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전력부족 원인에 대해 정부가 전기 난방기기 보급 증가 등을 최대전력이 발생하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가운데 갑작스런 전력대란시 이에 상응하는 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어 그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반면 요즘 심상치 않은 흑점폭발 또한 대정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 불안한 북한은 언제든지 남한을 테러 공격대상으로 삼을 수 있으며 그 핵심은 바로 전력이다. 이같이 다양한 복합재난으로 인해 전력 불안은 이제 가능성이 아니라 현실이다.
<재난포커스 - 이정직기자(jjlee@di-focus.com)>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전력대란
지난해 2월 김진우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이 KBS ‘일요진단’에 출연, 겨울 전력대란에서 대형발전소의 불시정지가 있었다면 광역정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음을 시사한 적이 있었다. 김 원장은 당시 올 겨울 유난히 기온이 하락, 난방용 전기제품 사용이 급증하면서 당초 예상됐던 최대전력수요를 훌쩍 뛰어넘은 것으로 분석했다.

이어 그는 “평균적으로 기온이 1℃ 내려가면 50만kW의 발전설비가 추가로 필요하다”면서 “전력대란 당시 대형발전소가 불시정지했다면 광역정전이 불가피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겨울 전력대란의 원인으로 기온하락에 따른 난방전기제품의 사용급증을 손꼽았다.

지난해 1월 12일에는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도 겨울철 전력수요 급증으로 인한 대책의 일환으로 전기난방 자제를 당부하는 담화문을 발표한 적도 있었다. 당시 최 장관은 기후변화로 인해 겨울철 한파가 계속되면서 연일 최대전력수요를 갱신하게 되면서, 예비전력까지 위협받는 상황에 이르자 시민 실천을 요청하기도 했었다.

이렇듯 전력 불안은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었다, 마침내 지난해 9월 15일 우리는 전국적인 정전대란을 경험했다. 늦더위 폭염에 따른 전력수요 급증으로 운행중인 엘리베이터가 멈춰서고, 은행과 증권사, 식당 등 생활 필수 시설의 영업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빚었다. 우리나라의 전력공급 능력이 전력 수요에 비해 충분치 못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 계기였다.

겨울철 전력부족 원인은 전기난방기기사용

겨울철 전력부족 원인에 대해 정부는 전기 난방기기 보급 증가 등을 최대전력이 발생하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억제 기조가 유지되면서 기존 가스나 등유를 사용하던 난방기기가 점차 사라지고, 전기난방기기가 급증하면서 전기난방 부하는 2004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겨울철 전체 전력수요 중 난방용 전력수요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18%에서 작년에는 25%를 넘어섰다. 특히 난방용 전력 소비 중에는 전기온퐁기와 냉난방 겸용인 시스템 에어컨이 절반을 차지하는데, 2010년을 기준으로 시스템 에어컨은 140만대, 전기온풍기는 120만대 가량이 보급됐다. 전기스토브도 640만대나 판매됐다.
게다가 겨울철 빌딩·상점·식당 등 상업시설에서 사용하는 난방 전력은 전체 난방전력 소비의 61%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정부도 올 겨울 전력난 대처를 위해 ‘전력수급 안정 및 범국민 에너지 절약대책’을 발표하며 다양한 대책을 세워놓고 있다. 동계 전력수급대책반과 단기 제도개선반 TF를 지속하고 신규 발전기의 시운전 출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도 협의중이다. 산업체는 전력피크시간대에 전력을 10% 의무적으로 감축하고, 난방온도 제한 대상 사업장을 4만 7000여 곳으로 늘렸다. 그동안 정부는 발전소 건설을 포함해서 전력공급을 늘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 왔지만, 급증하는 전력수요를 따라가기는 벅찬 실정이다.

대정전 사태 다양한 변수 작용 가능
문제는 다른 원인에서도 대정전 같은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정전사태는 외부의 영향에도 대처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 예로 요즘 심상치 않은 흑점폭발 또한 대정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지난해 8월에도 흑점폭발로 인한 코로나질량방출의 영향으로 경보등급 4단계(경계상황)급 지자기 교란이 발생했다. 이에따라 HF 통신 및 LF 항법장애, 위성위치 추적 장애, 유선 및 전력전송망 훼손 등의 피해 발생이 예상되며 특히 극지방 통신장애 가능성이 있어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흑점폭발은 전력망이나, 한국전력 같은 전력회사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코로나 물질이 갖고 있는 강력한 자기장이 지구 자기장을 교란해 지자기 폭풍을 일으킨다. 그리고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이온 층에 강한 전류가 흐르면서 전자유도를 유발해서 전력망에 과부하가 걸릴 수도 있다. 지금처럼 일시에 전력수요가 많이 증가한 상태에서, 이 과부하가 걸리면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실제로 흑점 폭발로 인한 대규모정전 사태가 발생 한적이 있었다.

1989년 3월 발생한 태양흑점 폭발로 캐나다 퀘벡주에서는 대규모 정전 사태가 난 적이 있다. 퀘벡수력 발전소 근처 변압기가 태양폭풍의 영향으로 파손되었고, 이는 대규모 정전으로 연결되었다. 9시간 정전이 되면서 600여만의 시민들이 추위에 떨어야 했다. 미국 LA에는 시속 약 160㎞의 강풍이 불어 전깃줄이 끊기고 변전소가 제 기능을 못하면서 약 30만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은 적도 있었다. 이같이 전력대란의 변수는 어디에서든지 발생할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 이같이 최근 지구촌마다 기상이변이 속출해 전력시설이 몸살을 앓고 있다.

북한 테러 등도 경계 대상에
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해 12월 17일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해 내부결속을 위한 사이버테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발전소를 비롯한 국가의 중요한 시설을 노리는 스카다(SCADA) 시스템 공격이 나타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스카다 시스템은 사회기반 산업 시설을 제어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이미 스턱스넷(Stuxnet) 악성코드에 대한 위험성이 국내 보안이슈로 널리 알려진 바 있다.

스카다 시스템은 통신을 비롯해 수력, 화력, 전력, 건설, 자동차, 에너지 시설 등 국가 주요 시스템을 의미한다. 이런 시스템에 사이버테러가 가해질 경우 시설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치명적인 인명피해도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얼마 전 고창전력시험센터를 노리는 공격시도가 발견돼 대한민국 전력망을 노린 사이버테러 공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력 시스템과 관련된 해킹 침투 정황이 나타난 이상 국내 전력시스템의 대대적인 보안점검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내부망으로 운영되고 있다해도 원격으로라도 외부 접속이 있다면 침투는 충분한데다가, 스카다 시스템은 한번 타깃이 되면 큰 피해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이를 충분히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는 “공격자가 한전KDN의 내부망에 대한 침투 내부 사용자 PC를 이용해 폐쇄된 전력망에도 침투가 가능하다”면서 “특히 김정일 사망 이후 사이버테러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혹시 있을지 모르는 전력망 테러에 대한 사전 방지차원에서 신뢰할 수 있는 기관과 전문가를 통한 대대적인 보안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 1.7배 에너지 과소비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전력 사용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1.7배에 이를 정도로 에너지가 과소비되고 있다. 환경연합 생태사회 양이원영 국장은 “전기의 열수요가 확대된 이유는 80년대 전두환 정권 당시 잘못된 전력수요예측과 과도한 기저발전 증대(원자력발전소 확대) 정책에 기인한다”며 “남아도는 전기를 저장할 수 없게 되자 전기소비를 진작시키는 차원으로 원가 이하의 산업용 요금, 산업용 경부하 요금 등을 도입했고, 전기난방 수요는 급증해서 급기야 겨울철에 전기수요가 급증하는 왜곡된 전력수요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 역시 원자력발전을 확대하면서 남아도는 전기수요를 창출하기 한 결과 주택 난방의 40%가 전기난방을 하게 되면서 전기를 수입하는 나라가 되었다” 며 “급기야는 90년대에 폐쇄된 중요발전소를 재가동하기에 이르렀으나 결국 2009년에 제한송전을 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간 것”이라 주장했다. 한편 김근호 에너지관리공단 생활실천홍보실 과장은 “겨울철 최대 전력 수요에서 전기 난방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며 “올 겨울 정전대란을 피하기 위해서는 국민과 기업의 자발적인 절전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력발전설비 예비율 15%에 훨씬 못미쳐 3.7~6.6% 에 불과 
급기야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이 같은 전력대란문제가 도마위에 오르기도 했다. 한전 국정감사에서 자유선진당 김낙성 의원은 “2015년까지 우리나라의 발전설비 예비율은 안정권인 15%에 훨씬 못미치는 3.7~6.6%에 불과한데다 난방용 전기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데 에너지 가격 체계 개혁없이 이번 겨울에도 블랙아웃 위기를 피할 수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한나라당 이명규 의원은 이번 사태의 전적인 책임은 전력수요를 예측해서 매일 생산량을 결정하는 전력거래소에 있다며 전력 수요를 예측하지 못해 사상초유의 정전사태를 유발한 전력거래소는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민주당 강창일 의원은 “전력거래소가 정확한 예비전력을 공개하지도 않은 채 한전에 직접부하제어 지시를 내리고 정부에 순환정전을 보고하는 등 전력거래소의 정보 독점에 따른 폐해가 드러났다”며 “3개 기관간의 엇박자·주먹구구식 대응이 재앙을 불렀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재훈 지경부 에너지·자원실장은 한전과 거래소를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전력 담당 기관 간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는 방안과 전력 산업 조직 전체를 손보는 것 등을 포함해 모든 사항을 검토 대상으로 놓고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답했다.

난방온도 20도 제한, 네온사인 사용금지
이같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가 2011년 12월 15일부터 내년 2월 29일까지 겨울철 전력 비상수급 기간에 실시하는 ‘난방온도 20도 제한’, ‘네온사인 사용금지’와 같은 에너지 사용 제한에 대해 집중 단속을 실시한다고 12월 14일 발표했다. 이에따라 에너지사용 제한 위반 시설은 1회까진 경고장을 발부하고, 2회 위반부턴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지경부는 올 겨울 예비전력이 400만kW 이하가 예상됨에 따라, 11월 10일 전력피크 대응을 위한 '동절기 전력수급 안정 및 에너지 절약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전력수요관리를 위해 1000kW 이상 대규모 수용가에 전력피크 시간(오전 10시∼오후 12시, 오후 5∼7시)대 10% 절전규제, 100kW 이상 중규모 수용가 난방온도 20℃ 제한, 네온사인제한 등 에너지사용 제한 조치를 시행한다. 대상 시설은 모두 5만8000개로 △일반용(상업용) 5만2000개 △주상복합 5700개 △교육시설 1000개 등이다. 시행 첫날인 15일엔 서울 명동과 강남역 등 20개 지역에 지경부와 에너지관리공단, 관할구청 등이 합동 점검반을 구성해 번화가를 중심으로 집중 단속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이후엔 지자체별로 점검반을 편성해 단속하고, 지경부 차원에서도 주간 단위로 현장점검을 지속 실시할 예정이다. 특히 전력 수급상황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1월 2주~3주간은 총리실과 행안부 등이 참여하는 범부처 합동 점검반을 구성해 이행 상황을 수시로 점검할 방침이다.산업계에 대한 피크시간대 10% 절전규제도 한전과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15일부터 동시에 시작된다. 송유종 지경부 에너지절약추진단장은 “올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 전력수급상황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민과 기업들의 적극적인 절전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자발적인 절전운동이 일상에서 실천돼 전력 위기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한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재난관리체계 국제 표준에 맞는 작업 시급한 실정
이 같은 대책에 대해 김근호 에너지관리공단 생활실천홍보실 과장은 “겨울철 최대 전력 수요에서 전기 난방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며 “올 겨울 정전대란을 피하기 위해서는 국민과 기업의 자발적인 절전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겨울철 전력수급 안정을 위해서는 국민들이 협조가 절실하다. 난방온도를 1도만 낮춰도 7% 가량 난방에너지를 절약하는 효과가 있다. 올 겨울 사무실과 가정의 온도를 낮추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전기제품을 사용하는 등 생활 속에서 에너지 절약을 실천한다면 전력대란은 충분히 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한국은 OECD 회원국 가운데 전력사용량이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미국이나 일본이 1퍼센트 내외에 그치는 것과 달리 지난해의 경우 한국의 전력사용량은 10.3퍼센트나 불어났다.

정부는 ‘제5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고 2024년까지 전력사용증가율을 1.9퍼센트로 억제하고 49조원을 들여 발전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반면 정부는 복합재난발생시 대응계획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절전을 위한 고강도 정책을 내놓기도 했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못된다. 재난전문가들은 이 같이 복합재난으로 인한 전력대란시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 할 수 있는 재난매뉴얼을 갖추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정책에 대해 한국 BCP협회 정영환 회장은 “전력대란과 같은 문제는 비단 지경부와 관련기관만의 문제가 아니며 여러기관 각 부처의 책임기관들도 이 같은 비상시 대응할 수 있는 재난관련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전력 대란 못지않게 여러 위험 재난이 항시 도사리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 현실에 맞는 재난관리체계를 통해 이를 세분화하고 국제 표준에 맞는 국제표준화 작업도 시급한 실정이라”며 “앞으로 진행될 자연, 인적 재난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상황에 대비 산업마비, 전력수급문제 등을 체계화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것이 사회적 손실을 막고 국민혈세 낭비를 줄이는 방법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