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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포커스가 본 올해의 재난들(2/2)
구제역 파동, 일본 대지진, 농협전산망해킹, 8월 폭우 등 끊이지 않아
2011년 12월 05일 (월) 16:09:10 이정직 기자 jjlee@di-focus.com

고엽제, 우리가 모르는 유해물질 지하에 파묻혀 있다
   
지난 5월 13일 경북 칠곡 미군기지 캠프캐럴에서 때 아닌 고엽제 파문으로 전국을 시끄럽게 만들었다. 지난 1978년에 한국에서 군무했던 한 전 미군이 캠프캐럴 근처에 고엽제를 묻었다는 증언 때문이다. 5월 13일(현지시각) 미국 애리조나주의 시비에스(CBS) 계열사인 케이피에이치오(KPHO) 방송은 경북 칠곡 미군기지 캠프 캐럴에서 근무한 전직 주한미군 전역자를 인터뷰해 “독성물질을 한국 땅에 묻었다”고 증언한 내용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군은 베트남전에서 쓰던 고엽제, 이른바 ‘에이전트 오렌지’를 지난 1978년에 경북 칠곡의 미군기지에 대량으로 묻어서 폐기했다고 말했다. 캠프캐럴은 1960년 5월 경북 칠곡군 일대에 조성된 곳이다. 캠프캐럴에서 중장비 기사로 복무한 스티브 하우스씨는 1978년에 밝은 노란색이나 오렌지색을 띤 208L짜리 노란색 드럼통 250개를 상부 지시에 따라 영내에 몰래 묻었다고 증언했다. 또 이들의 증언으로 미뤄볼 때 캠프캐럴에는 50t가량의 고엽제가 매립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 증언은 민간인 거주지역 부근에 고엽제를 버린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또 다른 유해물질 다이옥신
이 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5월 25일에는 모든 주한미군 부대들에 다이옥신 제초제를 없애라는 명령이 하달되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그 파장이 일기도 했다. 이 같은 증언은 퇴역 주한미군 인터넷 사이트인 ‘한국전 프로젝트(Korean War Project’에 주한미군 부대에 저장된 모든 다이옥신을 없애라는 명령이 내려졌었다는 주장의 글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쓴 사람은 1977년부터 1978년까지 미 육군 2사단 사령부에 복무했던 래리 앤더슨 씨로, 다이옥신을 묻었다는 시기는 캠프캐럴에서 고엽제를 묻었다는 시기와 비슷했다.

이렇게 고엽제로 추정되는 물질 이외에 다이옥신 제초제를 묻으라는 명령이 있었던 것은 1978년 당시 미국 내부에서 유독성 화학물질 매립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고 또한 베트남전에서 사용한 고엽제 피해가 드러나며 미국 정부가 궁지에 몰리며 일어났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퇴역한 미군들에 의해 유해물질이 미군부대 내부에 매립됐다는 제보가 일고 있는 가운데 1971년 비무장지대(DMZ) 고엽제 살포에 민간인이 동원됐다는 진술도 나왔다고 녹색연합이 밝혔다.

 5월 25일 녹색연합은 최근 강원도 민간인통제선 지역 내 한 주민과의 인터뷰에서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까지 민간인이 비무장지대 내에서 고엽제 살포에 동원됐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며 사진과 진술 내용을 공개했다.

지방자치단체 대응방안 찾기 위해 노력
   
상황이 이렇게 되자, 관내에 미군기지가 위치한 지방자치단체들이 대응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부천시는 1964년 3~4월에 오정동에 위치한 캠프머서에 있던 미국화학물질 저장소를 경북 칠곡 캠프캐롤로 이전하면서 부대 안에 구덩이를 파고 고무옷, 가스 마스크 등과 함께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화학물질 수 백 갤런을 함께 묻었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곧바로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동두천시는 이들 미군기지 주변 지역 8~10곳에서 시료를 채취한 뒤 도(道) 보건환경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할 예정이다.

분석결과 다이옥신이 검출될 경우 추가로 토양 오염 여부를 조사했다. 또 평택시는 15일부터 오산 에어베이스(K55)와 캠프 험프리(K6)에서 지하수와 토양에 대한 오염 조사를 진행했다. 에어베이스는 지하수·토양 각 2곳, 캠프 험프리는 지하수 2곳, 토양 3곳에서 각각 시료를 채취할 계획이다. 평택시 역시 지하수를 먼저 조사한 뒤 토양 시료를 채취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평택시는 시민단체, 환경업체와 함께 조사 지점을 선정했고 시료 채취도 함께 진행했다. 이밖에 의정부시와 파주시 등 미반환 미군기지가 있는 자치단체 12곳도 6월 중 오염조사 계획을 마련한 뒤 다음 주부터 지하수와 토양에서 시료를 채취하기로 했다.

환경오염 문제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편 이 같은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과학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표본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환경오염의 상태와 정도를 증빙할 수 있는 정확한 근거가 파악돼야 사후 처리방안을 강구하고 이차적인 환경오염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문제는 여러 요소별로 전문성을 요하는 분야다. 또한 진상조사 이후 밝혀지는 환경오염의 정도와 범위를 정확히 알아야만 대책도 마련해 해결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국내 모든 미군부대에 대해 국내 환경법을 적용,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시설물들이 엄격히 유지 관리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문제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과 인력의 확보가 필요하며 이 같은 일을 담당하는 재난관리 전문인력이 필요한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8월 폭우, 한반도 물폭탄 떨어지다
   
지난 7월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서울엔 500㎜에 육박하는 비가 내렸다. 1907년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7월에 이틀간 내린 강수량 기준으로는 100년래 가장 많은 비다. 서울 관악구에선 지난 27일 1937년 이후 70여년 만에 최대인 시간당 113㎜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호우주의보가 12시간 강수량이 80㎜ 이상일 때 발령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1시간 만에 그 이상의 물폭탄이 투하된 셈이다. 특히 지난 27일 서울에 내린 비는 7월 일일 강수량으로는 사상 최고를, 연간으로도 1907년 기상 관측 이래 3번째로 기록됐다.

동두천의 경우 더해 지난 7월 27일 449.5mm의 비가 내려 7월 일 강수량 기록을 새롭게 썼고 문산(287.0mm) 역시 7월 기준으로 하루동안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인제에는 211.0mm의 비가 내려 역시 7월 일일 강수량 관련 새 기록을 수립했다. 이는 월에 관계없이 연 중 기준으로 확대해도 지난 7월 27일 강수량은 엄청난 수준이다.

이번 집중호우의 특징은 순간적인 침수와 지역적인 편차가 매우 큰 특징을 보였다. 지난 7월 27일 강수량을 확인하면 관악구 107mm, 서초 85.5mm, 강남 71mm가 내린 동안 은평, 성북구 등 서울북부 지방은 5.5mm이하 강수량을 기록했다. 국립기상연구소 권원태 원장은 “현재 한반도 평균기온은 0.18℃/10년 단위로 상승해 온난화와 도시화가 급속도로 진행 중이며 강수량도 21.7mm/10년 단위로 증가하고 있어 여름철 강수량 증가추이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려대학교 유철상 교수도 “도시 집중호우의 경우 10~20분 내에 집중적으로 내려 피해가 발생한다”며 “이번 사태에서 보듯이 기상 정보만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예측 강우량 정보를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방재 패러다임 바꾸겠다”
한편 서울시장는 이번 폭우로 인해 피해 입은 서울시민에게 지난 8월 4일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또 서울시는 하수관거 용량확대를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상습침수지역, 산사태 우려지역에 집중 투자해 반복적인 피해를 예방할 계획이다. 또한 ‘6~7월 우기 전 완공’ 원칙을 세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재난이 발생하기 전 이를 사전에 대비하는 정책도 필요한 실정이다. 실제로 국회예산정책처의 재난관리재정 분석자료에 따르면 방재예산에 대비 복구예산 비율이 일본은 13%이지만, 우리나라는 59%에 달한다. 이는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 재난관리를 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예는 정부가 오는 2020년까지 연간 약 1조원의 치산치수사업비를 투자할 방침이라 밝혔지만 정작 2003년 이후 홍수 피해 복구에 2조7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정부의 대대적인 재난관리 정책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이를 전반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재난관리전문가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시점이라 하겠다.

대정전, 여기저기 올 스톱, 암흑의 공포 다가오다
   
지난 9월 15일 한반도 전국 곳곳에서 정전 사태가 벌어졌다. 이날 정전은 15일 오후 들어 급격히 증가한 전력량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급증하는 전력에 비해 전력예비율이 급격히 낮아졌고, 단계적으로 부하를 차단하면서 정전이 된 것이다. 이와 관련 정부당국도 전력 수요는 급증했는데 발전소 정비 탓에 전력 공급이 따라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지경부는 이날 최대 전력수요가 6400만kW에 머물 것으로 봤지만, 실제 6500만kW가 넘었다고 말했다. 지경부는 늦더위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당초 지난달 말까지 가동키로 한 비상대책본부를 일주일 연장했지만, 9월 중순에 들어서도 전력 사용량이 줄지 않아 이번 사태가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태는 전력수요가 많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당국이 정비를 위해 상당수 발전소의 가동을 멈췄는데 예상치 않은 늦더위로 전력 사용이 일시에 몰리자 전력공급을 차단(순환정전)하면서 발생했다. 당국의 전력수요 예측 실패로 시민 불편과 산업 피해를 초래한 것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정전사태로 곳곳에서 피해
한편 이번 정전사태로 곳곳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서울 시내 250여 개, 대구 181여 개 등 도심의 신호등도 멈추면서 오후 한때 극심한 교통대란이 빚어졌다. 특히 전자 장치에 생명을 의지하고 있는 중환자들이 있는 병원에서는 갑작스러운 정전사태로 심각한 상황에 처할 뻔 했다. 다행히 우선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UPS(무정전전원공급장치)나 자가발전 시스템을 가동해 큰 피해를 막았지만 승강기가 멈추고 일부 검사장비들이 멈추면서 불편을 겪었다.

 또 전국 곳곳에서 승강기가 멈춰 구조를 요청하는 신고가 빗발쳤다. 정전 이후 접수된 신고는 서울에서만 1시간동안 약 100여건으로 접수됐다. 시민들은 구조를 기다리는 2~4시간 가까이 꼼짝없이 갇혀 있어야만 했다. 전국적으로도 1900건이 넘는 승강기 운행중단 사태가 빚어지면서 승강기에 갇힌 사람이 3000여명에 달하는 등 피해는 전국 곳곳에서 발생했다. 도심 곳곳에서는 신호등이 꺼지면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망연자실한 차량들은 경찰 수신호에 따라 간신히 제 갈 길을 찾아갔다.

또 정전으로 일부 은행들의 현금인출기가 작동되지 않아 많은 시민들이 발길을 돌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날 전국에서 417개의 은행 영업점이 마감업무에 차질을 빚었다. 특히 농협의 경우 비상 전원장치마저 제대로 작동이 안돼 한 때지만 2백개가 넘는 지점과 출장소의 전기공급이 원활하지 못했다. 이날 수시모집 마감일을 앞뒀던 대학들도 정전 사태로 인터넷 접수가 중단되자 부랴부랴 마감 시간을 연장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중소기업, 자영업 피해 크다
중소기업 자영업의 피해는 만만치 않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사전에 정전에 대한 공지조차 없었던 가운데 자체 예비전력이 없어 더욱 컸다. 한국 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정전 사태가 발생한 산업단지는 총 12곳으로 서울디지털, 인천 남동, 인천 주안, 인천 부평, 경기 시화, 충남 천안, 경북 구미, 광주첨단, 전북 군산, 전북 익산, 전남 여수, 전남 대불 등 총 12곳이다. 특히 광주첨단단지는 단지 전체가 중단돼 조립공정 제조라인이 멈췄다. 인천 남동공단 내 입주업체들과 경기 안산 반월, 수원 등 수도권의 주요 공장단지도 전기공급이 중단되면서 공장가동이 전면 또는 일부 중단됐다.

   
서울에서는 서남권의 지식산업센터(옛 아파트형공장) 7곳이 모두 전원이 나가 정전피해가 속출했다. 대규모 공장들의 경우 자가 발전시설을 갖추고 있어 별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고스란히 피해를 봐야 했던 음식점이나 소규모 공장 등 자영업자들은 정부의 안이한 대응에 울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전사태로 자영업자들이 영업에 지장을 받는 등 피해사례들이 이어졌다. 냉장고가 필수적인 정육점과 음식점 등의 피해는 더욱 컸다. 피해를 본 일부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집단소송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피해를 본 중소기업들은 민사소송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격분하고 있다.

재난전문가, “예고된 인재”
한편 재난전문가들은 이번 정전을 예고된 재난이었다고 말한다. 이미 올해 초 전력수요가 사상 최대로 치솟아 예비전력이 위험수위까지 떨어지는 등 대규모 정전사태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7월 에너지 절약을 호소하는 대국민 담화문까지 발표했다. 전력 전문가들도 이미 지난해부터 대규모 정전사태를 경고했다. 그런데도 수급(需給) 관리에 실패했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후쿠시마 원전사태로 원자력발전소 용지 선정이 한계에 부닥친 데다 신재생에너지의 에너지 효율이 크게 떨어지는 것도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대규모정전사태를 미리 예방할 수 있는 관련 전문가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전문적인 재난관련 전문가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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