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재난포커스에서는 집중호우로 인한 댐, 저수지 범람의 우려와 위험성 그리고 이에 대한 피해를 다뤘었다. 당시 국정감사를 통해 섬진강댐 건설 이후 최고수위에 도달한 점과 집중호우와 댐 방류로 댐 하류지역의 임실, 순창, 남원, 곡성주민 2,100세대가 크나 큰 피해를 본 내용을 지적했다. 하지만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댐 보단 저수지가 더 위험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저수지범람 등 재난위험상황과 그 대처를 살펴본다.
<재난포커스 - 이정직기자(jjlee@di-focus.com)>

지난해 8월 집중호우로 저수지 등 붕괴위험 주민대피
지난해 8월 경기도에 내린 집중호우로 저수지 등이 붕괴위험에 처해 파주시 등 일부지자체 지역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있었다. 당시 주민대피를 지시한 파주시 재난상황실은 8월 27일 폭우로 인해 직천저수지 등 3개 저수지가 붕괴 위험이 있다고 판단해 하류지역 파주읍과 문산읍 등 주민 1,500명에게 인근 학교로 대피명령을 내렸었다.

이날 비로 저수지 하류지역의 문화재와 주택 50여 채가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었다. 이에 대해 당시 주민들은 사전에 저수지 물을 충분히 방류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주민대피를 했던 시이경의 웅담2리 이장은 “사전에 제대로 대처를 하지 않아 주민들의 피해가 커졌고, 따라서 이번 피해는 인재”라고 주장했다. 박찬일 파주시의회 도시건설위원장도 당시 “강우량이나 유입량을 보고 먼저 방류를 하는 등 예방을 할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저수지 관리 시스템이 구축이 안돼 이런 문제가 생긴 것 같다” 고 말했다.

충남 부여군의 경우도 지난해 8월 10일 하루 동안 세도면에 327mm의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쏟아져 많은 수해가 발생했으며, 세도면 귀덕리에 소재한 마하동저수지가 범람의 위기를 맞아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있었다. 당시 부여군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인근주민 4가구 7명을 긴급하게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시켰으며 산사태와 저수지 범람 등의 위험이 있는 7개 읍면 24가구 44명의 주민들을 안전한 장소로 대피시켰다. 하지만 당시 집중호우로 벼 897ha와 멜론·토마토·수박 등 시설하우스 1,158동이 물에 잠기고, 도로 및 소하천 등 공공시설물 9개소가 유실되는 등 호우피해가 발생했다.

이렇듯 집중호우는 수위상승으로 인한 범람뿐만 아니라 저수지 붕괴 등 주민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수지 붕괴 또는 범람의 경우 인근 주민들은 홍수를 피해 안전한 곳으로 대피를 해야하는 등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 당국과 각 지지체 및 해당관련 기관들은 이에 대한 대비책이 미미하며, 각 지자체와 해당기관에서도 제대로 된 주민 대피계획에 대한 매뉴얼이 부족해 큰 재난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재난포커스, 집중호우 댐·저수지 범람우려 다뤄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재난포커스는 지난해 집중호우로 인한 댐, 저수지 범람의 우려와 위험성 그리고 이에 대한 피해를 다뤘었다.당시 국정감사를 통해 섬진강댐 건설 이후 최고수위에 도달한 점과 집중호우와 댐 방류로 댐 하류지역의 임실, 순창, 남원, 곡성주민 2,100세대가 크나 큰 피해를 본 내용을 지적했다. 이 문제를 질타한 국토해양위원회 간사인 최규성 의원과 정희수 의원은 이상강우로 댐의 설계기준을 초과하는 수량 유입으로 홍수시 월류가 발생하는 등 댐의 안전문제가 크게 대두된 점을 지적하고 섬진강 댐 뿐 아니라 부안댐도 홍수기에 유입량이 설계기준을 초과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유정현 의원도 행정안전부 감사에서 유사시 수도 서울에도 엄청난 영향을 줄 남한강의 충주댐, 그 하류에 위치한 여주군과 이천시에 확인한 결과 섬진강댐 하류지역과 마찬가지로 주민대피계획은 마련돼 있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유 의원은 비상시 주민대피계획이 전무한 상황은 재난관리 체계의 혼재 즉, 행정안전부(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국토해양부/농림수산식품부-소방방재청-지자체로 이어지는 재난관리체계와도 무관하지 않다며 실제로 주민대피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지자체는 몰라서 못하고 비상대처계획을 수립하고 전파해야 할 관리 주체는 이런 저런 이유로 미룬다면 위기시 국민의 생명을 어떻게 안전하게 보존할 수 있겠는가라며 재난관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 “이런 위험한 위기상황들을 해당 관계기관끼리만 공유하고 있어 혹시 일어날 수 있는 댐 붕괴와 같은 재난시 주민들은 침수구역도조차 알 수 없이 고스란히 목숨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강조했었다.

대형저수지 5개, 외부 충격 받을시 붕괴될 가능성
하지만 당시 국정감사에서 폭우관련수계관리가 댐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오히려 댐보단 농촌 지역에서 관계수로로 사용되는 저수지 관리에 더 문제가 많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해 한국농어촌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어죽과 낚시로 유명한 예산 소재 예당저수지가 사실상 붕괴위험에 방치된 상태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당시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 성윤환 의원은 일본 대지진 이후 국무총리의 특별지시에 따라 3월 23일부터 4월 22일까지 석유·가스 저장시설, 댐, 대규모 저수지 등 국가 주요시설에 대한 정부 합동 결과치를 발표했다.

그중 저수지 점검은 공사가 관리하고 있는 2,000만 톤 이상의 전국 대형 저수지 15개 가운데 ▲충남 예당저수지(4,710만톤) ▲전북 대아저수지(5,527만톤) ▲전남 담양저수지(6,667만톤) ▲전남 장성저수지(8,976만톤) ▲경남 하동저수지(3,151만톤) 등 5개 저수지 조사결과 이들 저수지 모두 지진 또는 이와 유사한 외부의 충격을 받을 경우 붕괴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조사됐다. 

특히 지난 1964년에 준공된 예당저수지의 경우 물이 일정량을 넘을 때 여분의 물을 빼내기 위해 만든 여수로(餘水路)의 옹벽이 균열 또는 파손된 상태고 취수탑 바닥 역시 균열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예당저수지는 2010년 안전진단 결과 D등급을 받았는데도 아직까지 보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성 의원은 “D등급(미흡)은 최하위인 E등급(불량)보다는 한 단계 위에 있지만 주요 부재에 결함이 발생해 긴급한 보수·보강이 필요하며 사용제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태”라는 것이라 설명했다. 성 의원은 또 “완주 대아저수지역시 안전진단 결과 C등급을 받는 등 지진 또는 이와 유사한 충격을 받는다면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성 의원은 대아저수지의 경우 여수토 바닥에서 균열 및 탈락 현상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C등급은 주요 부재에 경미한 결함 또는 보조 부재에 광범위한 결함이 발생했으나 전체적인 시설물 안전에는 지장이 없으며 주요 부재에 내구성·기능성 저하 방지를 위한 보수, 혹은 보조 부재에 간단한 보강이 필요한 상태일 경우에 해당한다. 성 의원은  “2,000만톤 이상의 대규모 저수지는 사고발생 시 국가적 재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저수지 수리시설 개·보수 사업만큼은 공사가 열정을 가지고 적극 추진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성 의원은 이와 함께 당시 정부합동 점검 결과 지진재해대책법에서 규정하는 지진가속도계측기도 대아저수지 등지에는 설치가 안된 것으로 드러났으며 농어촌공사가 관리 중인 2,000만톤 이상 대규모 저수지 15개소 중 담양저수지 등 3개소에만 지진가속도계측기가 설치돼 있다고 주장했다.성 의원은 “2,000만톤 이상 대규모 저수지는 사고 발생시 국가적 재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지진가속도 계측기 설치를 비롯한 저수지 수리시설 개보수 사업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농림부에 적극 건의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어촌 공사는 2013년까지 지진가속도 계측기를 설치 완료하겠다고 답했다. 성 의원은 “정부 합동 점검에서 또 다시 문제가 발견된 것은 그동안 저수지에 대한 안전진단과 사후 관리가 부실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충남도내 저수지 6곳이 긴급 보수조치가 필요한 상태지만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충남도의회 김용필 의원은 지난해 11월 17일 도 농수산국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예산 예당저수지와 산묵저수지, 논산 강청저수지, 태안 승언 1구저수지, 아산 동천저수지와 복수저수지 등 6곳이 정밀안전진단 결과 D등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D등급은 주요 부재의 노화로 긴급한 보수보강이 필요한 상태로, 사용제한 등 사전조치가 필요하다.

김 의원은 “예당저수지는 보 콘크리트가 하얗게 변하는 백화현상이 나타나 670㎜가량 비가 내리면 붕괴될 수 있다는 게 한국시설안전공단의 진단”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농어촌공사가 이 저수지에 대한 안전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기에 이제라도 도가 나서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점을 이미 인식했던 한국농어촌공사도 예당저수지에 대한 종합적인 보수를 위해 720억원 가량을 정부에 신청했지만 정부예산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결국 정부의 안이한 예산 집행이 큰 재난을 부를 수도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현재 시군관리 저수지 90% 40년 이상 돼
더 충격적인 것은 현재 시군관리 저수지의 경우 90%가 설치한 지 40년 이상 돼 노후화되어 언제, 어떻게 저수지 붕괴 등 재난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것이다.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 정해걸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대표적인 저수지를 살펴본 결과 한국농어촌공사 관리 저수지 3,363개소 중 1971년 이전에 설치된 저수지가 2,261개소, 1972년 이후 설치된 저수지는 702개소라고 밝혔다. 반면 시군 관리 저수지의 경우에는 총 1만4,206개 중 1971년 이전에 설치된 저수지가 1만2,777개소, 1972년 이후 설치 저수지는 1,429개소로 농어촌공사 저수지보다 시군 관리 저수지의 노후화가 심각한 수준이라 지적했다.

정해걸 의원은 “현재 저수지를 비롯한 수리시설은 농어촌공사와 시군이 나누어 관리를 하고 있지만 시군의 경우 예산확보 및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어 농민들이 위급한 상황시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삼척시 근덕면 교가리에 있는 ‘오리 저수지’도 지난해 1월  재해위험 저수지로 지정돼, 2억원의 예산을 편성 지난해 3월∼4월 중 오리 저수지 보강공사를 실시했다. 만약 저수지의 관리부실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지난해처럼 집중호우가 쏟아지고 저수지 범람 등 재난이 발생하다면 저수지인근주민들은 꼼짝없이 그 피해를 감수해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행히 삼척시의 경우 오리 저수지의 댐 마루 여유 높이가 부족해 지반 침하와 누수 등 취약구간이 발견됨에 따라 장기 방치 시에는 붕괴 위험이 있다고 판단, ‘저수지·댐의 안전관리 및 재해예방에 관한 법률’ 규정에 근거해 이같이 보강공사를 했다고 밝혔다.

저수지, 수질오염도 문제
한편 저수지관리문제는 붕괴·범람 등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경기도 의왕 왕송저수지의 경우 수질오염도가 최하 등급인 것으로 나타나 수질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밝혀졌다.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은 경기도 의왕시 녹색환경과의 제안에 따라 2010년 3월부터 12월까지 왕송저수지의 수질을 조사한 결과 저수지의 수질오염도가 최하 등급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은 왕송저수지 내 9개 지점과 유입하천 8개 지점 등 총 17개 지점에서 BOD(생화학적산소요구량), 클로로필-a(Chloropyll-a) 등 15개 항목에 대한 수질검사를 총 17회에 걸쳐 실시했다.

연구 결과 저수지 상류지역에 위치하며 유역기여도가 높은 소유역의 수질오염도가 높아 저수지 상류의 수질이 중류 및 하류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상류의 BOD와 클로로필-a는 하류에 비해 약 2배 정도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유입하천의 BOD, COD(화학적산소요구량), T-P(총인)는 평균적으로 저수지 농도보다 낮았던 반면, T-N(총질소)은 저수지 농도보다 높은 농도로 유입되고 있었다. 유입하천 중에서는 특히 윗장안천에 대한 수질조사에서 BOD(18.4㎎/L)와 COD(19.5㎎/L), T-P(1.087㎎/L), T-N(14.619㎎/L)이 모두 최다로 검출돼 왕송저수지 수질오염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SS(부유물질) 수치는 아래새우대천이 45.7㎎/L로 가장 높게 검출됐다. 연구원은 저수지 유입수량이 적고 평균 수심이 2.5m 정도로 낮아 유역에서 유입된 오염물질이 상류에서 침전되면서 낮은 수심에 의한 녹조가 심각하게 발생돼 수질을 악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연구원 관계자는 “저수지 내부 물을 자주 순환시키고 적절한 관리수위를 유지하는 한편, 침강·저류지 설치 및 저수지 주변에 생태습지를 조성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수질 개선이 시급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또한 유역에서 유입되는 점오염원 및 비점오염원의 저감을 위해 인공습지와 생태하천 조성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난전문가, 저수지범람 등 비상시 재난관련 매뉴얼 필요
한편 정부는 최근 대규모 홍수재해가 빈번히 발생됨에 따라 주요 댐, 저수지 등 별로 범람, 붕괴에 대비해 비상 대처계획 EAP를 수립했다. EAP는 시설물 관리주체가 위험발생시 효과적인 대응과 주변 해당지역 피해저감 최소화를 위하여 수립하는 계획으로, 시나리오별 위험도평가, 대응계획, 재해구호 및 훈련계획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2005년에 수립된 EAP는 올해 초에야 전국 160개 정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 배부됐다. 홍수 발생시 주민들이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 어느 지역이 물에 잠기는지는 보안상의 이유로 알려지지 않았다.

또 각 부처끼리 의사전달이 원활이 되지 않아 제기능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림산업 토목설계팀 관계자는 “앞으로 더 큰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서 적절한 부처 설립도 중요하지만 그 부처가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어야한다” 며 “홍수의 심각성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함께 정책적인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비상대처계획(EAP)의 문제점은 앞으로 다가올 대재난을 예고하는 하나의 전주곡으로 나타나 크게 우려된다. 이 같은 문제를 관리할 수 있는 재난전문가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상황 때문이다.

반면 한국 BCP협회 정영환 회장은 홍수 등을 인한 주민대피시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재난매뉴얼을 갖추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저수지 범람 등 재난이 발생시 각 부처의 책임기관의 경우 비상시 대응할 수 있는 재난관련 매뉴얼이 필요하다”며  “위험 재난이 항시 도사리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 현실에 맞는 재난관리체계를 통해 이를 세분화하고 국제 표준에 맞는 국제표준화 작업도 시급한 실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