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 9월18일부터 중국산 분유 등이 함유된 식품 428개 품목과 뉴질랜드산 락토페린과 이를 원료로 사용한 53개 제품, 수입 채소와 버섯류 등 13종 총 495개 품목 1935건에 대해 멜라민 혼입 여부를 조사했고 지난 10월6일 결과를 발표했다. 검사결과 총 10개의 품목에서 멜라민이 검출됐고 이는 모두 회수·폐기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10개의 품목에는 한국네슬레(주)의 킷캣(KIT KAT), 롯데제과(주)의 슈디, 한국마즈(유)의 엠 앤드 엠즈밀크 (M&M'S MILK)와 땅콩 스니커즈 펀사이즈(SNICKERS FUNSIZE), 해태제과의 미사랑 카스타드와 미사랑코코넛, (주)제이앤제이인터내셔날 밀크러스크, 화통앤바방끄(주)의 고소한 쌀과자(RICE CRACKER), 동서식품(주) 리츠샌드위치크래커치즈, (주)유창에프씨의 식물성크림(VEGETABLE CREAM POWDER F25)이 포함돼있다.

26개 품목 미수거…14개 유통ㆍ추적 못해
이 중 중국산 분유 등이 함유된 식품 428개 품목 중 402개 품목, 94%의 검사를 완료했고 10개 품목에서 멜라민 검출, 26개 품목에 대해서는 미수거 됐다고 밝혔다. 이중 12개 품목은 각각의 이유로 수거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판떼기딸기맛과 포도맛’, ‘투다닥’의 3개 품목은 사이클라메이트 및 삭카린나트륨이 검출되거나 유통기한 변조표시로 이미 지난 7월에 회수폐기 처분됐고 감자 플레이크 1개 품목은 신제품 개발 테스트용으로 수입해 전량을 사용했다.

또 포르테밀키와 포르테밀키-1 2개의품목은 일부 국내에서 판매한 뒤 러시아로 재수출됐고 감자후레이크 조제품 1개 품목은 식용으로 수입됐지만 회사사정으로 전량 낚시 미끼용으로 판매됐다. 리치골드피자맛시즈닝과 피자 파우더 향, 계란제조품, 땅콩페이스트 등 5개 품목은 원료로 전량 사용돼 소진됐다. 나머지 미수거 품목 14개는 유통·추적이 어려운 상태였다. 최성락 식약청 식품안전 국장은 “영세수입업체들은 유통기록을 남기지 않아 추적이 어렵다”며 “앞으로도 계속 추적해 나가며 신속히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식약청ㆍ정부 늑장 대응

	지난 10월9일 식약청 국정감사에서 식약청 청장을 비롯한 전 직원이 국민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윤여표 식품의약품안전청 청장과 조중표 국무총리실 실장, 박덕배 농림수산식품부 차관은 국회의원들에게 멜라민사태의 안일한 늑장 대응에 대해 지적받았다. 유재중 한나라당 의원은 그동안의 사건 현황을 꼬집으며 식약청과 농림수산식품부에 늑장 대응을 비판했다. 지난해 5월10일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한 사료에서 멜라민이 검출된 사건이 발생했다.

그리고 지난 5월 국내의 양어사료에서 멜라민이 검출됐다. 전북과 충북의 16개 양식장에서 메기 백화현상이 발견됐고 지난 7월 양식장에서 사료를 공급해온 업체가 자발적으로 농림부 지정 검정기관인 ‘한국사료협회 사료기술연구원’에 사료성분을 분석한 결과 중국 오징어내장분말에서 멜라민이 다량 함유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당시 사료업체는 민원을 제기했지만 농림수산식품부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지난 9월19일에 와서야 멜라민 메기의 유통을 금지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이미 수백 톤이 유통된 후였다. 그동안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멜라민은 원칙적으로 식품에 들어갈 수 없는 성분이기에 사전에 검사나 조사를 할 수 없었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농림수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정보 교류가 원활하고 신속한 대처만 취했더라도 충분히 사전에 예방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지난 10월6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중국 내 멜라민 사태 발생이후 우리나라의 초등 대처가 늦었다고 시인한 바 있다. 미국 FDA는 지난 9월11일 중국 내 사건 이후 바로 다음날인 9월12일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 분유제품의 섭취를 금지하는 소비자 경보를 발령했다.

	사진1. 멜라민 함유과자의 제조업체 해태제과 윤영달 대표이사와 해태제과 오인성 해외사업팀장. 사진2. 멜라민 함유과자의 제조업체인 롯데제과 김상후 대표이사. 사진3. 멜라민 함유 식품의 제조업체인 유창에프씨 손종배 대표이사.

또 대만은 9월21일, 싱가폴과 말레이시아는 9월23일에 모든 유제품과 분유 등이 함유된 과자류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고 필리핀과 방글라데시, 케냐는 9월22일 인도네시아는 9월23일 분유와 유제품에 한해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미국의 금지 경보보다 6일 늦은 18일에 수거검사를 실시하고 동남아 국가보다 2~3일 늦은 9월25일 분유 등이 함유된 중국산 식품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다.

식약청, 위해식품 회수율 저조
식약청은 이번 멜라민이 검출된 식품에 대해 회수조치를 내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는 식약청의 이런 조치마저 신뢰성이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강명순 한나라당 의원은 멜라민 같은 위해식품의 회수율이 저조했던 것을 지적했다. 지난해 7건, 올해 상반기에만 24건의 회수건수 회수율이 0% 였던 것으로 드러나 이번 멜라민 식품 회수조치의 신뢰성에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지난 2005년부터 올해 6월까지 위해식품으로 판명돼 회수 명령을 받았지만 전혀 회수되지 않고 시중에 유통된 건수가 2005년에 1건, 지난해 7건, 올해 6월까지 24건으로 총 32건이었다. 또 강명순 한나라당 의원은 24건의 식품은 이미 전량 소비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 24건은 2005년에 냉동 바비큐장어, 지난해 냉동틸라피아, 화분제품, 주류, 소스류, 올해 팝콘, 꼬막, 쥐치포, 참기름, 다이어트 보조제, 과실차, 나무도마, 유리컵, 토마토, 냉동새우살, 식용얼음, 두부, 황태살, 어묵 등으로 소비자의 식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들이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관계자는 “이미 제품이 유통 중인 경우에는 회수가 어렵고 유통되기 전에 위해식품임이 발견되는 경우를 제외하곤 회수율 100%는 불가능하다”며 “위해식품을 식약청 홈페이지에 공개하면서 책임을 다했다”고 밝혔다.

	사진1. 식약청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는 이정선 한나라당 의원. 사진2. 지난 10월9일 식약청의 국정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보건복지가족위원회 변웅전 위원장. 사진3. 식약청에 질의를 하고 있는 임두성 한나라당 의원.

식품ㆍ의료품 등 식약청 소관 전 분야 회수율 저조
이러한 회수율 저조는 비단 식품으로만 한정돼있지 않았다. 정미경 한나라당 의원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청 소관의 식품과 건강식품, 의료품, 의료기기 등의 회수율이 저조했다. 지난 2006년부터 올해 6월까지 각 분야별 회수·폐기 현황을 분석한 결과 식품분야 회수 대상 227건에 12.06%가 회수 됐고 건강식품 분야는 회수대상 품목 총 생산량 1만6522.9kg에 5925kg을 회수해 회수율이 39.2%에 그쳤다.

또 의료기기는 회수대상 제품 총생산량 178만3302kg에 19만7228kg을 회수해 회수율이 19.25%에 그쳤고 의약품은 회수대상 120건에 회수율이 15.35%에 그쳤다. 식품의약품안전청 관계자는 “식품과 의약품이 모두 인체와 관련돼 있고 시장에 풀리는 동시에 소비되는 성향이 있는 것들이라 모두 회수하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식품안전체계 일원화 시급
이번 멜라민 사건으로 도마 위에 오른 것은 농림수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이었다. 현행 식품 안전관리체계는 농림수산식품부와 보건복지가족부, 교육과학기술부, 환경부, 식품의약품안전청, 국세청 등의 중앙부처와 시·군·구 지방 자치단체로 구성돼있는데 품목별ㆍ단계별로 식품안전관리는 주로 농림수산식품와 식품의약품안전청, 지방자치단체가 분산 수행하고 있다.

식품안전관리의 기본이 되는 기준설정은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담당하고 품목별, 생산·유통단계별로 소관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분산관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농수산식품은 동일품목이라도 국내생산이냐 수입산이냐에 따라 소관부처가 분산관리 되고 있는 등 식품에 대한 소관·법률은 복잡할 뿐 아니라 식품의 원료, 제조, 유통이 여러 소관부처에 분산돼 있다 보니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배추의 경우는 농림수산식품부가 관리하고 김치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관리한다. 또 유제품의 함유량이 50%면 농림수산식품부 소관이고 49.9% 이면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소관이라는 것이다. 유재중 한나라당 의원은 여러 부처로 분산돼 있는 복잡한 식품안전관리체계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식품안전체계 일원화를 촉구했다. 이번 멜라민 사건에서도 식품안전체계의 부처간, 중앙·지방정부간 분산으로 인해 수입식품 특히 국내 제조업자에 의한 자사제조용 원료나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수입되는 제품의 관리에 있어 사각지대가 존재했다.

주관부처간의 정보 공유가 부족해 신속한 대응이 어려웠을 뿐 아니라 종합적이고 능동적인 대처가 불가능했다. 특히 가공식품에 의한 안전문제 발생시 원료에 의한 것인지 제조ㆍ유통단계에서 비롯된 것인지 원인의 규명이 어렵고 책임소재의 파악을 어렵게 해 책임행정에 장애요인으로 작용되고 있었다. 또 이런 중복·분산된 인·허가와 지도·단속으로 식품생산자에게는 이중규제와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소비자에게는 관리기관의 다름에 따른 혼선을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신종위해물질 검출 증가
멜라민으로 인해 식품 위해물질에 대한 전반적인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임두성 한나라당 의원은 10월9일 국정감사에서 지난 2005년부터 올해 6월까지 신종 위해물질이 검출된 식품 82건을 적발했고 129.7톤을 반송·폐기 했다고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식품에 사용할 수 없는 전문의약품과 동물용 의약품, 멜라민과 같이 예상하지 못한 기타 인체 위해물질들을 별도로 분류해 현황을 조사하고 있었다.

이중 건강기능식품이 57.3%인 47건이었고 가공식품이 42.7%인 35건이었다. 국가별로는 중국산 식품이 43건으로 52.4%로 전체 위해물질 검출 식품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고 그 다음으로 미국이 26건으로 31.7%, 대만이 5건, 6.1% 순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 2005년 6월에 수입된 중국산 차(茶)에서 마약성분인 ‘에페드린’이 검출돼 반송·폐기된 바 있고 2006년 12월에 수입된 중국산 술에서 바데나필이라는 성기능강화치료제 성분이 297ppm이 검출되기도 했다.

지난 6월에는 중국산 ‘알로에 건강기능식품’에서 발암우려물질인 페놀프탈레인이 검출됐다. 최근 4년간 적발된 82개 제품에서 26개 위해물질이 발견됐고 적발된 위해물질은 종류가 매우 복잡해지고 다양해져 가고 있다. 이는 제2의 멜라민 사태가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음을 의미해 우려된다. 이에 대해 임두성 한나라당 의원은 “정부는 국내·외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위해물질에 대한 정보를 신속히 입수해 기준을 설정함으로써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위해물질 특성과 제품관련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위험성이 큰 제품과 물질에 대해서 집중관리 대상으로 선정해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멜라민 검출 식품업체 ‘사죄’
식품의약품안전청 국정감사에는 증인으로 멜라민 검출 식품업체의 사장들이 참석했다. 감사 말미에 의원들은 업체 사장들에게 앞으로의 대응 방안을 물었다. 롯데제과 김상후 대표는 “중국청도 공장에서 생산된 슈디제품에서 멜라민이 검출됐다”며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멜라민이 검출 됐고 이를 몰랐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롯데는 현지에 공장을 2개 갖고 있는데 13명이 파견돼 상주, 관리했지만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앞으로 유제품 원료를 사용하지도 수입하지도 않을 것이고 더욱더 노력하는 롯데가 되겠다며 선처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해태제과 윤영달 대표는 “사죄드린다”며 “부족했던 것을 인정하고 앞으로 해외기관과 협력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고 유창에프씨의 손종배 대표도 “이런 일로 이 자리에 있는 것이 부끄럽다”며 “안전이 확보 될 때 까지 수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1. 지난 10월9일 국회본관 6층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국정감사가 진행 중이다. 사진2. 지난 10월9일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윤여표 식약청 청장.

또 제이앤제이인터내셔널 이장환 대표는 “멜라민이라는 것 자체를 몰랐는데 이런 것도 있구나하고 느꼈다”며 “앞으로 중국과 교류를 하지 않을 것이고 식품연구소에 먼저 연구와 검사를 하고 이상이 없는 제품에 대해서만 수입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강명순 한나라당 의원은 죄송하다고 말하는 것만이 아니라 멜라민 과자로 인해 생긴 이익을 사회에 환원할 생각이 있느냐고 질의했고 이에 해태제과, 롯데제과, 제이앤제이인터내셔널, 유창에프씨의 대표는 모두 그렇다고 대답해 앞으로 이들의 행보를 주목해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