수소에 포함된다.

20세기 초, 타르에 포함된 3,4-벤즈피렌이 강한 발암성을 갖는다는 것이 인정되었고, 이후의 연구를 통하여 4~6개의 고리를 갖는 PAHs들에서도 발암성이 인정되고 있다. VOCs란 증기압이 높아서 대기중으로 쉽게 증발하고, 대기중에서 질소 산화물과 공존시 광화학반응을 일으키면 오존 등 광화학산화성물질을 생성하여 광화학 스모그를 일으키는 물질을 총칭하는 용어다.

새집증후군의 원인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이 화합물들은 이동성이 강하고, 냄새가 고약하며, 마취성이 강한 오염물질로서, 발암성을 포함한 잠재적인 독성을 가지고 있다. 원유의 경우, THC와 VOCs가 다량 함유되어 있고 그 중 벤젠은 백혈병 등의 암을 유발하는 발암성이 강하며, 대표적으로 ‘인간에게서 확실히 입증된 발암물질’로 규정되고 있는 독성 물질이다.

특히 피해 지역의 주민들은 생계를 위협하는 재난으로 정신없는 상황에서 방제복을 제대로 갖춰 입지 못하고 고무장갑만을 끼고 며칠 혹은 몇 주간동안 거의 하루 종일을 타르 덩어리 제거에 전념한 결과로, 원유로부터 방출된 고농도의 휘발성 유독물질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건강에 치명적인 위해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초기 방제작업에 투입된 사람들일수록 유독성 물질에 대한 노출은 더욱 심할 것으로 보인다.

사고 발생 후 5일간 40~50%의 원유가 증발한 것으로 추정할 때, 초기 방제작업 투입자들은 고농도의 유독성 물질에 노출된 것으로 판단된다. 대전시민환경연구소와 환경운동연합에서 사고 발생 4일후부터 8일후까지 원유유출지역 해수욕장과 인근 주거지역의 VOCs 농도를 조사한 결과, 가장 위험한 벤젠의 오염도가 24개소 모두에서 일본 기준(0.94 ppb)을 초과했다. 공단이 인접해 있지 않은 해안가에서 이들 물질이 검출되었다는 사실은 원유 유출로 인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실정이다.

간헐적으로 기름 수거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의 경우에는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노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건강상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으나, 녹색연합 등에서는 지역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많은 수의 자원봉사자들에게서도 건강상 위해한 급성 증상들이 상당히 나타나는 것을 보고하고, 아울러 향후에는 방제작업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안전에 대한 사전교육과 함께 방제복, 장갑과 장화, 보호안경, 마스크 등의 방제용품을 지급하여 철저한 개인 건강의 보호를 당부하고 있다.

사전 교육 없이 방제현장 투입

	기름유출사고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며 국내 재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설정이다.

유출원유 제거작업에 참여한 자원봉사자와 지역 주민 211명을 대상으로 한 이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참여자의 97.6%가 사전안전교육없이 방제현장에 투입되었고, 55%는 원유에 직접 노출되었으며, 3%만이 보호안경을 착용하고 방제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위험천만했던 점은, 방제당국이 방제작업 참여자들의 기본적인 인적사항조차 확보하지 않은 채 인력을 방제현장에 무작위적으로 투입했으나 현장에서 인명 피해가 일어나지 않은 자체만으로도 위안을 삼고 있다. 급성 인체영향으로 인한 증상으로는 호흡기 통증, 메스꺼움, 구토, 두통, 현기증, 전신 피로감 등이 있었고 자원봉사자에 비해 지역주민에게서 많이 나타났는데, 이는 방제작업에 노출된 시간이 많았던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두통·현기증 유발될 수도
대규모 원유 오염 사고가 발생하면 섭씨 20도 내외에서도 쉽게 휘발하는 저분자 알칸(펜탄, 헥산), 시클로 알칸(시클로 부탄, 시클로 헥산) 및 방향족 탄화수소류(벤젠, 톨루엔, 자일렌 등)에 의해 급성 호흡기 및 눈 자극 증상이 유발된다. 또한, 원유는 황, 타르 등의 독성 물질이 함유된 높은 점성의 액체이기 때문에 피부에 100% 원유가 약 3시간 동안 접촉되면 급성 피부 자극을 유발할 수 있다.

이외에도 대량의 원유 유출 시에는 강한 휘발성으로 인해 매우 미세한 유증기가 발생하는데, 원유의 미세 유증기에는 휘발성물질 뿐만 아니라 미량의 황,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류, 중금속 등의 물질이 복합적으로 함유될 수 있어 이로 인한 인체 독성 유발 가능성이 함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유유출사고에 따른 급성 영향은 주로 VOCs에 의한 것인 반면에, 장기적인 만성 영향의 주범으로 지적되는 것은 PAHs이다.

	코를 찌르는 오일냄새에도 불구하고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은 분주하기만 하다.

해양에서의 대규모 원유 오염 사고 직후에는 약 30% 정도의 헥산, 벤젠, 톨루엔 등의 휘발성 탄화수소류 등의 물질이 대기 중으로 휘발됨으로 인해 호흡 자극 등의 급성 영향과 반복 노출에 의한 두통, 현기증 등의 영향이 우려된다. VOCs 중 가장 위해가 심한 것은 벤젠이다. 또한 정제되지 않은 원유이므로 타르볼(아스팔트 주원료)과 같은 점성이 높은 원유 성분이 인근 해안가로 이동되면서 피부 접촉에 의한 급성 피부 자극이 유발될 수 있다.

대한의사협회의 ‘유류 오염 사고에 대한 대한의사협회 대국민 권고안’은 원유 오염 사고 시 방제활동을 하는 사람들과 인근 주민들의 인체에 대한 위해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VOCs에 의한 중독증상은 VOCs의 구조, 노출 농도와 기간, 다른 VOCs와의 복합노출 여부, 개인의 감수성, 표적장기의 분포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그러나 VOCs는 단일 물질이라기보다는 대체로 다양한 물질의 혼합물의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각각의 VOCs들이 서로 상가적으로 작용하며 VOCs에 의한 공통적인 독성작용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고 있다. VOCs에 의한 독성작용으로 가장 보편적이면서 중요한 것은 중추신경계를 억제하는 마취작용이다. 증상으로는 도취감, 현기증, 혼돈이 오며, 이후에도 노출 농도가 점차 심해지면 의식상실, 마비를 겪게 되고, 종국에는 사망하게 된다.

이러한 중추신경계 억제 작용은 독성 효과의 발현이 빠르고, 원인물질의 제거와 함께 빨리 그리고 완전히 회복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대사된 물질보다는 물질 그 자체의 독성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양한 구조의 유기용제가 비슷한 증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아 중추신경계 세포에 대한 용제의 물리적 반응 때문으로 풀이된다.

VOCs에 의한 만성적인 위해의 예로는 중추신경계의 장해와 말초신경계의 장해를 우선 들 수 있으며, 중추신경계의 장해로는 VOCs에 의한 비특이적인 중추신경계 손상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만성적인 신경행동학적 장해를 들 수 있다. 증상으로는 감각이상, 시각 및 청각장해, 기억력 감퇴, 작업능률 저하, 수면장애, 혼돈, 신경질, 불안, 우울, 무관심 등의 정서장애와 사지무력감, 조화운동의 저하, 피로 등과 같은 운동장애인데, 급성 중독과 달리 신경세포의 병리조직학적 변화에 기인되는 비가역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손영수 교수는 설명하고 있다.

일부의 VOCs는 말초신경장해를 가져오는데, 예를 들어 이산화탄소, 노르말 헥산, 스티렌 등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말초신경계 장해를 가져 올 수 있다. 초기에 나타나는 증상은 손가락이나 발가락 부위에 대칭적으로 발생하는 무감각 내지 이상 감각인데 마치 장갑이나 양말을 신듯이 점차 진행될 뿐 아니라 고농도의 벤젠에 만성적으로 노출되는 경우에는 백혈병을 유발한다는 것은 잘 알려 진 사실이라는 것.

PAHs는 벤젠 고리가 여러 개 뭉쳐 있는 구조를 가진다. 타르 덩어리를 포함하는 원유찌꺼기의 주요성분으로 발암성이 강하고, 그 외에도 면역저하, 심장질환, 피부질환 등을 일으킨다. 원유 유출시 방제작업 참여자들에서 노출이후 1~2년간 계속되는 장기간의 만성 호흡기 증상을 호소하기도 하였고,1) 또한 원유는 황, 타르 등의 독성 물질이 함유된 높은 점성의 액체이기 때문에 원유에 직접 만성적으로 피부가 노출되면 만성적인 피부 가려움증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피부암까지도 유발될 수 있다는 게 의학적 관점이다.

쉽게 분해되지 않은 PAHs
PAHs는 자연계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으므로 앞으로 오랫동안 사고지역 인근의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1989년 미국 알래스카 해안에서 발생한 엑손발데즈호 사고의 영향이 아직도 남아 있어, 인근 해양 생태계가 원상으로 회복하지 못하고 해양생물의 성장부진, 원인불명의 집단 폐사, 개체수의 회복 지연 등의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PAHs에 오염된 어패류를 섭취함으로써 간접적인 위해를 받을 수 있다. 간접적으로 섭취한 오염 물질의 독성 작용에 의한 건강상의 일차적 위해 이외에도, 장기적으로 인체조직이나 장기에 축적되는 경우에는 환경호르몬(외인성 내분비계 교란물질)으로 작용하거나, 환경호르몬을 발생시키는 원인물질로 작용할 수 있어 또 다른 심각함이 도사리고 있다.

통합적 자원봉사 모델 제시해야

	더 이상 장사를 할 수 없게 된 만리포 해수욕장의 횟집은 문을 굳게 닫아놓은 채 망연자실하고 있다.

이번 태안의 유류유출 재난의 경우, 순수한 마음으로 유류오염 방제작업에 참여하였지만, 불행하게도 사전안전교육이나 개인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보호 장구 없이 위험한 작업을 감행한 자원봉사자나 지역 주민들은 만성적인 건강상의 위해를 받을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와 보건 당국은 시급히 지속적인 건강, 보건 및 주민의 생활환경에 대한 감시 및 관리체계를 구축하여 예견가능한 문제의 발생을 사전에 예방하고,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유관 행정기관과 연계하여 통합적인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해야 한다.

향후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재난사고의 초기부터, 유류오염사고로 인한 건강 및 보건 피해와 관련하여 전문성이 있는 국가기관과 민간단체가 공동으로 정밀 역학조사를 시행하여 그러한 증거자료를 근거로 보험사 혹은 IOPC와의 피해보상 협상을 유리하게 진행해 나갈 수 있도록 하며, 손해배상 소송으로 발전하는 경우에도 만족할만한 충분한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입증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태안 원유유출사고에서는 많은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사전안전교육이나 개인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보호 장구 없이 위험한 작업을 감행, 이는 스스로 건강 및 보건피해를 유발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해 피해보상의 협상이나 손해배상 소송에서 불리한 인자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주1) Jan-Paul Zock, et al., “Prolonged Respiratory Symptoms in Clean-up Workers of the Prestige Oil Spill”, Amer Jour Resp & Critic Care Med, vol.176, 2007 : 고려대학교 환경의학연구소, ‘태안반도 원유유출 방제작업 자원봉사자 및 지역주민 급성 인체영향에 대한 연구(최종보고서)’, 2007.12.23, 제14면에서 재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