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 김진항 실장이 공청회에 앞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통합적재난안전관리체계구축기획단(이하 기획단)'의 '허울'뿐인 공청회가 지난 11월25일 정부중앙청사 별관 3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공청회는 오전 10시35분부터 오후 5시10분까지 7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점심시간 1시간30분과 중간 중간 쉬는 시간을 빼면 실제 공청회 진행 시간은 넉넉잡아 5시간 정도였다. 하지만 거의 모든 시간은 기획단에서 연구 과제를 받아 참여했던 교수와 업체 전문가의 발제에 할애됐고 방청석의 질문은 단 4개만 받았다. 이마저도 질문 한 개는 기획단 연구과제에 참여한 교수가 질문 같지 도 않은 질문으로 시간을 끌었다. 지정토론자들도 기획단에서 무엇을 어떻게 연구했는지, 오늘 공청회에서 무엇이 가장 ‘뜨거운 감자’인지 조차 모르고 참여한 듯 보였다. 한마디로 행정안전부(장관 원세훈)에서 주최하고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실장 김진항)에서 주관한 기획단(단장 정남준 행정안전부 제2차관, 부단장 김진항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장)의 이번 공청회는 ‘짜고 치는 고스톱' 그 자체였다. ‘최대관심사’인 ‘재난안전표준’을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었으며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지, 과연 무엇이 중·장·단기적으로 국익에 도움인지에 대해서는 거론 조차되지 않았다. 재난포커스는 <2008년 6월호 56쪽>, <2008년 8월호 22쪽>, <2008년 9월호 40쪽>, <2008년 9월호 60쪽>, <2008년 10월호 20쪽>, <2008년 10월호 30쪽>, <2008년 11월호 18쪽>, <2008년 12월호 18쪽>에서 ‘통합적재난안전관리체계구축기획단’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도 제시해 왔다.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에서는 왜 이렇게 ‘허울’뿐인 공청회를 추진했는지, 공청회 진행의 문제점과 공청회에서 제기된 내용을 긴급 점검한다.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에서 지난 4월16일부터 추진해 온 결과물인 ‘통합적 재난안전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소방방재청 기획단인지 행정안전부 기획단인지 매번 그 사람들만 나와서 발표하는 것은 한국의 전문가가 없던지 행정안전부가 그 사람 밖에 없는지 알 수가 없다고 참석자들은 입을 모았다. 공청회 참석자들은 이날 공청회는 기조발제와 핵심과제 발제, 그리고 지정토론과 방청객 자유토론 시간의 배분에서부터 기대를 무너뜨렸다. 또 기조발제자와 핵심과제 발제자, 그리고 지정토론자와 방청객 자유토론자 선택에 있어서도 실망이 컸다. 특히 ‘가장 뜨거운 감자’인 ‘재난안전표준’의 정립 방법에 대한 발제와 토론은 거론 조차되지 않았다. 이 밖에도 질의응답에 대한 주최 측의 성의나 기조발제 내용의 ‘짜고 치는 고스톱’은 공청회장에 줄곧 앉아 있던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 방기성 재난안전관리관과 사회를 보던 조원철 연세대 교수를 더욱 애처롭게 만들었다.

공청회는 의견 청취의 자리
공청회(公聽會, public hearing)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기관이 일정한 사항을 결정함에 있어서 공개적으로 의견을 듣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의사결정과정에 국민을 참여시킴으로써 민주주의의 요청에 부응하는 제도이다. 공청회는 청문(聽聞)과 유사하면서도 주로 국민의 여론이나 전문가의 의견을 듣기 위한 제도라는 점에서 다르다. 국회의 위원회는 제정법률안(制定法律案) 및 전문개정법률안(全文改正法律案)에 대해 공청회를 개최해야 하며(국회법 제58조) 중요한 안건 또는 전문지식을 요하는 안건을 심사하기 위해 공청회를 열 수 있다(국회법 64조).

	사진1. 김찬오 서울산업대 교수가 '총괄적인 안전관리체계 구축 방안'이란 주제로 첫 번째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2. 이영재 동국대 교수가 '통합적 재난관리체계 구축에 대한 전략적 접근방법'이란 주제로 두 번째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3. 위금숙 위기관리연구소 소장이 '통합적 재난관리체계 관련 해외동향'이란 주제로 첫 번째 핵심과제를 발제하고 있다. 사진4. 행정안전부 재난안전실 김진항 실장이 김찬오 교수의 기조발제를 듣고 있다. 사진5. 조한익 한양대 교수가 '재난교육 활성화 및 통합적 훈련시스템 구축 방안'이란 주제의 네 번째 핵심과제를 발제하고 있다. 사진6. 정덕훈 동국대 교수가 '통합적 재난관리계획 수립 체계구축 방향'이란 주제로 두 번째 핵심과제를 발제하고 있다. 사진7. 김근영 경남대 교수가 '재난대비 체계 강화 및 통합적 운영방안'이란 주제로 세번째 핵심과제를 발제하고 있다.

그밖에도 국민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작용의 과정에서 공청회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는 법률이 많다. 이런 법률은 공적자금관리특별법 제22조, 노사정위원회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제10조, 도시계획법 제9조, 도시재개발법 제3조, 사회보장기본법 제21조, 원자력법 제8조, 행정규제기본법 제9조, 환경·교통·재해에 대한 영향평가법 제6조 등 수없이 많다. 공청회의 일반적 절차와 방법에 대해서는 행정절차법이 규율하고 있다.

행정청(行政廳)은 공청회를 개최할 때에는 공청회 개최 14일 전까지 제목, 일시 및 장소, 주요내용, 발표자에 관한 사항, 발표신청 방법 및 신청기한 등의 사항을 당사자 등에게 통지하고 관보·공보 또는 일간신문에 공고 등의 방법으로 널리 알려야 한다. 또 발표자의 선정에 있어 공정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행정절차법 제38조). 공청회의 주재자는 행정청이 지명 또는 위촉한다.

발표자는 공청회의 내용과 직접 관련된 사항에 한해 발표해야 하며 주재자는 공청회를 공정하게 진행해야 한다. 공청회의 주재자는 발표자의 발표가 끝난 후에는 발표자 상호간에 질의 및 답변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방청인에게도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줘야 한다. 행정청은 공청회에서 제시된 사실 및 의견이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이를 반영해야 한다(행정절차법 39조).

행안부, 기획단 과제 일방적 전달
하지만 행정안전부는 기획단의 성과를 토대로 관련 법, 제도 개정과 제정에 착수하고 있음에도 국회법과 행정절차법에 상당히 위배되는 형태로 공청회를 진행했다. 특히 공개적으로 의견을 듣는 형식이 아니고 기획단에서 연구 과제를 수행한 교수, 업체 전문가가 일방적으로 방청객들에게 전달하는 행태를 벌였다. 기조발제자와 핵심과제발제자는 모두 기획단의 연구과제와 연구용역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교수나 업체 전문가이며 지정토론자도 일부 기획단의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교수나 업체 전문가였다.

방청객 자유토론 시간에도 기획단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교수가 방청석에 앉아 일반 방청객의 발언 시간을 축내기도 했다. 공청회의 취지와 목적을 한참 벗어나 기획단에서 추진하고 있는 성과물들의 오류를 감추기 위한 공청회를 진행했다고 해석하기에 충분하다. 이는 국회법과 행정절차법을 위반한 것이다. 실제 공청회는 오전 10시30분부터 시작돼 오후 5시10분에 끝났지만 방청객의 질문은 단 4개만 받았다. 사회를 본 조원철 연세대 교수는 질문하려는 방청객들의 질문 받기를 거부했다.

점심시간 1시간30분과 중간 중간 쉬는 시간을 빼면 실제 공청회 진행 시간은 넉넉잡아 5시간 정도였다. 하지만 거의 모든 시간을 기획단에서 연구 과제를 받아 참여했던 교수와 업체 전문가의 발제에 할애됐다. '총괄적인 안전관리체계 구축 방안'이란 주제로 첫 번째 기조발제에 나선 김찬오 서울산업대 교수는 기획단 과제 중 ▲조정위원회 등 안전관리위원회 기능 활성화 방안 ▲국가안전관리계획의 활성화 ▲안전기술기준 표준화 방안 ▲재난대응 안전한국 훈련 강화 대책 모두 4개 과제를 연구하고 있다.

김찬오 교수는 "우리나라 안전관리의 실태는 혼란스러운 안전관리 감독정책 시행과 종합적인 안전관리 부재, 그리고 비효과적 규제로 민간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안전관리와 재난관리의 구분이 모호해 새롭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총괄적 안전관리체계의 구축이 시급하다"며 "안전관리 및 안전관리기준의 표준화와 민간안전분야 활성화 및 안전관리 예산의 효율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합적 재난관리체계 구축에 대한 전략적 접근방법'이란 주제로 두 번째 기조발제에 나선 이영재 동국대 교수도 기획단 과제 중 ▲위기관리 매뉴얼 정비 및 법제화 ▲재난관리 프로세스별 평가분석기법 및 지표개발 ▲국가기반시설 지정관리의 효율화 방안 ▲국가 재난관리 및 재난대응 표준 모두 4개 과제를 연구하고 있다. 이영재 교수는 IT분야에서 몇 년전에 이슈화됐던 IT거버넌스와 서비스 사이언스 개념을 예로 들며 통합적 재난관리체계 구축을 강조했다.

	사진1. 양현모 기술과 가치 이사가 '재해예방 및 방재인프라 확충 방안'이란 주제의 다섯 번째 핵심과제를 마지막으로 발제하고 있다. 사진2. 공청회 사회를 보고 있는 조원철 연세대 교수 사진3. 청와대 위기상황센터 최복수 과장(전 소방방재청 방재대책과장)이 지정토론자로 참석해 질문하고 있다. 사진4. 김귀현 강원도 방재정책관이 지정토론자로 참석해 질문하고 있다. 사진5. 김재관 서울대 교수가 지정토론자로 참석해 질문하고 있다. 사진6. 이기문 KBS 기자가 지정토론자로 참석해 질문하고 있다. 사진7. 유성렬 대한적십자사 본부장이 지정토론자로 참석해 질문하고 있다.

이 교수는 “국가 차원의 재난대책이 가지는 중요성으로 인해 다양한 대규모의 국가 재난관리 실행체계가 수립, 운영되고 있지만 실제 상황에서 효율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거버넌스 차원의 강력한 통제와 조정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가 재난관리 실행체계는 국가 재난관리 표준에 기반해 예방 및 대비, 대응 등 모든 재난관리 활동을 포괄하고 국가 차원의 거버넌스 핵심 원칙에 따라 평가, 지시통제, 개선 모니터링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발제자 모두 기획단 과제 수행자
30분씩 주어진 김찬오 교수와 이영재 교수의 기조발제에 이어 20분씩 주어진 4명의 핵심과제 발제와 30분이 주어진 한명의 핵심과제 발제가 이어졌다. ‘통합적 재난관리체계 관련 해외동향’이란 주제로 첫 번째 핵심과제를 발제한 위금숙 위기관리연구소 소장은 기획단 연구 용역과제 중 ▲위기대응 매뉴얼 정비(8월22일-11월21일, 용역비 2800만원) 과제를 맡아 연구했다.

‘통합적재난안전관리체계구축' 관련 기사 게재 현황  - <2008년 6월호 56쪽 '국가 차원의 통합적안전관리체계 진단'>  - <2008년 8월호 22쪽 '국가 재난안전관리체계 문제없는가?' 연재①>  - <2008년 9월호 40쪽 '통합적재난안전관리체계구축기획단 과제 분석'>  - <2008년 9월호 60쪽 '국가 재난안전관리체계 문제없는가?' 연재②>  - <2008년 10월호 20쪽 '통합적재난안전관리체계구축기획단 과제 분석'>  - <2008년 10월호 30쪽 '국가 재난안전관리체계 문제없는가?' 연재③>  - <2008년 11월호 18쪽 '올바른 재난관리표준 제정을 위한 긴급제언'>  - <2008년 12월호 18쪽 '올바른 재난관리표준 제정을 위한 긴급제언 II'>

위금숙 소장은 “범세계적으로 국가위기관리체계는 재난관리 기능에 포괄적 위기 개념을 포함시키는 등 유사 조직의 통폐합 추세”라며 “미국, 영국, 노르웨이는 급진적으로 통폐합했고 일본, 독일의 경우는 점진적 조직개편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 소장은 또 911 펜타곤 사고 타임라인 분석을 예로 들어 시사점 등도 설명했다. '통합적 재난관리계획 수립 체계구축 방향'이란 주제로 두 번째 핵심과제를 발제한 정덕훈 동국대 교수는 기획단 연구 용역과제 중 ▲국가안전관리계획 운영실태 및 기능강화 방안(9월2일-12월3일, 용역비 3400만원) 과제를 맡아 연구하고 있다.

정덕훈 교수는 “국가안전관리계획 수립의 근거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제22조, 23조, 24조, 25조에 있다”고 전제한 뒤 국가안전관리계획 수립 및 운영 실태를 설명했다. 정 교수는 “시도 안전관리계획에서 재난 유형별로 수립된 계획이 약 200개 정도인데 다수의 시도 안전관리계획 수립 내용이 중복돼 있다”며 “위기관리매뉴얼도 위기관리표준매뉴얼 33개, 위기대응실무매뉴얼 278개, 현장조치 행동매뉴얼 2339개 등 위기관리 관련 매뉴얼이 2650개가 수립돼 있어 활용도가 미흡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재난교육 활성화 및 통합적 훈련시스템 구축 방안’이란 주제의 네 번째 핵심과제 발제에 나선 조한익 한양대 교수도 기획단 연구 용역과제 중 ▲교육프로그램 개발 및 트레이닝 센터 확보대책(9월4일-12월3일, 용역비 4150만원) 과제를 맡아 연구하고 있다. 조 교수는 “재난분야의 전문교육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2005년 국립방재교육연구원을 개원해 일부 재난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나 국가 및 지방 공무원(87만여명, 2002년 기준) 대다수가 재난분야에 대한 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는 실정”이라며 “교육확대방안으로 교육재원확보, 재난전문인력 인증제 도입 등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재난대비 체계 강화 및 통합적 운영방안’이란 주제로 세 번째 핵심과제를 발제한 김근영 강남대 교수도 기획단 과제 중 ▲중앙재난조사평가협의회 구성·운영 과제를 맡아 연구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중앙정부 차원에서 정책방향은 국가재난관리표준 제도를 도입해 재난관리 업무를 종합적, 체계적, 효율적으로 개발, 시행, 관리가 가능토록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반영하는 것”이라며 “국가재난관리표준 제정 및 재난관리표준화를 추진해 모든 재난에 적용할 수 있는 유연성과 기관간 공동사용을 위한 재난관리 표준 프레임워크를 제정하고 직무분야별 실행매뉴얼을 개발해 보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해예방 및 방재인프라 확충 방안’이란 주제의 다섯 번째 핵심과제를 마지막으로 발제에 나선 양현모 기술과가치 이사도 기획단 과제 중 ▲재해예방 투자재원 확충 및 예산의 효율적 운영체계 구축 방안과 ▲재난 및 안전관련 R&D 사업 추진방안 마련 과제를 연구하고 있다. 양 이사는 “낮은 예방분야 투자규모와 사후복구 위주의 비효율적 예산운영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재해관리와 예방사업의 부처간 종합조정 기능 취약 및 사업비 집행과정 상의 효율성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재난예방사업에 대한 정의가 불명확해 정확한 통계산출 및 사업분류의 한계와 지방관리시설에 대한 예방투자 부족 및 지자체의 대응역량도 미흡해 예산의 효율적 운영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정토론자와 사회자 선정도 문제
기조발제자, 핵심과제발제자에 이어 지정토론자 시간에도 기획단의 연구 과제를 함께 진행하고 있는 교수나 업체 전문가가 포함돼 있어 토론은 기획단만의 잔치였다. 지정토론자는 소방방재청 방재대책과장이었으나 최근에 청와대 위기상황센터로 옮긴 최복수 과장, 김귀현 강원도 방재정책관, 이기문 KBS 기자, 유성렬 대한적십자사 본부장, 김재관 서울대 교수, 정진엽 한국에너지기술방재연구원장 모두 6명이다.

이 중 김재관 서울대 교수는 기획단 연구과제 중 ▲종합적 기진재해대책경감대책 추진 과제(조양희 인천대 교수와 공동)와 ▲홍수, 지진 등 재해발생 예측시스템 구축 방안(지계환 동부엔지니어링 전무와 공동) 모두 두 개를 맡아 연구하고 있다. 김재관 교수는 "통합적재난안전관리체계 구축이 시급했는 데 기획단의 업무 자체가 시기적절했다"며 "행정안전부가 일상적인 안전문제를 다루기보다는 안보 부분을 더욱 강조해서 국가 차원의 재난안전부분을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 같다"고 제안했다. 정진엽 한국에너지기술방재연구원장도 기획단 연구과제 중 ▲재난유형별 관리자원의 효율적 활용방안 과제를 맡아 연구하고 있다.

기조발제자 6명 중 2명이 기획단의 연구과제와 연구 용역과제에 직접적으로 연관 돼 있어 행정안전부의 지정토론자 선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최복수 과장의 경우는 소방방재청 과장으로 최근까지 근무했기 때문에 기획단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지적과 비판보다는 기획단의 사기를 북돋는데 시간을 할애했다. 최 과장은 “발제 내용을 들어보니 재난을 예측하고 징후를 관리하는 부분은 빠진 것 같다”며 “위기징후를 미리 알아서 재난발생 1분 전이라도 일찍 알 수 있도록 연구하면 대비효과는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1. 정진엽 한국에너지기술방재연구원장이 지정토론자로 참석해 질문하고 있다. 사진2. 발제자, 핵식과제발제자, 지정토론자들이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3. 기획단 연구과제에 참여하고 있는 문현철 초당대 교수가 방청객 자유토론 시간에 질문하고 있다. 사진4. 소속을 밝히지 않은 참석자가 방청객 자유토론 시간에 질문하고 있다. 사진5. 임동권 소방방재청 중앙소방학교 교학과 공학박사가 방청객 자유토론 시간에 질문하고 있다. 사진6. 류충 합천소방서장이 방청객 자유토론 시간에 질문하고 있다.

그는 또 “자연재난도 어느정도 징후나 경로 위험 우려 등은 미리 알 수 있는 데 정확하게 어느지역에 어느정도의 피해가 발생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예측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사후 대응보다 징후관리 부분에 연구가 진전됐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김귀현 강원도 방재정책관은 지방자차단체 현장 상황의 애로를 더욱 연구에 반영해 줄 것을 주문했다.

김 방재정책관은 “위금숙 소장님이 발제한 해외동향 내용을 잘 들었는 데 일선에서의 애로사항, 현장에서의 애로사항에 대해 더 연구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재난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지자체장을 볼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며 “지자체 일선의 경우 재난방재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는 ‘비인기 종목’이기 때문에 부서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연구를 해줬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이영재 교수의 ‘센터’ 제안 너무 앞섰다
유성렬 대한적십자사 본부장은 재난현장에서 지자체 관계자들이 보는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인식과 지자체 관계자들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유 본부장은 “90년대 고양시와 파주시의 홍수, 상품백화점 붕괴, 부천 백화점 붕괴, 인도네시아 쓰나미 등의 현장에 참여했는 데 재난관리 담당부서나 직원들의 위상이 평가 절하돼 있는 것을 느꼈다”며 “위상이 상대적으로 절하돼 있어 시·군·구 지자체 담당 공무원들이 능동적인 대응보다는 수동적인 측면이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진엽 한국에너지기술방재연구원장은 “이영재 교수가 발제한 센터 필요성이 통합적 재난안전관리체계 구축 기획단 차원에서 결정한 것인지 아니면 이 교수 개인적인 생각인지 묻고 싶다”며 “센터 설립에 앞서 선행돼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 데 너무 앞서간 것 같다”고 말했다. 이기문 기자의 경우는 통합적재난안전관체계구축단이 어떻게 발족했고 어떤 일을 해 왔으며 현재 어떤 상황인지, 그리고 어떤 것이 가장 핵심 이슈인지 전혀 알지 못한 상황에서 발제자들의 제안에 동의해 주는 수준이었다.

이 기자는 “14개 시·군에 배치돼 있는 매뉴얼을 비교해 봤는 데 99%가 똑같았고 매뉴얼 분량도 500쪽 이상이어서 다 읽어 보지도 못할 것 같았다”며 “이영재 교수가 제안한 재난관리자원센터가 어떤 개념인지 잘 모르겠지만 반드시 필요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행정안전부가 사회로 조원철 연세대 교수를 선정한 것도 ‘도마’에 오르기에 충분하다. 조 교수도 기획단 과제 중 ▲재난안전관리역량 강화를 위한 국립연구기관 집중육성 방안 과제를 맡아 연구하고 있다.

공청회의 주재자인 조 교수는 공청회를 공정하게 진행해야 하고 발표자의 발표가 끝난 후에는 발표자 상호간에 질의 및 답변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 공청회 세부 추진계획 자체가 잘못됐기 때문도 있지만 발제자들의 발표시간 조정 능력을 잃었다. 핵심과제 발제 시간이 계속 초과하면서 결국 지정토론시간이 60분, 방청객 자유토론 시간이 40분으로 정해져 있던 시간이 터무니없게 줄었다.

지정토론시간까지 계속 초과돼 결국 방청객 자유토론 시간은 40분으로 돼 있었지만 단 4명의 질문만 받았고 계속 질문을 위해 손을 든 방청객들을 무시했다. 방청객 질문 시간이 빠듯한 상황에서 기획단 연구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문현철 초당대 교수는 방청객석에 앉아 일반 방청객의 질문 시간까지 빼앗아 눈총을 사기도 했다.

문 교수는 기획단 연구과제 중 ▲위기관리 매뉴얼 정비 및 법제화 과제(이영재 동국대 교수와 공동)와 ▲비상대비와 재난안전업무의 통합 관리방안 과제를 연구하고 있다. 문 교수는 “왜 공청회를 지금 하고 있는지, 왜 대통령이 통합적재난안전관리체계구축을 국정과제로 만들었는지 생각해 볼 때이고 통합적재난안전관리체계구축을 구축하는 것이 선진국”이라며 “서울은 굉장히 위험한 곳으로 소양강 댐이 붕괴되면 어떻게 될 것인지 생각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방청객, “새로운 것이 없다” 실망
방청객 자유토론 시간에 질문에 나선 한 참석자는 “미국연방대응계획은 911, 카트리나 등 대형 재난재해를 경험하면서 조금씩 보완 개선돼 가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소방방재청 설립 이후 많은 계획을 세웠고 관련 시스템도 구축했으나 가동이 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현재 시점에서 왜 이런 시스템들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는지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통합적재난안전관리체계구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공청회장에 참석한 임동권 소방방재청 중앙소방학교 교학과 공학박사는 “이번 기획단에서 엄청나게 많은 과제들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소개한다고 해서 강의에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왔는 데 새로운 것이 하나도 없어 실망했다”며 “4년 전에 다 나왔던 이야기를 재탕한 결과인데 왜 지금까지 잘 운용되지 않는 지 실효성의 문제는 없는지 등에 대해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 박사는 또 “위금숙 소장이 미국의 EOC와 IC의 역할에 대해 설명했는 데 우리나라는 EOC 역할을 재난안전대책본부가 맡고 IC 역할을 긴급구조통제단이 맡고 있는 데 역할 구분이 모호한 상태”라며 “우리나라의 명확한 역할 구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방청객으로 질문에 나선 류충 합천소방서장은 “통합적재난안전관리체계구축을 논의하고 있는 공청회 자리인데 ‘통합적’이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통합적이란 말의 반대는 분산적이란 말인데 과연 어떤 것이 우리나라 실정에 맡고 효율적인지 논의가 됐는지 의심스럽다”며 “재난유형별로 분석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해 기존에는 전문적이고 세분화해 대응해 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 서장은 또 “통합적인라는 말이 나온 것은 너무 세분화 하다 보니 재난대응현장에서의 다소 어려움이 있는 부분도 있고 재난재해대응에 공통점도 발견돼 통합적이라는 말로 간단화 해 보자는 의미로 ‘통합적’이라는 말을 썼던 것”이라며 “기획단에서 구축하기 위한 체계를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현재 세분화, 전문화돼 운영해 오고 있는 조직 자체에 대해 먼저 존중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이번 기획단에서 하는 일이 조직을 늘리고 새로운 일을 만들고 조직을 확대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었으면 한다”며 “2003년 대구지하철 사고나 1995년 상품백화점 붕괴 사고 때도 ‘통합적’이라는 말이 나왔는 데 오늘 이 자리도 그 때 논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