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14일 ‘행정안전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이 공표됐다. 이어 지난 6월5일에는 ‘소방방재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도 확정됐다. 하지만 8월18일 현재 아직까지도 업무중복과 보고체계의 이원화 등 역할과 책임이 명확치 않다. 이에 따른 업무처리 정체, 업무중복 으로인한 혼선 등 다양한 문제들이 야기되고 있다. 이에 재난포커스는 지난 8월호부터 3번에 걸쳐 ‘국가 재난안전관리체계 문제없는가?’란 제목의 연재를 기획하고 있다. 8월호에는 ①행정안전부·소방방재청의 업무 중복과 보고체계의 이원화 문제점을 다뤘다. 이번 9월호에 ②행정안전부·소방방재청의 직제의 문제점을 다룬다. 10월호에는 ③국가재난안전체계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안을 모색해 볼 계획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활동 당시부터 ‘작은 정부’를 표방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대적인 정부부처 통폐합 작업을 마무리했다. 아직도 크고 작은 후유증이 산재해있지만 이명박 정부는 이제 공기업 민영화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방향에 어느정도 공감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유독 ‘재난·안전 분야’에 있어서만은 ‘작은 정부’ 기조를 역행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을 새롭게 만들면서 소방방재청의 재난·안전업무를 통폐합하지 못했다. ‘작은 정부’를 표방하면서 업무 중복과 불필요한 조직은 통폐합했다고 자부하고 있지만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과 소방방재청의 업무는 아직도 조정, 통폐합해야할 사안들이 많다.” 지난 8월18일 현재 행정안전부 한 고위공무원의 말이다.

정치적 상황 봐 ‘직제’ 개정할 예정
지난 5월14일 ‘행정안전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이 공표됐고 지난 6월5일에는 ‘소방방재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도 확정됐다. 하지만 8월18일 현재 아직까지도 업무중복과 보고체계의 이원화 등 역할과 책임이 명확치 않다. 이는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과 소방방재청 공무원 대부분이 인정하고 있는 문제이다.

현재 행정안전부 직제와 소방방재청 직제의 업무중복으로 소속 공무원들의 책임과 역할부분이 애매모호해 새로운 직제(안)를 만들어 논 상태이다. 이 안에 대해 행정안전부 한 공무원은 “아직 이해관계 부처가 많아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회와 정치상황을 봐가며 행정안전부와 소방방재청의 새로운 직제를 개정하겠다는 복안이다. 현재는 행정안전부와 소방방재청이 행정 편의상 업무영역 일부를 조정해 일 처리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강기갑(민주노동당) 의원에게 지난 7월11일 제출한 국회의원 요구 자료에는 “새 정부 출범이후 행정자치부가 비상기획위원회 등과 행정안전부로 통폐합되면서 전 부처에서 분산 관리해 온 안전에 대한 총괄·조정기능을 가지게 됐으나 소방방재청과 일부 업무에서 유사 중복 기능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 자료에는 또 “행정안전부에서는 동일 성격의 업무를 두개의 기관에서 수행하는 것이 일선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이중적 지휘체계 혼선, 책임성 확보곤란 등의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 지난 3월24일 부·청 관련 공무원으로 TF팀을 구성, 심도 있는 검토를 통해 업무 형태별로 단일기관으로 일원화해 통합적으로 업무를 수행토록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돼 있다.

행안부, 국회의원에 “업무 조정했다” 답변
특히 “주요 내용으로는 업무영역이 비교적 명확하고 집행성격이 강한 민방위 업무는 소방방재청으로 일원화하고 범정부적이고 정책적 성격이 강한 안전문화 업무는 행정안전부로 일원화하며 자연·인적재난 업무 중 부처대응 총괄·조정업무는 행정안전부, 예방·복구, 평가 등 집행적 성격의 업무는 소방방재청에서 수행하는 것으로 조정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8월18일 현재 ‘행정안전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과 ‘소방방재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에는 반영돼 있지 않다. “공무원들은 법이 없어 죽지도 못할 것”이라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로 ‘법에 웃고 법에 우는’ 행정안전부와 소방방재청의 해당 공무원들은 어떤 업무를 어떻게 해야할지 갈팡질팡하고 있다.

소방방재청 한 공무원은 “지난 6월5일 직제개편과 함께 기존 안전문화과가 없어지고 축소돼 조만간 소방방재청에서 담당했던 안전문화 업무는 행정안전부로 이관될 예정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8월18일) 행정안전부는 지식경제부의 승강기 안전업무와 어린이놀이시설 안전업무 등과 함께 소방방재청의 안전문화 업무, 어린이 안전관련 업무 등을 이관해 갈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소방방재청 직제 상으로는 업무를 진행해야 하지만 행정안전부로 넘어갈 업무들은 거의 추진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빠르면 10월이나 11월, 늦어도 연내에는 행정안전부와 소방방재청의 직제가 개정될 것으로 보여 그 때까지는 관련 업무의 소홀이 불가피할 것 같다”고 덧 붙였다. 행정안전부 한 공무원도 “조만간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과 소방방재청의 직제가 개정될 예정”이라며 “정치적인 상황을 고려해야 하지만 연내에는 처리될 것으로 희망하고 있다”고 현행 직제의 문제점을 시인했다.

재난안전 분야 한 교수는 “행정안전부와 소방방재청, 그리고 지식경제부 등 여러 부처의 직제가 개정될 예정이라면 이참에 이명박 정부가 부르짖고 있는 ‘작은 정부’ 완성을 위해 소방방재청의 ‘재난안전 분야’ 업무를 모두 행정안전부로 이관해야 한다”며 “소방방재청 업무 중 재난안전 분야 업무를 행정안전부로 모두 이관하고 소방방재청의 소방 분야는 별도 기관으로 분리하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작은 정부’ 구현에 부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 한 고위공무원은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과 소방방재청의 재난안전 분야 업무를 통폐합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문제는 소방”이라며 “현재 소방방재청에 소방공무원은 몇 명되지 않아 이들만을 분리해 별도 청이나 다른 부처로 만드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고민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직제 ‘업무중복’ 상상 초월
행정안전부와 소방방재청의 ‘재난안전 분야’ 업무의 통폐합 필요성은 현행 행정안전부와 소방방재청의 직제를 보면 극명하게 알 수 있다. 행정안전부 직제 중 재난안전실 부분과 소방방재청 직제 중 예방안전국, 방재관리국 부분을 비교하면 이 직제가 행정안전부 것인지 소방방재청 것인지 분간하기조차 힘들다. 애매모호한 부분이 너무 많다는 이야기다.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은 재난총괄과, 재난대책과, 안전정책협력과, 안전개선과, 위기관리상황과, 비상대비정책과, 자원관리 및 비상대비훈련과 모두 7개 과로 구성돼 있다.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 직제와 엇비슷한 소방방재청의 두드러진 조직은 예방안전국과 방재관리국이다. 예방안전국은 예방전략과, 민방위과, 시설안전과, 특수재난대비과 모두 4개과, 방재관리국은 방재대책과, 복구지원과, 재해경감과, 재해보험과, 기후변화대응과 모두 5개과로 구성돼 있다. 행정안전부와 소방방재청의 실제 업무 분장으로 들어가면 ‘업무’의 애매모호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정부기관은 법으로 정한 업무 분장에 의해 조직이 구성되고 각 조직의 업무가 법으로 규정돼 있다.

업무분장의 업무규정이 애매모호하다 보니 업무중복 처리와 업무혼선이 뒤따를 수밖에 없고 관계 기관들의 어려움도 클 수밖에 없다. 행정안전부와 소방방재청의 직제 문구를 보면 ‘총괄’, ‘조정’, ‘수립’, ‘시행’, ‘운영’, ‘지원’, ‘관한 사항’, ‘관리’, ‘평가’, ‘개선’ 등의 단어가 많다.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 재난총괄과 업무는 ‘재난관리 정책 총괄·조정’, ‘국가안전관리기본법’, ‘재난및안전관리기본법의 제·개정 및 관련 제도의 연구’, ‘재난 취약시설 안전관리계획 수립 및 시행’, ‘재난관리 유관기관 간 협력체계 구축 지원’, ‘정보기술을 활용한 재난안전시스템 구축·운영’, ‘재난·안전 관련 통계관리’ 등이다. 재난대책과 업무는 ‘재난및안전관리 진단·평가 총괄’, ‘재난·안전관리책임기관 평가시스템 개발·보급’, ‘재난·안전관리 진단기법 개발 등 제도 연구’, ‘재난·안전관리 우수사례 발굴 및 보급’, ‘재난에 관한 국내외 협력 및 자료수집·분석’, ‘재난에 대한 사후 조사 및 사례분석’ 등이다.

안전정책협력과 업무는 ‘안전관리정책의 기획 및 총괄·조정’, ‘민방위기본법의 제·개정 및 관련 제도의 연구’, ‘재난및안전 관련 법령체계 정비에 관한 사항’, ‘재난·안전정책 관련 백서 등 책자 발간’, ‘안전관리 연구기관의 육성 지원’, ‘재난대응 민·관협력 네트워크 구축’ 등이다. 안전개선과 업무는 ‘안전사회조성 종합계획의 수립 및 총괄·조정’, ‘국민생활안전 시책 개발 및 보급’, ‘재난·안전사고 예방에 관한 홍보프로그램 개발·보급’, ‘안전사고예방 종합대책 추진’, ‘어린이 안전홍보 및 행사에 관한 사항’ 등이다.

위기관리상황과 업무는 ‘재난및위기관리 상황에 관한 사항’, ‘재난발생에 대비한 관계 부처 간 위기관리 정보 공유체계 구축’, ‘재난상황발생 징후 등 초동단계 신속한 관계 기관 상황전파에 관한 사항’, ‘대규모 재난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운영지원을 위한 재난진행상황 분석·전파에 관한 사항’ 등이다.

소방방재청 ‘예방안전국·방재관리국’ 혼선 많아
소방방재청 예방안전국 예방전략과 업무는 ‘재난및안전관리에 관한 법령의 입안·운영’, ‘재난 관련 예방정책의 기획·운영 총괄’, ‘재난대비 유관기관과의 지원·협조체제의 구축’, ‘재난유형별 표준대응방법의 개발 및 보급의 총괄’, ‘재난및안전 관련 기술개발 종합계획 수립’, ‘국내외 재난및안전 관련 산업에 대한 정보분석 및 보급’, ‘재난 관련 민간자율조직 및 주민자치활동 총괄·조정’, ‘안전관리 자원봉사자 육성·지원’, ‘안전문화운동에 관한 종합계획 수립·조정’, ‘어린이 안전교육 프로그램 개발·운영’, ‘안전의식 고취를 위한 국민안전의식 조사’ 등이다.

예방전략과의 업무 중 어린이 안전이나 안전문화 관련 업무는 행정안전부로 이관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민방위과 업무는 ‘민방위 관련 법령의 입안·운영 및 관련 제도의 연구·개선’, ‘민방위업무의 지도·감독’ 등 민방위 업무 전체를 맡고 있다. 민방위과 업무 전체는 행정안전부와 소방방재청의 업무 조정이 돼도 소방방재청에서 계속 담당하기로 잠정 합의된 상황이다.

시설안전과 업무는 ‘인적재난 관련 법령의 입안·운영’, ‘특정관리대상시설의 지정·관리 및 정비’, ‘인적재난 예방·수습·복구에 관한 각종 기법의 개발 및 보급’, ‘인적재난에 대비한 물자·자원·장비의 파악 및 동원계획의 수립·운영’, ‘인적재난 예방을 위한 긴급안전점검·조치’, ‘재난합동조사단 및 중앙긴급안전점검반 구성·운영’, ‘각종 국민생활주변 생활안전에 관한 사항’ 등이다.

시설안전과의 업무 중 국민 생활안전 관련 업무는 행정안전부로 이관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수재난대비 업무는 ‘대규모 재난발생 우려지역 안전관리를 위한 법령 입안·운영’, ‘지하상가 및 대형건축물에 대한 특정관리대상시설 지정 및 복합시설 관리·정비’, ‘초고층 건물에 대한 안전관리 지도 및 점검’, ‘위험물안전 관련 법령의 입안·운영’, ‘군용위험물시설의 안전대책에 관한 부처간 협의’ 등이다.

방재관리국 방재대책과 업무는 ‘자연재난관련 법령의 입안·운영’, ‘자연재난 관리계획의 수립·종합 및 조정’,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운영 및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의 운영 지원’, ‘중앙수습지원단의 구성·운영과 수습요원의 파견 및 인력관리’, ‘자연재난 표준대응방법의 개발·보급’, ‘재난사태 선포·해제에 관한 사항’, ‘재난상황 관리 지원’, ‘재난관련체계와 재난의 예방·대비·대응·복구에 대한 평가’, ‘자연재난분야의 비상대처계획 수립 총괄’ 등이다.

복구지원과 업무는 ‘재해구호관련 법령의 입안·운영’, ‘재난복구계획의 수립 및 복구예산에 관한 사항’, ‘중앙합동조사단의 지도·감독’, ‘재해구호기금의 적립·운영에 관한 사항’, ‘특별재난지역 선포에 관한 사항’ 등이다. 재해경감과 업무는 ‘방재시설 예산의 운영’, ‘소하천시설·자연재해위험지구의 기준 설정 및 정비사업의 총괄’, ‘소하천정비종합계획의 수립·추진 및 소하천정비제도의 운영·지도’, ‘자연재난 취약시설의 지도·점검’, ‘산간계곡·지방하천 등 위험구역에 대한 재난 예·경보시스템의 구축 지원’ 등이다.

행정안전부 한 고위공무원은 “새롭게 만들어진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도 법으로 규정된 조직이고 법에 의해 규정된 고유 업무가 있어야 하는 데 이명박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정부조직 통폐합 바람 때문에 급하게 직제가 만들어지다 보니 기존 국가 재난안전 분야를 총괄하던 소방방재청의 고유 업무와 조직 형태를 많이 차용한 것 같다”며 “현재 국가 중앙 행정부 차원에서 준비하고 운영하고 추진할 재난안전 분야는 어떤 식으로든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에서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소방방재청의 ‘소방’과 ‘방재’의 조직태생과 직급체계의 근본적인 ‘알력’이 존재하는 한 더욱 ‘방재’ 쪽은 행전안전부로 통폐합되는 것을 바랄 것이고 ‘소방’ 쪽은 별도 정부 조직으로 분리되는 것을 희망할 것”이라며 “조만간 행정안전부, 소방방재청, 지식경제부 등 다양한 정부조직의 ‘재난안전 업무’는 행정안전부로 조정, 통폐합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