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13년 태양흑점 활동이 극대기에 달하면서 대규모 통신재난이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력회사들은 예상치 못한 단전에 대비할 필요가 있으며, 단파통신이나 일부 위성의 활동에 악영향을 미치는 등 전파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재난포커스 - 이정직기자(jjlee@di-focus.com)>

이미 시작된 태양흑점 폭발

지난 3월 11일 방송통신위원회 전파연구소(소장 임차식)는 태양흑점 폭발(흑점번호 1166)로 인한 전파통신 두절상태 경보 3단계(주의상황)(X1.2등급)를 발령했다. 이 발령은 태양흑점이 폭발함에 따라 위성통신, 단파통신 등의 운용에 지장이 예상되어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는 내용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전파연구소는 “이번 폭발이 지구 방송통신 등에 미칠 영향이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돼 수일간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흑점번호 1164, 1166, 1169의 활발한 활동으로 3월 7일부터 10일까지 M등급의 흑점폭발이 주기적으로 8회 발생하여 태양으로 방출된 강력한 에너지 물질이 지구에 도달함에 따라 11일까지 지구자기 폭풍도 함께 동반할 수 있어 지상에서 운용중인 방송통신 시스템 이외에도 전력 및 전자기기 운용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이 발령은 지난 2006년 이후 처음이다. 이같이 지난 3월 11일 태양흑점 폭발로 인해 지구가 흑점 영향권에 들어오면 지구에 보다 더 복합적으로 영향을 준다. 당시 방통위는 태양폭발로 인공위성의 전자장비와 태양 전지판 등에 영향을 미치게 되어 위성의 수명 및 궤도 등에 영향을 줘, 위성의 신호감소 및 잡음 증가가 우려되므로 위성운용 등 관련기관과 업체의 대비를 지시했었다.

특히, 전리층으로 유입된 고에너지 입자들은 전리층의 높이를 변화시키거나 이온화를 증가시킴에 따라 단파(HF) 통신이 두절될 수 있는 상태이며 지속적으로 수분내지 수십 분까지 두절되는 현상과 잡음 증가가 자주 발생할 것을 경고했다. 또 유선 및 이동통신 등 다른 대체 통신 수단을 마련하도록 방송통신위원회는 권고했었다.

2013년 태양흑점 대폭발

이같이 태양흑점 폭발이 전파통신망을 두절시킬 정도로 위력은 대단하며 이에 따른 관련단체들도 흑점폭발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4월 ‘우주환경특별세미나’에서는 태양흑점 폭발로 인한 사태와 그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세미나에서 박영득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자기유도현상에 따라 급격한 전압 교란 현상이 생길 수도 있으니 전력회사들은 예상치 못한 단전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흑점 폭발(플레어) 등 태양 활동이 2013년께 극대기에 달하면서 전파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과거 사례로 비춰볼 때 단파통신이나 일부 위성의 활동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태양흑점활동에 따른 전리층 교란에 대해 우려도 표명했다. 이 같이 태양 활동의 관건은 흑점이다.

세계 천문학자들의 연구 결과 흑점 수는 평균 11년을 주기로 증감한다는 사실이 일찍이 확인됐다.
1755~1766년이 1주기로 명명됐으며, 태양 활동 24주기에 해당하는 올해는 태양 활동의 상승기에 해당한다.미 항공우주국(NASA)과 해양대기관리처(NOAA)는 2013년 5~7월께 흑점 수가 60~90개에 이르며 극대기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자기파와 전리층

태양은 전자기파와 ‘태양풍’이라 불리는 하전입자(전자 양성자 등 전하를 띠고 있는 입자)를 끊임없이 행성 간 공간과 지구자기권으로 방출한다. 이를 ‘태양풍’이라고 한다. 이 중 장파인 전자기파보다 파장이 짧은 X-선이나 자외선은 지구를 포함한 행성의 대기에 ‘전리층’이라는 독특한 환경을 만든다. 전리층은 태양이 방출한 각종 에너지에 의해 공기 분자가 이온화돼 자유전자가 밀집한 곳을 말한다.

전리층은 지상에서 발사한 전파를 흡수 또는 반사하기 때문에 지구의 무선 통신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태양 활동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바로 이 전리층을 교란하기 때문이다. 원거리 국제통신이나 선박, 항공기 등에 쓰이는 단파통신(주파수 3~30㎐)은 지표에서 약 100~400㎞의 전리층에서 전파가 잘 반사돼야 통신이 원활하게 이뤄진다. 그런데 플레어가 대량 발생하면 태양으로부터 날아온 각종 하전입자가 끼어들어 전리층이 두꺼워지고, 전파를 반사하지 않고 흡수해 일시적 통신장애가 발생하게 된다.

이와 함께 발생하는 코로나물질(CME)이 방출되는 태양 폭풍도 문제다. 최근 태양흑점 폭발에서는 태양 폭풍이 동반돼 시속 900㎞로 CME가 지구를 향해 돌진하기도 했다. 다행이 태양폭풍이 감속이 되면서 지구에 영향은 미미했다. 하지만 CME가 동반된 태양 폭풍은 고속으로 움직이는 고자기 플라즈마 덩어리이기 때문에 하전입자 방출(태양풍)과는 다르다.

태양 폭풍은 오히려 하전입자를 휩쓸고 지나간다. 이는 지구 자기장을 교란하는 ‘지자기 폭풍’을 일으킨다. TV나 라디오, 이동통신(휴대폰), 기상항공 레이더 등에 쓰이는 초단파~마이크로파 영역(30~3만㎒)이 영향을 받아 TV 수신장애 및 통신 장애가 일어날 수 있다. 특히 심각한 문제는 전력시스템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태양의 흑점 폭발과 방송 통신 두절

그럼 태양의 흑점이 폭발했다면 이 때문에 방송이 왜 멎고 통신이 두절될까. 폭탄이 터지면 굉음와 함께 먼지가 나듯 태양 흑점도 폭발하면 소리와 입자가 발생한다. 폭탄의 굉음이 태양X선이고, 먼지에 해당하는 것이 고에너지 입자다. 폭발 규모에 따라 둘 다 모두 지구의 통신에 각각 영향을 미친다. 지구까지 도달하는데 8분 가량 걸리는 태양X선은 지상에서 발사한 전파를 흡수 반사해 무선 통신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구 전리층에 변화를 줘 단파통신을 교란시킨다.

지난 2월 15일 흑점 폭발 직후 국내 AM방송 및 군통신이 일시 중단된 것은 바로 이 태양X선의 영향 때문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우주에서 현재 열심히 날아오고 있을 태양 먼지, 고에너지 입자다. 지구에 도달하는데 길게는 3일 걸리는 이 입자는 하늘에 떠 있는 인공위성과 지상의 통신장비 모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인공위성의 경우 지구를 둘러싼 ‘자기권’의 보호를 받으며 궤도를 도는데, 고에너지 입자가 풍선을 누르듯 자기권을 지구 방향으로 누르면 위성이 자기권 밖으로 튕겨 나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위성은 ‘우주 미아’가 되거나 고에너지 입자의 영향을 받아 고장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이 입자는 지상의 통신장비 및 전기의 작동을 건드릴 수도 있다. 전파연구소 관계자는 “이 입자가 지상까지 도달하면 입자에 대한 내성이 약한 통신 장비들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1989년 캐나다 퀘벡 주에서는 이 입자가 가정의 변압기를 태워 주 전체에 9시간 정전을 발생시키고, 북미 전체에 통신장애를 일으킨 적이 있다.

지난 해 미국의 갤럭시 15 위성도 고에너지 입자의 영향을 받아 작동이 8개월 동안 중단됐다 복구된 바 있다. 한편 방송통신 업계에서는 태양 흑점 폭발에 따른 영향을 가시적으로 받은 경험이 없기 때문에 만일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한국디지털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지금까지 흑점 폭발로 인해 방송에 장애가 생긴 적은 없다”면서도 “대규모 폭발이니만큼 관계당국의 경보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위성 발사에 성공한 KT의 관계자는 “위성 및 무선 네트워크쪽을 점검한 결과 현재 특이사항은 없었다”면서 “미국 SWPC(우주기상예보센터), 한국 천문연구원 등의 우주환경 자료를 토대로 이상상황 발생시에 긴급조치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일부 선진국 우주환경 감시추진

이 같은 상황 때문에 미국, 일본, 호주 등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우주환경 및 물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대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은 해양대기청, 미공군, 항공우주국, 내무부, 에너지부 그리고 미국과학재단 연합으로 우주환경 감시 및 예보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1996년부터 국가우주환경 프로그램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정부연구 기관인 NOAA 산하 우주환경센터(Space Environment Center : SEC)와 미공군은 우주환경 자료 생산, 수입, 자료센터 운용, 연구지원 및 예경보 업무를 공동으로 수행하고 있으며 관련 자료 및 정보의 교환 등 매우 밀접하게 상호협력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우정성 산하 통신종합연구소에서 태양전파, 전리층, 지구 자기장을 관측·분석하여 우주환경의 예보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전파 예경보 및 우주환경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호주는 산업과학부 전파업무청에서 지자기 관측소를 비롯하여 2개의 태양관측소, 12개의 전리층관측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단파통신에 대한 전파예보 및 체계적이고 상세한 우주환경 정보를 다루고 있다. 유럽연합에서도 우주환경 감시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 우주환경에 관련된 기획연구를 수행, 우주환경의 영향 분석, 우주환경시스템 구축방안, 서비스 등에 관한 다양한 방안들을 제시하고 태양활동 감시 및 경보, 인공위성 장애 경보 등 9개의 우주환경 서비스 분야를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도 우리 기술로 직접 우주환경을 감시할 수 있는 우주재난에 대비한 기술을 최근 개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보다 체계적인 우주 감시환경을 조성이 미흡한 실정이며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비책이 필요하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