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이후 집중호우로 인한 저수지 붕괴문제가 현실화된 가운데 정부와 지자체, 관련 기관에서도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의 경우 지난해 5월 2일부터 중앙안전재해대책본부와 「재난대응안전한국훈련」의 일환으로 전국의 대규모 저수지 311개소와 배수장 137개소 등 총 448개소에 대한 비상대처 현장훈련을 실시했으며, 한국농어촌공사도 저수지 비상대처계획(EAP : Emergency Action Plan)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재난포커스 - 이정직기자(jjlee@di-focus.com)>

저수지 81% 5만 7,442개소 지자체 관리
최근 기상여건은 이상강우와 국지성 호우 등 강우 패턴이 변화하면서 농경지 침수 및 농업기반시설물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1998년에는 40곳, 1999년에는 5개의 소규모 저수지가 붕괴됐고, 2002년 태풍 루사 때에는 강릉 2개소, 2003년 태풍 매미와 나리 등이 몰려왔을 때에는 5개 저수지의 제당이 붕괴됐다. 기상여건은 점차 좋지 않은 환경으로 변하고 있지만 농업기반시설은 그에 걸맞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전체 농업기반시설 7만 920개소 중 농어촌공사에서 관리하는 곳은 1만 3,478개 뿐이고 나머지 81%인 5만 7,442개소는 지자체에서 관리한다.

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1만 3,478개소 중 30년 이상 경과된 시설은 7,603곳으로 56%에 달한다. 특히 저수지는 3,363개소 중 87%인 2,916개소가 30년 이상 경과했다. 또 용·배수로 9만8,000㎞ 중 5만6,000㎞가 흙수로로 구성돼있어 물 손실이 많고 수초제거 및 수로준설 등 수로기능을 유지하는데 곤란함이 많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전국 저수지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한 결과, 1,474개소 중 A, B등급을 받은 곳은 72곳에 불과하고 개보수가 필요한 C등급(1,097개소)과 D등급(305개소)을 받은 곳이 95%에 달했다. 이에 정부와 공사는 재해대비 및 영농편의 등을 위한 수리시설개보수 사업으로 총 10조9,323억원을 책정, 8,769개소에 대한 개보수를 진행하고 있지만 농업수리시설에 대한 현장의 개선요구는 여전히 높다.

실제 지난해 농업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시설노후화 및 수로 단면부족에 의한 영농불편, 안정적 용수공급을 위한 수로단면 확장 및 공급시설보강이 필요하다고 요구한 농민이 각각 71%, 77%에 달했고 응답자 중 88%가 개보수사업 예산의 우선 배정을 요구했다. 이 사업을 진행하는 공사감독 및 현장소장 933명도 연간 적정사업비로 10억~14억원, 적정사업기간은 3~4년을 요구하고 있지만 지난해 평균 사업비는 3조7,000억원, 사업기간은 6년까지 연장되고 있다. 현장의 요구를 반영하려면 원활한 시설물 보수·보강을 위한 사업비로 매년 5,000억원 이상이 필요하지만 2009년 4,670억원, 2010년 4,000억원, 2011년 2,600억원이 책정되는데 그쳤다.

특히 지난해 급격한 예산축소로 적은 공사비가 지원됐고 이에 따라 공사가 길어지고 있다. 또 C등급을 받은 곳도 일부 시설이 불량하고 위험해 개보수를 진행해야 하지만 사업비 부족으로 인해 D등급을 받은 곳만 진행하고 있다. 또 기상여건의 변화 등에 발맞춰 농업수리시설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위해 안전관리기준 강화에 따른 수리시설의 유형별·단계별 추진계획을 마련하는 등 중·장기 수리시설 현대화 계획을 재수립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또 매년 5,000억원 이상의 수리시설개보수사업비를 책정하는 등 안정적인 예산 확보로 재해대비 능력제고를 위한 시설물 설계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규모 저수지 311개소 등 448개소 대한 비상대처훈련
이에 따라 지난해 5월 2일부터 28일까지 농림수산식품부는 중앙안전재해대책본부와 「재난대응안전한국훈련」의 일환으로 전국의 대규모 저수지 311개소와 배수장 137개소 등 총 448개소에 대한 비상대처 현장훈련을 실시했다.이 현장훈련은 예기치 못한 집중호우 및 지진 등으로 인해 저수지 붕괴 또는 배수장 가동중단 등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시설관리자와 유관기관의 위기대응 능력과 안전의식을 높이는데 그 목적이 있다. 저수지와 배수장 관리자인 시·군과 한국농어촌공사 주관으로 저수지·배수장이 있는 현장에서 직접 대처하는 훈련을 실시했으며, 119구조대·한국전력·긴급복구 동원업체, 주민 등이 참여하고, 농식품부와 시·도는 훈련상황을 점검·지원하는 훈련이었다.

한국농어촌공사도 지난해 저수지 비상대처계획(EAP : Emergency Action Plan)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예기치 못한 대규모 재해에 대비하기 위해 경북지역을 시작으로 경남지역, 전북지역, 전남지역 등 전국 11개 시·도의 지자체 공무원, 한국농어촌공사 재난관리 담당자, 지역주민 4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다.설명회에서는 농어촌공사는 비상대처계획의 필요성과 침수지역, 대피로, 대피장소, 비상연락망 등 비상대처계획에 명시된 내용을 설명했다. 또 마을과 인접한 저수지에서 재난발생시 매뉴얼에 따라 신속하게 대응해 주민의 생명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설명회에서 한국농어촌공사는 “예방활동을 통해 재난방재에서 활동하는 재난관리 담당자로 하여금 재난발생과정과 재난예방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추진했다”고 밝혔다. 한국농어촌공사 심좌근 본부장은 “지난 2004년부터 총저수량 100만톤 이상 또는 하류부 재해 가능성이 큰 저수지 336개소를 대상으로 비상대처계획을 연차적으로 수립하고 있다”며 “특히 올해는 포용조수량이 3000만톤 이상인 방조제 15개소도 비상대처계획을 수립해 지진해일 등에 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업용저수지 둑높임사업’
한국농어촌공사 충남지역본부도 공주 계룡저수지 저수지 둑높이기(1.9M)로 높이고 수변사업 종합개발를 통해 충남도내 3곳인 예산 예당저수지, 홍성 홍양저수지(빼뽀지), 논산 탑정저수지의 ‘농업용저수지 둑높임사업’을 실시 2012년까지 충남도내 15개 지구 ‘농업용저수지 둑높임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할 방침이라 밝혔다. 저수지 둑높임사업은 기존 농업용 저수지의 둑을 높여 홍수와 가뭄 등 재해를 예방하고 영농에 필요한 농업용수 및 환경용수를 확보하는 등 재난관리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충남지역본부는 지난해 공주 계룡, 청양 도림, 연기 용암 등 4개지구 착공에 이어 올해 공주 정안지구 등 11개 지구를 각 자치단체와 협의해 2011년 12월부터 착공했다. 특히 이번 사업은 2012년까지 총 3,073억 원을 충남지역에 투입할 예정이다. 한국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도 지난해 경기도 농업기술원 농업과학교육관에서 공사 직원, 읍.면 재난담당 공무원 및 지역주민 등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술본부 주관으로 ‘2011년 저수지 비상대처계획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설명회는 재난에 따른 저수지 붕괴 피해 발생시 효과적인 초기 대응태세를 확립하고 능동적인 사후 처리를 위한 공사, 지방자치단체 및 지역주민과의 재난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 마련됐다.

경기지역본부에서는 이미 2004년부터 농업용저수지를 대상으로 비상대처계획을 수립해오고 있다. 지난해까지 경인지역 19개소의 저수지에 대한 비상대처계획을 수립하였고 지난해에도 6개 저수지에 대한 대처계획을 마련했다. 이날 설명회에서 김정섭 본부장은 “재해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비상대처계획은 저수지 하류부 침수시 피해 예상지역과 대피로를 알려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전국 읍.면 재난담당 공무원 및 지역주민들의 많은 관심과 협조를 당부했다.
 
우리 현실에 맞는 재난관리체계 세분화해야
한편 이 같은 정부 및 관련기관의 대처에 대해 김성원 보좌관(김성수 한나라당 의원실)은 “7만여 개의 농업수리시설 중 20% 정도만 농어촌공사에서 관리하고 있고 나머지는 지자체에서 실시하고 있다” 며 “지자체가 관리하는 시설은 영세하고 시설이 낙후됐고 관리가 소홀하는 등 문제가 발생해 수리시설의 관리 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또 “친환경 농업수리시설의 확대가 절실하지만 이에 맞는 설계기준이 없다. 최소한의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하고 관련 예산의 확대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농업수리시설이 상당히 노후화돼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재난관련전문가는 “기후변화가 2~3년마다 발생하는 만큼 저수지대상시설을 500만톤 이상에서 200만톤 이상으로 하향 조정하는 등 설계기준 자체를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도 제기됐다. 또 저수지 범람 등 재난이 발생시 각 부처의 책임기관의 경우 비상시 대응할 수 있는 재난관련 매뉴얼과 표준화 작업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