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적재난안전관리체계구축기획단(단장, 행정안전부 정남준 제2차관, 이하 기획단)에서 추진하고 있는 ‘통합적재난안전관리체계구축’ 일정이 한달 넘게 늦어지고 있어 상당한 우려를 낳고 있다. 기획단은 지난 4월16일 ‘통합적재난안전관리체계구축기획단’ 설치계획을 확정, 8월 중에 공청회를 개최하고 관계부처 협의까지 끝낸 후 9월 중에 기획단 운영결과인 종합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공청회는 빨라야 9월 말, 늦어지면 오는 10월 초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관계부처와 협의하는 과정도 순조롭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기획단 운영기간이 당초 계획보다 3개월 이상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또 전문성을 갖춘 교수진을 활용하지 못하고 소수교수들이 편중되게 과제를 맡겨 기획단 목표달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점도 우려되고 있다. 당초 기획단은 기획단 설치계획 상으로 지난 4월부터 오는 9월30일까지 운영되는 것으로 돼 있으며 필요시 연장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기획단 설치계획 당시에 이미 기획단 운영기간 연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인지하고 있었던 셈이다. 기획단에서 하는 일은 건국 이래 최초 최대의 재난안전 관련 법령 정비작업이다. 기획단 설립이후 8월18일 현재 기획단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긴급 점검한다.(재난포커스 6월호 56쪽 참조)

기획단은 지난 4월16일 기획단 인원(국무총리실 3명, 행정안전부 7명 등 총 62명)과 운영방법을 확정하고 재난시스템개선반, 소방시스템개선반, 법령정비반 모두 3개 자문위원회를 만들고 반별 주요 추진과제를 확정했다. 재난시스템개선반은 48개 과제, 소방시스템개선반은 19개 과제, 법령정비반은 4개 과제를 맡았다.

하지만 이런 과제들은 지난 5월15일 기획단 전체회의에서 한번 조정 통폐합됐고 지난 8월18일 현재 재난분야 40개 과제(전문가 24개, 자체 16개), 소방분야 13개 과제(전문가 6개, 자체 7개), 법령정비분야 1개 과제로 또 다시 통폐합됐다. 가장 변동이 심한 분야는 당초 재난시스템개선반(명칭 재난분야로 조정) 과제들이다.

재난분야는 당초 ▲재난 예방-대비-대응-복구 단계별 통합방안 도출(17개 과제) ▲재난의 유형별 종합적 관리(12개 과제) ▲지방 등 기관별 통합적 재난관리 역량 강화(3개 과제) ▲등 재난안전 인프라 확충(6개 과제) ▲활용한 통합적 방재시스템 확충(5개 과제) ▲방안마련(5개 과제)으로 총 48개 과제였다.

하지만 지난 5월15일 재난분야는 ▲재난관리체계 강화(4개 과제, 행안부) ▲예방안전관리체계 강화(8개 과제, 행안부 1, 소방방재청 7) ▲대비체제 및 인프라 구축(25개 과제, 행안부 15, 소방방재청 7, 공동 3) ▲대응체제(5개 과제, 공동 5) ▲복구체계 강화(1개 과제, 소방방재청)로 통폐합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기획단을 9월30일까지 운영해야 하고 8월 중에 공청회와 관계부처 협의까지 끝내야 함으로 재난분야의 경우는 통폐합 보다는 세분화해 다양한 전문가에게 맡겨 결과물을 빨리 생산해 낼 요량이었다. 하지만 지난 4월16일 만들었던 과제들이 한달만인 지난 5월16일 통폐합되면서 과제를 담당하는 교수들의 희비도 엇갈렸다.

특정교수 과제 몰려
지난 5월16일 과제들이 통폐합되면서 가장 많은 과제를 수주한 교수는 이영재 동국대학교 경영정보학과 교수((특)재해경감협회 회장)이다. 5월16일 기획단 전체회의 자료에 따르면 이영재 교수는 ▲재난관리체계 강화 분야에 ‘위기관리 매뉴얼 정비 및 법제화’ 과제 1개 ▲대비체제 및 인프라 구축 분야에 ‘재난관리 프로세스별 평가분석 기법 및 지표개발’, ‘국가기반시설 지정기준의 표준화 방안’, ‘국가 재난관리 표준화 추진’ 과제 3개 ▲대응체제 분야에 ‘국가재난대응표준화 추진’, ‘재난 현장지휘 및 관리체계 표준화 방안’, ‘재난 대비체계 표준화 시스템 개발’, ‘재난관리 정보통신체계 표준화 추진’, ‘재난 대응표준체계의 유지개발관리방안(센터 설립)’ 5개 과제로 모두 48개 과제 중 9개 과제를 맡았다.

이영재 교수 다음으로 김찬오 서울산업대 안전공학과 교수(과제 3개), 양현모 (주)기술과 가치 이사(과제 3개), 서재호 한국행정연구원 부연구위원(과제 3개), 이원호 레드비콘 사장(성균관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겸임교수), (과제 2개), 문현철 초당대 경찰행정학과 교수(과제 2개)가 뒤를 이었고 나머지 전문가들은 1개 과제씩을 맡았다.

과제분류의 문제점은 없었나?
기획단 과제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당초 4월16일 기획단 설치계획이 확정되면서 71개 과제가 확정될 때에도 ‘재난시스템개선반’ 과제 48개 중 6개 과제로 분류됐던 표준 관련 과제는 한개 과제로 분류했어도 됐었다”며 “과제의 예산편성 부분을 고려해 이 과제를 6개 과제로 나눠 추진하기로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표준’ 관련 과제는 소방방채청에서 지난 6월1일부터 내년 5월31일까지 이영재 동국대학교 교수가 맡고 있는 ‘재난관련 표준 연구개발’ 과제와 똑같은 것으로 지난해 이미 2억원의 예산이 집행됐고 올해도 1억6200만원의 예산이 책정돼 있는 과제이다. 이 과제는 당초 매년 연속 과제로 지난 2007년 8월부터 내년 5월까지 소방방재청 과제로 진행되고 있는 과제이다.

하지만 기획단과 이영재 교수는 국가재난대응표준화추진 과제라는 명목으로 이번 기획단 연구과제로 확정했고 이 과제는 2009년에 4억원, 2010년 6억원의 과제연구 예산으로 책정해 놓고 있다. 행정안전부 한 고위공무원은 “소방방재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재난관리 표준 연구개발 과제(이영재 동국대 교수)는 내년 5월31일까지 예정돼 있지만 내년 1월부터 행정안전부 과제로 이관될 계획”이라고 확인해 줬다.

이영재 교수가 맡게 된 이번 ‘국가재난대응표준화 추진 과제’를 기간 내에 수행할지에도 여러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입장이다. 한 전문가는 “국가 재난대응 표준화 작업은 한국, 미국, 영국, 일본 등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ISO 재난안전분야에서 담당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이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명의 교수에게 상당히 방대한 분량의 재난대응 표준화 과제를 맡기는 것은 정책적 오류인 것 같다”며 “재난안전분야 국제 표준관련 전문가들에게 세부과제별로 나눠 맡기는 것이 현명한 처사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획단 과제 편성에 ‘의혹’ 많아
기획단 과제 수행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은 이영재 동국대 교수뿐만 아니라 김찬오 교수, 양현모 이사, 서재호 부연구위원, 이원호 겸임교수, 문현철 교수가 맡게 된 과제들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기획단은 지난 5월16일 확정된 과제 중 재난분야 48개 과제 중 김찬오 교수에게 3개 과제, 양현모 이사에게 3개 과제, 서재 부연구위원에게 3개 과제, 이원호 겸임교수에게 2개 과제, 문현철 교수에게 2개 과제를 맡겼다.

김찬오 교수는 기획단 재난분야 과제 중 ‘조정위원회 등 안전관리위원회 기능 활성화 방안 강구’, ‘국가안전관리 기본(집행)계획 활성화 방안’,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 강화 대책’ 3개 과제를 맡고 있다. 양현모 이사는 지난 5월15일 기획단 전체회의 때 ‘재해예방사업 투자재원 확충방안 강구’, ‘재해예방 예산의 효율적 운영체계 구축방안’, ‘국가 R&D사업의 정책연구용역 추진’ 3개 과제를 맡았으나 지난 8월18일 현재 ‘재해예방사업 투자재원 확충방안 강구’와 ‘재해예방 예산의 효율적 운영체계 구축방안’ 과제를 통합해 1개 과제로 진행하고 있다.

또 ‘국가 R&D사업의 정책연구용역 추진’ 과제는 ‘재난 및 안전관련 R&D 사업 추진방안 마련’ 과제로 명칭을 바꿔 연구하고 있다. 이원호 겸임교수도 지난 5월15일 ‘재난관리자 직무훈련 시뮬레이터 개발’, ‘재난유형별 정보관리 시스템 개발’ 2개 과제를 수행키로 했으나 지난 8월18일 현재 2개 과제를 1개 과제로 통합해 ‘재난유형별 정보관리시스템 및 훈련 시뮬레이터 ISP 개발’로 연구하고 있다.

서재호 부연구위원은 ‘지방자치단체의 재난대응 역할 강화’, ‘방재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기반 구축 방안’, ‘재난전문인력 공직진출 확대방안 강구’ 3개 과제를 맡고 있다. 문현철 교수도 ‘위기관리 매뉴얼 정비 및 법제화’, ‘비상대비와 재난안전업무의 통합관리 방안(전시와 평시 자원 활용 일원화 방안)’ 2개 과제를 맡았다. 문 교수는 ‘위기관리 매뉴얼 정비 및 법제화’ 과제의 경우 이영재 동국대 교수와 함께 연구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한 고위 공무원은 “기획단은 지난 2월 이명박 정부의 능동적 복지 분야 42개 국정과제 중 하나로 ‘통합적 안전관리체계 구축’을 만들기 위해 탄생한 만큼 엄청나게 광범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과제들의 통합과 과제 이름의 변경 등은 있을 수 있고 일정도 다양한 이유로 인해 늦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4월 당초 일정에 따르면 8월 중에 공청회를 끝내고 9월 중에 관련부처 협의를 마무리하고 종합보고서를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안전한국훈련, 여름 풍수해, 을지연습 등으로 인해 공청회는 빠르면 9월 말, 늦으면 10월 중에 개최할 예정이고 관계부처 협의도 가능한 빠르게 진행시켜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안전한국훈련, 여름풍수해, 을지연습등은 매년 되풀이되는 훈련과 연습을 종합보고서계획에 넣지 않았다는 것은 설명이 궁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