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이나 기후 관련 전문가들은 올해 7, 8월 더위와 장마가 어느 해보다도 극성일 것으로 전망한다. 풍수해 대비는 연례행사가 된지 오래다. 하지만 올해는 예년과 다르게 정부와 지자체 담당 공무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 4월 1일 전북 김제를 시작으로 총 19개 시·도·군·구 33개 농가 등 전국을 휩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Avian Influenza) 방역 및 살처분 매몰지 관리가 허술하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AI 발생지역의 방역 허점으로 곳곳에서 닭, 오리 등 가금류들이 악취를 풍기며 썩고 있고 가금류 살처분 매몰지의 침출수 등 전염병의 오염원도 지하수와 각종 하천의 수질을 위협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여름 풍수해가 ‘AI 2차·3차 재앙’을 부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재난포커스>는 AI가 발생한 서울 송파구 장지·문정지구와 서울 송파구 장지동 380-3번지(가금류 9653수 살처분 매몰지)를 지난 6월10일과 11일 이틀에 걸쳐 샅샅이 조사했다. AI 발생지역 오염원 관리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고 가금류 살처분매립지 ‘침출수’오염 우려도 심각한 수준이였다. 가장 잘 관리되어야 하는 서울 지역이 심각한데 지방자치단체들이 살처분한 매몰지 관리는 더욱 심각한 수준이 될것으로 보인다. 서울을 중심으로 ‘AI 2차·3차 재앙’의 우려를 긴급 점검한다.

서울시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송파구 문정지구는 18가구에서 닭 2786 마리, 오리 2200 마리, 송파구 장지지구는 15가구에서 닭 2350 마리, 오리 810 마리 모두 8146 마리가 사육됐다. 하지만 지난 6월10일 서울 송파구 장지·문정지구에는 닭 한 마리 오리 한 마리 찾기가 힘들었다.

서울시, AI 발생 후 처리 과실 시인한 셈 
지난 5월13일 이곳에서 오리 6마리가 생존해 있다는 동영상(http://tsori.net/617)을 본 터라 내심 생존해 있는 오리나 닭을 열심히 찾았다. 서울시는 AI 발생 이후인 지난 5월12일 송파구 장지지구 오리가 AI 의심축(H5형 향원양성)으로 판정, 해당지구인 송파문정·장지지구 내 닭과 오리 등 가금류 9653 마리 모두를 살처분 송파구 장지동 380-3번지 일대에 묻었다. AI가 발생한 문정·장지지구를 몇 시간 둘러보는데 겁에 질린 듯 움직임이 둔한 오리 한 마리를 발견했다.

기쁨도 잠시 저 오리도 공무원들에게 곧 발각돼 살처분 될 것을 생각하니 불쌍한 마음과 부끄러움이 교차됐다. 몇 시간을 조사한 후 문정·장지지구의 위험지역을 지키고 있는 문정1초소에가 한 공무원에게 AI가 발생했던 오리 사육장 비닐하우스 내부에 살아 움직이는 오리 한 마리가 있는데 알고 있는지 물었다. 그는 “이곳에는 닭과 오리가 모두 살처분 매몰지로 옮겨져 생존 가금류는 한 마리도 없다”며 “기자분이 발견한 오리는 사육되는 오리가 아니고 야생 오리일 것”이라고 시치미를 뗐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6월3일 현재 전국 AI 관련 발생농가, 오염지역, 위험지역, 경계지역의 닭, 오리 등 가금류 846만1000수를 살처분 매몰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도 지난 5월12일 서울 전 지역 가금류 1만5000수를 살처분 매몰조치했다고 밝혔다. 또 AI 위험지역에서 발견된 닭과 오리 등 가금류는 모두 살처분 매몰 조치됐다고 호언장담한 바 있다.

	사진1.  AI 발생 장소(서울 송파구 지하철 8호선 장지역과 복정역 인근) 사진2.  AI 발생 장소는 서울 송파신도시 개발 계획 예정지이다(장지역과 복정역 인근)

하지만 지난 6월18일 서울시가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수정 의원(민주노동당)에게 제출한 ‘AI 살처분 및 매몰·소각 현황(5월말 현재) 자료에 따르면 가금류를 살처분 매몰 건은 총 37곳 2만1126수였다. 이중 살처분 매몰한 건은 총 26건 1만8176수(닭 1만3621수, 오리 3907수, 기타 648수), 살처분 소각한 건은 총 11건 2950수(닭 2320수, 오리 111수, 기타 519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수정 서울시의회 의원은 “서울시 공무원들이 AI방역 때문에 수고한 것은 알지만 AI 발생 이후 제2, 제3의 재앙을 대비하는 자세로 원칙과 기준, 지침을 정확하게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 서울시 자체 발표에서도 읽을 수 있다”며 “서울시가 지난 5월 12일 서울시 전역의 가금류를 모두 살처분 매몰했다고 밝혔지만 지난 5월13일부터 31일까지 19일간 가금류 6126수가 살처분 매몰 또는 소각된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사진1.  AI 발생 비닐 하우스 내부(서울 송파구 장지ㆍ문정지구 '개미마을') 사진2.  AI 발생 장소에서 6월 10일 썩고 있는 가금류 사체(닭인지 오리인지 구별하기 조차 어려울 정도로 썩고 있다.)

썩은 물에 악취와 파리 떼 득실
이수정 의원이 지적한 AI 발생 이후 제2, 제3의 재앙을 대비하기 위해 살처분 처리 원칙과 기준, 각종 지침을 정확하게 지켰어야 하지만 AI 발생 이후 한 달이 지난 6월10일과 11일 송파 문정·장지지구 AI 발생 현장과 살처분 매몰 현장 곳곳에는 ‘AI 발생 이후 제2, 제3의 재앙’을 부를만한 오염원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닭과 오리가 사육됐던 현장으로 보이는 비닐하우스 내부에는 살처분 매몰 당시 같이 묻어야 하는 사료 포대와 빈 포대가 수없이 쌓여있었다.

	AI 발생 비닐 하우스 내부

비닐하우스 주위 곳곳에서는 방역과 살처분 당시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마스크, 장갑, 방역복, 살처분용 포대 등도 여기저기 널려있었다. 문정·장지지구 중심을 가로지르는 수로의 사방 100m 정도를 그물로 막아 오리 사육장으로 사용했던 현장에는 악취와 파리 떼가 득실거렸다. 물은 이미 시꺼멓게 썩어 있었고 곳곳에는 오리 알과 오리 사체도 보였다. 너무 썩어 오리인지 닭인지 분간조차 어려울 정도의 사체 위에는 수많은 시커먼 파리 떼가 득실거렸다. 사육장 물속에도 오리의 사체들이 어른 거렸다. 살처분용 포대에도 뭔가 담겨 물속에 비쳤다.

썩은 물 인근 아파트 하수구로 흘러

	AI 발생 장소에서 6월 10일 살아남은 오리 한 마리(5월 13일에는 오리 6마리가 생존해 있었다.)

문정·장지지구는 한 쪽 면은 아파트, 다른 한 쪽 면은 상가가 밀집된 곳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여기에 있다. 문정·장지지구 AI 발생 오리 사육장의 썩은 물은 인근 올림픽훼밀리타운아파트 하수구로 흐르고 있었다. 비가 좀 심하게 내리면 오리 알과 닭인지 오린지 분간조차 힘든 사체들이 둥둥 떠 아파트 하수구로 흘러 들 것이 뻔하다. 이 하수구의 썩고 오염된 물은 서울시 송파구와 강남구를 걸쳐 흐르는 탄천으로 흘러든다.

또 닭과 오리를 모두 살처분 매몰지로 옮기지 못해 실수로 남겨 논 가금류는 주위에 어슬렁거리는 고양이, 개, 쥐 등 야생동물에 노출됐을 가능성도 매우 높아 보인다. 야생 동물로 인한 ‘AI 2차·3차 재앙’도 우려된다. ‘재앙’의 우려는 이뿐만이 아니다. 문정·장지지구는 주민 이주와 농지 보상 합의 문제로 AI 발생 후 통행 금지시켰을 때도 이곳에 살거나 농사를 짓고 있는 시민들이 수시로 드나들었다. 6월10일에도 AI 발생 비닐하우스 옆에는 농사짓고 있는 시민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비닐하우스 내부에서 일하던 한 시민은 “이곳 어디에도 일부 닭과 오리를 묻은 것 같은 데 묻은 곳을 알 수 없다”며 “닭과 오리 사육장에 다 저녁 때 들이닥쳐 닭과 오리를 포대에 담아서 어디론가 싣고 갔다”고 설명했다. 그 시민은 또 “AI 발생 이후 이 지역을 지키는 초소가 생겼지만 초소가 있는 곳 말고도 이곳을 출입할 수 있는 곳은 많아 AI 발생 후 농사짓는 시민들의 통제를 막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문정1초소를 지키고 있던 한 공무원도 “매일 구청 공무원들이 교대로 파견 나와 초소를 지키고 있지만 초소 앞 방역장치가 설치된 곳으로 들고 날 때나 관리가 되지 초소 외 다른 입구를 통해 출입할 때는 관리가 속수무책이다”라며 “AI가 발생한 직 후에도 이곳에서 농사 짓는 시민들을 통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없고 설령 있다하더라도 막을 도리가 없다”고 방역과 AI 발생 후 관리의 허술함을 시인했다. 문정1초소를 지키던 또 다른 공무원은 “이곳은 송파신도시 개발 예정지이기 때문에 시민들의 관리, 감독, 통제가 더욱 어려운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사진1.  AI 발생지에 있는 사료, 사료포대 등은 모두 가금류 살처분 장소에 같이 묻어야 하지만 AI 발생지에 그대로 방치돼 있다. 사진2.  AI 발생지의 오염원이 흐르고 있는 수로 개천 사진3.  AI 발생으로 오염된 물이 인근 올림픽훼밀리타운 아파트 하수구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송파신도시 계획과 AI 발생 위험 일치
실제 문정·장지지구는 송파신도시 개발계획에 따라 노른자 땅이다. 이곳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보상과 합의 문제 때문에 AI 위험은 안중에 없는 듯 했다. 서울 송파구 송파신도시 개발 계획이 빠르면 6월 말, 늦어도 7월 초 중으로는 확정될 전망이다. 송파신도시는 애초 지난해 9월 개발계획이 확정될 예정이었으나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용적률 하향조정 권고, 임대주택 비율 미확정 등으로 연기돼 왔다.

알려진 송파신도시 개발 계획에 따르면 지하철 8호선 장지역을 기점으로 반경 1km 내(문정역, 복정역, 송파IC, 성남IC 포함)에 송파신도시, 송파파인타운, 법조단지 비즈니스파크, 동남권유통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장지역을 기점으로 반경 3km 내에는 수서역, 석촌역, 송파역, 가락시장역, 경원대역, 방이역, 오금역, 개농역, 거여역, 마천역, 산성역 모두 14개 역사가 위치하고 있다. 장지역을 기점으로 반경 3km 내는 교통의 요지이며 훌륭한 주거 환경이 만들어진다. 장지역, 문정역, 복정역 인근 탄천교, 광명교, 대곡교, 대왕교 밑으로 탄천의 강물이 흐르고 있다.

	AI 발생으로 살처분 닭ㆍ오리 9653마리 매몰지(서울 송파구 장지동 380-3번지 일대)

장지역을 기점으로 반경 1km와 3km의 원(Circle)은 서울시 송파구에서 관리, 감독하고 있는 AI 방역 및 통제소 현황도와 거의 일치했다. 서울시 송파구는 AI 발생 후 장지역을 기점으로 반경 3km 내를 AI 발생 위험지역으로 관리해 오고 있다. 서울시는 송파구 문정지구 조류사육이 지난 2006년 이후 집중 발생한 것에 대해 도시계획시설 시행시 토지보상법에 따른 토지, 건물 보상이 이뤄지며 지구 내에 사육중인 닭, 오리 등 가축 등에 대해서도 축산보상이 가능하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관행적으로 축산보상이나 영업보상이 이뤄질 때 상가 입주권이 부여됨에 따라 부동산 브로커들도 가세해 불법적인 가축사육이 급증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송파구 문정·장지지구 AI 관리감독 제1초소 한 공무원은 “법, 제도적으로 비닐하우스에서 주거하거나 농사를 짓는 사람들을 강제적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며 “AI가 발생했을 때는 통제의 어려움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가금류 살처분 매몰지 관리가 더 문제
AI 발생지와 AI발생 위험지역의 관리, 감독의 문제도 문제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AI 발생으로 인한 닭, 오리 등 가금류 살처분 매몰지의 매몰 과정과 사후 관리, 감독 소홀이다. 지난 6월18일 이수정 서울시의회 의원에게 제출한 ‘AI 살처분 및 매몰·소각 현황’에 따르면 AI 감염으로 의심돼 살처분된 닭, 오리 등 가금류들의 사체는 가족공원, 대학 기숙사 숲속, 쓰레기 더미 바로 옆 등 서울 곳곳에 매몰된 것으로 조사됐다.

용산구는 용산구가족공원(용산동6가 68-90번지)에 닭 78수, 오리 33수를, 광진구는 구청 후문에 닭 278수, 오리 7수, 기타 53수와 건국대학교 기숙사 숲속에 닭 10수, 기타 7수를, 송파구는 수천 톤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쓰레기 더미 바로 옆(장지동 380-3번지)에 닭 6174수, 오리 3402수, 기타 77수를 살처분 매몰했다.

	사진1.  온갖 쓰레기가 쌓여 있는 곳 바로 옆이 닭과 오리의 매몰지. 사진2.  닭과 오리의 살처분 매몰지 바로 옆에는 탄천으로 흘러들어가는 개천이 있다.

<재난포커스>는 서울시가 가장 많은 가금류를 살처분 매몰한 송파구 장지동 380-3번지를 지난 6월11일 찾았다. 송파구 장지동 380-3번지는 송파신도시 개발계획 상으로는 공원부지가 들어설 곳이다. 택시의 네비게이션에 의존해 살처분 매몰지로 향했다.

노인들의 요양소인 예은교회 노인복지센터를 50여미터 지나자 수천톤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쓰레기 더미가 나타났다. 군 골프장인 남성대컨트리클럽(송파구 장지동 393번지) 옆이다. 살처분 매몰지가 쓰레기장이라는 것에 황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높게 쌓인 쓰레기 더미 절벽 바로 앞에는 묘지의 비목인양 ‘AI발생에 따른 긴급방역 출입금지’ 팻말과 플라스틱 파이프 여러 개가 꽃혀 있고 ‘폴리스 라인’ 같은 노끈으로 둘러쳐 있었다.

	사진1.  가금류 살처분 매몰지에 침출수를 모으기 위해 만든 구덩이(썩은 물이 고여 있는 데 비가 조금만 내려도 구덩이가 넘쳐 매몰지 바로 옆 개천으로 썩은 물이 그대로 흘러 결국 송파신도시 탄천으로 유입될 것으로 판단된다.) 사진2.  가금류 살처분 매몰지 바로 옆 개천을 따라 300 미터 정도 내려가면 송파 신도시 계발 지역에 흐르는 탄천이 있다.

가금류 살처분 매몰지는 떼를 입히지 않은 봉분이 몇 일 전 비를 맞아 움푹 폐이고 사체들이 썩으면서 발생된 가스 분출로 갈라진 곳이 여러 군데였다. 특히 매몰지 바로 옆에는 탄천을 따라 한강으로 흘러들 수 있는 개천이 있다. 매몰지 중앙에는 침출수를 모으기 위한 구덩이가 만들어져 있지만 깊이가 60여 cm여서 조금만 비가와도 침출수는 하천과 한강을 오염시킬 가능성이 아주 높았다.

군 골프장인 남성대컨트리클럽(송파구 장지동 393번지)에서부터 흘러내려오는 골짜기 물은 가금류 살처분 매몰지(장지동 380-3번지) 바로 옆을 지나 300m 정도 떨어진 송파파인타운 10단지 바로 옆 개천으로 합류된다. 이 개천의 물은 장지역 바로 옆 장지교, 장지3교를 지나 탄천 본류로 흐른다. 탄천에 도달한 물은 광평교, 탄천교, 탄천1교, 탄천2교, 삼성교, 봉은교, 청담교, 청담2교를 지나 청담대교 옆 한강까지 흐른다.

살처분 매몰 방식에도 문제점 심각

	가금류 매몰지 주위에 버려진 방역복

현재 AI 관련 살처분 매몰방식은 구덩이의 바닥과 벽면에 비닐을 깔고 그 위에 사체를 투입한 뒤 사체 위를 흙과 생석회로 번갈아 덮는 방식이다. 생석회를 도포하는 이유는 생석회(CaO)가 물과 만날 때 소석회(Ca(OH)2)가 되며 발열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때 방출되는 열은 매몰 구덩이 내부의 온도를 200℃ 이상으로 올려서 AI바이러스를 제거한다.

AI바이러스는 닭고기 100g 기준으로 70℃에서 5.5초만 가열해도 모두 사멸한다. 하지만 급한 나머지 매몰지의 지형 상황이 불량한 곳이나 매몰과정에서 비닐이 찌끼는 경우 지하수나 하천의 오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매몰지 구덩이 내부의 온도가 200℃ 정도여서 가스배출구로 역류하는 침출수에 따른 제2, 제3의 오염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살처분 하는 사람들한테 감염이 될 수 있고 또 살처분 장소가 민가나 민가 인근이라면 주위를 오염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로 가금류를 죽인 다음 일정시간이 지나고 나서 살처분하고 소독해야하지만 다급한 나머지 이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매몰지 주위에 버려진 살처분 당시 사용했던 비닐과 생석회(생석회 두포대가 비닐로 덮여 있다.)

동물보호법 제11조와 AI 긴급행동지침의 살처분 및 소각·매몰 요령 2.4항에 따르면 AI가 발생한 지역의 닭과 오리는 이산화탄소 가스를 이용해 안락사시킨 후 살처분토록 돼 있다. 최소한의 동물권을 인정해 동물이 느끼는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현재 AI 살처분 과정에서는 이러한 지침을 무시하고 대부분의 닭과 오리를 산 채로 묻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생활경제담당관실 동물관리팀 김세곤 주임은 “AI가 계속 확산돼 사안이 시급한데다 안락사를 시킬 장소확보가 어려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AI 긴급행동지침에는 안락사시킬 적당한 장소가 없을 경우 구덩이나 비닐하우스를 이용하는 방법까지 상세히 적혀있다. 매립 지역에서 발생하는 침출수와 악취도 문제다. 전주환경운동연합측은 지난 5월 중순 김제와 정읍을 포함한 전북 지역의 200여 곳의 매립지 중 약 50여 곳에서 가스 배출관이나 표면으로 침출수가 유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많은 우려에도 불고하고 지난 6월12일 ‘송파·광진 AI발생 이동제한 등 방역조치 해제’를 공식화했다. 지난 5월6일 광진구 청사 내 자연학습장 및 5월11일 송파 장지·문정지역에서 AI가 발생한 이후 더 이상 발생 징후가 없어 그동안 취해왔던 이동제한 등 방역조치를 광진은 6월9일 송파는 6월12일자로 해제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