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4일 ‘행정안전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이 공표됐다. 이어 지난 6월 5일에는 ‘소방방재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도 확정됐다. 하지만 7월 20일 현재 아직까지도 업무중복과 보고체계의 이원화 등 역할과 책임이 명확치 않다. 최근에는 행정안전부와 소방방재청에서 지방자치단체에 거의 비슷한 내용의 공문을 각각 발송, 업무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에 재난포커스는 8월호부터 3번에 걸쳐 ‘국가 재난안전관리체계 문제없는가?’란 제목의 연재를 기획했다. 8월호에 ①행정안전부·소방방재청의 업무 중복과 보고체계의 이원화 문제점을 다루고 9월호에 ②행정안전부·소방방재청의 직제의 문제점을 다룰 예정이다. 10월호에는 ③국가재난안전체계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안을 모색해 볼 계획이다.

#1.“왜 물 건너 간 문제를 또 다시 거론하느냐?, 너무 늦었다”
#2.“정부조직 개편작업 때 당면문제의 해결책에는 모두 공감했는데 정치논리에 막혔다”
#3.“행정안전부와 소방방재청의 직제가 확정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또 이 문제를 거론하면 해당 공무원들만 괴롭다”
#4.“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고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바꿀 것은 바꿔야 한다”
#5.“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 문제가 있다면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한다”
#6.“또 다시 대구지하철 화재 사고와 같은 대형재난이 일어나야 정신을 차릴 것 같다”
#7.“소방방재청에서 다 만들어 놓으면 겉표지와 목차 문구만 좀 바꿔 행장안전부에서 만든 것처럼 국무회의에 보고된다. 업무 중복과 보고체계 이원화의 대표적인 문제점이다”

개편된 ‘소방방재청의 직제 시행규칙’이 적용된 지 두 달이 다 되가는 시점에서 소방방재청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반응이다. 행정안전부 공무원들도 문제점 지적에는 공감하는 데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자제했다. 정부 조직의 직제 문제는 ‘정치적 사안’이라는 것이다.

대구지하철화재 이후 소방방재청 탄생
대다수의 전문가들과 공무원들은 “또 다시 ‘대구지하철 화재 사고’와 같은 대형재난이 발생한 후 업무 중복이나 보고체계의 이원화 문제를 다루는 어리석음을 되풀이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현재의 국가재난안전관리의 업무중복 문제와 평상시나 재난발생시 보고체계의 문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런 지적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소방방재청이 개청할 때나 이명박 정부 이후 조직체계 수립 당시에도 거의 비슷한 이슈들이 불거졌다. ‘2003년 2월18일 오전 9시53분’을 기억하는 국민들이 많을 것 같다. 이날 이 시간은 확인된 사망자만 192명에 148명이 부상을 당해 ‘온 국민에게 큰 충격’을 준 대구지하철 화재 사고가 났던 때이다. 우리나라 정부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들에게 국가재난관리시스템의 필요성을 일깨워 준 일대 사건이었다.

대구지하철 화재사고 직후인 2003년 3월 참여정부는 국가재난관리시스템기획단을 출범시켰다. 이 조직이 지난 2004년 6월 개청된 소방방재청의 전신이다. 소방방재청은 자연재난, 인적재난, 소방 등을 아우르는 재난관리 총괄기관이 됐다. 하지만 소방방재청 출범 이후 많이 노력했지만 13개 부처, 90개 법률로 유사, 중복, 분산된 재난 및 안전 관련 법령체계를 정비하지 못했다. 이번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조직개편에도 똑같은 상황이다.

소방방재청, 생태적 한계 갖고 출범
당시 재난관련 조직체계가 행정자치부(사회적재난), 소방방재청(자연재난, 인적재난, 소방), 국가비상기획위원회(국가비상기획)로 중복 분산돼 지휘명령체계 혼선, 부처별 의견조정 및 의사결정 지연, 중복된 인적·물적 자원동원 체계 등 재난관리 총괄조직으로서의 생태적 한계를 가지고 출범했다.

차관급 위상으로 출범한 소방방재청이 당시 건설교통부, 농림부, 해양수산부 등 각 부처의 재난관리업무에 대한 평가 및 총괄, 조정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차관급인 ‘청(廳)’ 단위 기관에서 ‘부(部)’ 단위 기관에 대한 평가 및 총괄, 조정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는 이유로 거부감 표시 또는 미온적 협조가 많았다. 또 ▲중앙과 지방간에 신속한 지휘체계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지자체 업무에 대한 지휘·감독권이 필요하나 ‘청(廳)’ 단위 기관에 이러한 지도·감독 기능이 없어 업무추진 자체에 한계점도 많았다.

특히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행자부장관)과 차장(소방방재청장)의 소속기관이 달라 하부조직 간에 업무중복, 업무처리 지연 등 구조적 문제점도 있었다. 이는 대형재난 발생시 국무회의 등에 긴급 상황을 신속히 보고하고 중요사항에 대한 심의·의결해야 하지만 소방방재청장은 국무위원이 아니므로 신속한 의사결정을 못하는 한계가 발생할 수 밖에 없었다.

문제해소 위해 ‘행정안전부’ 만들었다?
지난 1월 16일 발표된 이명박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안에 따르면 이러한 문제점과 관련해 분산된 안전관리정책의 총괄·조정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예방, 대비, 대응, 복구 기능을 통합해 행정자치부를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로 전환한다고 했다. 하지만 단지 국가비상기획 기능만을 흡수 통합하는데 그쳐 지난 2004년 소방방재청 개청에 해결하지 못했던 재난 및 안전관리 법령체계 정비, 각 부처로 분산된 재난관리기능의 통합 등에 관한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 행정안전부가 재난 및 안전관리 총괄기관으로 새롭게 태어남에 따라 행정안전부의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 기능 및 조직의 보강이 필요했다. 기존 소방방재청의 재난관리 총괄기능 등을 비롯한 업무들이 행정안전부로 이관했어야 했다. 하지만 새롭게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이 만들어지고 기존 소방방재청 업무는 그대로 남겨뒀다. 결국 자연재해를 비롯한 재난업무는 총괄·조정기능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행정안전부와 소방방재청의 총괄, 조정기능이 이원화됐다.

또 재난관리 주무부처 기능유지를 위해 행정안전부 조직을 보강, 소방방재청의 조직과 유사기능을 수행하는 이중적 조직이 만들어진 셈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에서 주창해온 ‘작은정부’ 취지에 부합되지 않고 업무중복에 따른 갈등 및 혼선 등 많은 문제점을 낳게 될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조직 개편 당시 대다수 전문가들은 “국가재난 및 안전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소방방재청의 자연재난, 인적재난, 민방위 업무를 행정안전부로 이관, 전시대비업무와 각종 재난업무를 통합해 명실공이 국가안전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전담기관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화재진압, 긴급구조 등의 소방분야는 특정업무 기능으로 독자적 수행이 가능하므로 일반행정 분야와 상이한 조직문화 특성에 맞게 소방청으로 개편, 행정안전부 산하 외청으로 존치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외국, 한 기관에서 재난관리 총괄
이명박 정부 정부조직 개편 당시 미국, 일본, 독일 등 외국의 재난재해 담당 부서의 사례도 검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경우는 지난 2001년 9.11테러 이후 지난 2002년 국토안보부법이 통과됐고 2003년 국토안보부가 설치됐다. 자연재난에서 테러대처를 포함하는 부(部) 수준으로 확대된 것이다. 일본의 경우도 지난 1995년 한신/아와지 대지진 이후 2001년 내각부 방재대신을 신설한 후 2003년 방재계획도 수정했다.

결국 정부 내각부에 지진대처 방재정책을 강화했다. 독일의 경우도 지난 2002년 엘베강 대홍수와 2003년 유럽폭염을 게기로 2002년 국민보호를 위한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고 2004년 시민보호 재난대응청을 신설했다. 독일은 자연재난과 테러에 대한 국민보호개념에서 접근, 재난관리업무를 통합 수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지난 2000년 이후 우크라이나, 벨라루시, 스리랑카 등이 장관급의 전담 기구를 설치했다.

우크라이나는 재난부, 벨라루시는 비상사태부, 스리랑카는 재난관리부를 설치했다. 이는 국민보호 차원에서 장관급 재난관리 전담부서 설치가 세계적인 추세라는 주장이었다. 이명박 정부 정부조직 개편 검토당시 우리나라도 행정안전부와 소방방재청으로 재난안전업무를 이원화 할 것이 아니라 통합해야 한다는 근거로 활용됐다.

행안부 산하 2본부 7개국 신설 검토
실제 당시 행정안전부 조직개편(안)에도 행정안전부가 소방방재청의 방재업무를 통합해 국가안전관리 업무를 총괄하고 소방방재청의 소방업무만을 분리해 소방청으로 신설하는 안이 만들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안에 따르면 행정안전부 제2차관 산하에 안전정책본부와 방재관리본부를 만드는 것이 유력했다. 안전정책국 산하에는 안전정책국, 핵심기반국, 비상지원국을 두고 방재관리본부 산하에는 재해경감국, 대응국, 복구지원국, 시설안전국을 두는 것이 검토됐다.

안전정책국은 중앙안전관리위원회 운영, 안전관리계획수립, 특별재난지역선포, 방재기준총괄, 방재산업육성, 기업지원 등, 핵심기반국은 국가기반정책, 국가기반보호, 대테러 협력·지원, 비상지원국은 국가비상기획업무(구 비상기획위원회 업무), 민방위 업무 등을 담당하는 것이었다.

또 재해경감국은 재해위험지구정비사업, 소하천관리 및 정비사업, 민자사업지원(이주대책사업), 지진·지반대책, 재해보험업무 등을, 대응국은 상황실 운영(국가기반체계, 자연·인적재난), 방재대책, 수습지원단 운영 등을, 복구지원국은 복구계획수립(자연·인적재난), 재해구호업무, 지구단위복구시행 사업, 복구사업사전심의 및 관리 등을, 시설안전국은 시설물안전업무(구 건교부 업무), 인적재난업무 등을 담당하는 것이었다.

당시 조직개편안을 검토했던 한 공무원은 “이렇게 행정안전부에서 자연재난, 인적재난, 사회적재난, 비상대비 업무를 총괄하고 기존 소방방재청 업무 중 소방관련 업무는 소방청으로 별도 독립시키야 행정안전부와 업무 중복 및 지휘체계의 혼선방지 등 국가차원통합적 재난안전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1안으로 검토됐다”며 “2안으로는 기존과 동일하게 행정안전부에서 사회적재난과 비상대비 업무를, 소방방재청이 자연재난, 인적재난, 소방업무를 담당하는 것이 유력하게 검토됐다”고 말했다.

업무분장도 심도 있게 검토했다
조직적인 차원뿐만 아니라 당시 조직개편 당시 업무분장까지 심도 있게 검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과 ‘자연재해대책법’에 근거해 소방방재청의 업무기능분석 자료에 따르면 ‘정책개발 및 부처 총괄 업무’가 61건으로 86%, 자체 집행업무가 10건으로 14%를 차지했고 기관간 업무분담 현황은 기존 행정자치부가 2건(5%), 소방방재청이 69건(95%)으로 조사됐다.

행정자치부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제25조의2’ 국가기반시설의 지정·관리 업무와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제23조’ 국가안전관리집행계획수립 업무만을 담당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제14조와 제19조’의 경우는 행정자치부가 ‘국가기반보호’ 업무, 소방방재청이 ‘자연·인적재난’을 담당하고 있었다.

이외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과 ‘자연재해대책법’에 따른 업무 중 38건이 총괄조정, 23건이 정책, 10건이 집행 업무로 소방방재청에서 모두 관장했던 업무였다. 인수위는 지난 1월 “현행 정부 편제(참여정부)의 문제점이 재난 예방, 질서 유지, 사회안전망 등 정부 본연의 역할은 오히려 취약한 것”이라며 정부조직개편 기본방향을 밝혔지만 ‘행정안전부와 소방방재청 간의 조직개편(안)은 반영되지 못했다.

새로운 직제안도 근본적 해결책 아니다
결국 지난 3월 행장안전부 조직은 제2차관 산하에 재난안전을 총괄하는 1실(재난안전실), 3관(재난총괄관리관, 안전기획관, 비상대비기획관), 10과 1팀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이 조직도 오래가지 못하고 두 달만에 1실, 2관, 8과로 개편됐다. 지난 5월 14일 시행된 행정안전부 직제시행규칙에 따라 국가재난안전을 총괄하는 조직은 행정안전부 제2차관 산하에 재난안전실, 재난안전관리관(재난총괄과, 재난대책과, 안전정책협력과, 안전개선과, 위기관리상황과), 비상대비기획관(비상대비정책과, 자원관리과, 비상대비훈련과)으로 구성됐다.

이도 행정안전부와 소방방재청 간의 업무 중복이 심해 행정안전부와 소방방재청은 새로 개정할 직제(안)을 만들어 논 상태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못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 한 관계자는 “민방위업무, 안전문화업무 등 양기관에서 지자체에 이중 공문을 발송해 시행함으로써 일선 지자체에 불만이 초래됐다”며 “유사중복업무와 쟁점사항 들을 조정해 새로운 직제만 통과되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안전부의 이번 직제 조정안의 요지는 업무영역이 비교적 명확하고 집행성격이 강한 민방위 업무는 소방방재청으로 일원화하고 범정부적이고 정책적 성격이 강한 안전문화업무는 행정안부로 일원화 한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 한 관계자는 “대형 산불, 태풍 등 각종 재난에 대비해 열심히 일하다보면 행정안전부와 소방방재청에서 이중으로 지자체에 공문을 보낼 수도 있다”며 “아직 새로운 직제안은 통과되지 않았지만 임시로 7월 16일 이후 행정안전부와 소방방재청의 업무를 조정했기 때문에 업무 중복은 없다”고 설명했다.

행정안전부가 강기갑 국회의원(민주노동당)에게 지난 7월 11일 제출한 자료에도 “업무영역이 비교적 명확하고 집행성격이 강한 민방위업무는 소방방재청으로 일원화됐고 범정부적이고 정책적 성격이 강한 안전문화 업무는 행정안전부로 일원화됐다”며 “자연·인적재난 업무 중 부처대응 총괄·조정업무는 행정안전부, 예방·복구, 평가 등 집행적 성격의 업무는 소방방재청에서 수행하는 것으로 조정됐다”고 돼 있다.

이에 대해 한 공무원은 “자연재해 업무의 대부분(95% 이상)은 정책개발 및 총괄조정 분야이고 집행분야도 정책과 연계된 부수적인 업무이므로 정책과 집행을 분리하는 것은 업무 혼선 및 비효율성을 초래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재난안전 관련 한 전문가도 “현행 조직편제는 국무총리실, 행정안전부, 소방방재청으로 3원화돼 지휘체계에 혼선이 우려되고 있고 재해상황발생시 내부보고체계, 국무회의 등 보고서 작성 주체, 상황지휘, 관리 등의 업무도 혼선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